투덜투덜해봤자 아픈 건 똑같아.
이렇게 열이 안떨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미열과 고열을 넘나드는 6개월의 시간.
곧, 7개월 차가 되겠지...?
그런데 재밌는 건, 이렇게 열이 나고 아픈 것보다
내 몸이 왜 이러는지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
사실 아픈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섬유근통’이라는 난치병을 진단받기까지
걸린 시간, 10년...
그 전부터 투병했지만,
한 의사는 나보고 ‘정신과 진료’를 권했고,
한 의사는 예민한 탓이라 했고,
한 의사는 꾀병이 아니냐 했다.
뇌파검사, 뇌혈류 검사, MRI, CT 등등
별의 별 검사를 해도 잡히지 않는 녀석인 걸
낸들 어쩌겠나.
그치만, 몸은 너무 부서질 것처럼 아픈데...
아무리 의사라지만,
아무리 내 고통을 1/100000000도
이해하기 어렵다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때 , 나는 많이 어린 나이였으니까.
진단을 받고는 속이 시원했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무서웠다.
‘난.치.병’
이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감과 중압감에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 몰라
밖에서 한참을 울고 들어와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 당시에는 그 병이 지금과 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저 사람들은
그런 병인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후에 의학프로그램 등 다양한 곳에서 기사와 방송이
되며 주변인들도 나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건드리기만해도 울고, 스치기만 해도 울던 나의
상황을 그제서야 이해한 것이다.
물론, 이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지금은 가족들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라
내 몸엔 손끝하나 댈 수 없다...
실수로라도 스치거나
살짝이라도 나를 건드리게 되는 경우엔
바로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할 정도로 과한 반응들이 오지만,
한 편으론 마음이 아리다.
일반인이었으면 그 정도의 충격은,
그저 바람이 스치는 것 같을테니까.
더더욱이 이 병은 겉으로 전혀 티가 나지 않아서
내가 내 입으로 이 병명을 이야기 하기 전엔,
사람들이 나를 환자로 볼 수 없다.
더군다나, 나는 환자 티를 안내려고
더 신경써서 다니는 편이라...
일상생활은 그냥 참을만한 정도의 통증이라
그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중이기에.
최근에 알게된 또 하나의 병명이
‘류마티스 관절염’이었는데,
혈액검사 반응은 음성이었으나 모든 신체반응이
그와 같아 이름도 특이한
‘혈청 음성형 류마티스 관절염’.
덕분에, 나의 도가니가 왜 이리 아픈지,
내 팔꿈치가 왜 누가 뽑아갈 듯 아픈지
이유를 알게 된 것.
첨엔 너무 충격적이었고, 이마저도
진료확인서를 통해 알았지,
그저 약에 신경통 약이 추가된 건
내 통증이 심해서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라도 알고 나니 뭐,
속은 시원하니까.
사실, 주변에선 ‘어머, 어떻게..’라고 하지만
난치병 환자에게 또 하나의 난치병이 추가된들
큰 감흥은 없는 것 같다.
‘아, 그렇구나...?’ 정도랄까...
별 다른 방법도 없고, 치료도 할 수 없단 걸 아니까.
지금처럼 배가 부를 정도의 약을 챙겨먹는 것 외엔
내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지난 20년 간
온몸으로 너무 많이 느끼고 배웠다.
그러니... 이 ‘불상의 열’이 지속되든,
새로운 병명이 추가되든...
뭐, 많이 달라질까?
괜히 이런 생각들이 밀려오면서,
앞으로 난 무얼 할 수 있고,
무얼해야 하나 싶어 머릿속이 복작복작
시장통마냥 시끄럽다.
휴식이 필요한 1인인데,
머릿속은 365일 중 365일이 시끄러우니...
휴,
일단, 다음주 결과를 들어봐야 알테니
그 걱정은 미뤄두는 걸로.
선선해진 날씨 덕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을 즐기러,
코에 바람 좀 쐬어 볼까 싶다.
산책하기 좋은 날씨니,
이 걱정들도 바람에 날려버려야지.
훠이, 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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