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다행이야... 미국에 올 수 있어서.

약 13년 만의 귀환. D+2

by jubi의 마음일기


출국 당일,

아니 그 전날, 그 전전날부터 상태는 역시나 좋지 않았다.

특히, 오른쪽 무릎이 붓고 욱신거리더니 잠들기 직전까지도

다리가 아파서 뒤척일 정도였으니.

어찌저찌 공항에 가서 셀프 체크인을 하고,

내 몸통보다 큰 캐리어들을 보내고 출국 수속을 마쳤다.


키도 작은 편은 아닌데다가, 장시간의 비행을 견디기에

좁은 좌석은 나에게 거의 지옥과 같아서 일부러 유료좌석을

구매해서 비상구쪽에 앉았다.

신기하게도 나머지 2좌석 모두 비어있어서 난 혼자 3개의

좌석을 다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물론, 스튜어디스 분들의 허락 아래에.

일단, 바지가 아무리 신축성이 있어도 13시간 30분을

버티기엔 내 연골과 무릎의 신경,근육이 좋지 못하기에

치마에 레깅스로 무장하고 아주 맘편히 가겠노라며

난생처음 탑승 전에 메이크업도 싹 지웠다.


출국심사는 받아야하니 메이크업을 간단히 하고 왔기에,

(혹시나 못 알아 보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지우는 일도 간단했다.

뚱뚱한 백팩과 크로스 백 덕분에 어깨는 무거웠으나

기내에서 내가 해야할 것들,

챙겨야 할 약들 때문에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보조배터리를 3개나 챙겼더니...

어깨가 아주 난리도 아닌 상황이랄까?


뭐, 그래도 괜찮았다. 그 당시에는.

일단 입국심사가 혹시나 너무 힘들진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 이었는데 특히 나는 분필을 오래 썼다보니

양 손가락 엄지, 검지의 지문이 거의 인식이 되지 않아

이 부분이 가장 염려스러웠다.

이미 출국장에서도 내 지문이 스캔이 되지 않아

자동 입국심사를 못했기 때문에 염려는 더 했다.


아무튼,무사히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예상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도착 시간도 당연히

딜레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 날따라 난기류나 기류가 좋지 못해 비행기

기체가 너무 심하게 요동쳤고, 가뜩이나 속이 좋지

않았던 나는 탄산수를 마시고 속을 가라앉히려다

오히려 대참사를 일으킬 뻔했다.

웬만한 난기류는 다 괜찮았는데,이런 상황이

14시간이 넘는 비행동안 7~8번은 넘게 발생한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내식도 일반식이 아닌 위에

무리가 덜 가는 걸로 시켜놓길 잘했단 생각을 하며

간신히 쉼호흡을 하고 진정이 되는 가 싶었다.

그치만, 그건 오산.

그 다음은 더 큰 난기류로 20분 정도 이런 울렁거림이

계속되었고 잦은 흔들림에 난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명치랑 갈비뼈 옆쪽이 너무 아파서 참다 참다

진경제를 먹고 잠깐 잠들다 깨다를 반복하고,

자다 깨고, 영화를 2,3편을 봐도 아직 하늘 위였던 시간.

기나 긴 시간 끝에 도착을 했고,

지인이 이 곳에 살고 있어 마중을 나와주기로 했기에

떨리는 맘으로 입국심사대에 섰다.

너무긴장해서 입국심사대에서 그 분이 하는 말을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알아듣는가 싶었는데,

특히 마지막 말은 지금도 기억이 안난다.

3가지 질문 중 2가지는 제대로 들었는데;

나머지는 대략 다른 목적을 갖고 할 일이 있냐

뭐 이런 식이었던 거 같다.

눈치껏 때려맞춰서 통과를 하고 짐을 찾으러 갔는데,

얼마나 험하게 캐리어들이 나오는지...

나의 새 캐리어의 바퀴 하나가... 반만 남은 채 돌아왔다.

제대로 끌리지도 않는 이 친구들을 데리고,

지인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이 곳 날씨 영하 7도를 체감도 못하고 온몸이 땀으로

젖은 채 지인을 만났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지금은 이틀째 밤.

내가 지금 이 곳에 있는 게 그저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어떻게 여길 올 수 있었지? 싶으면서도

담에 또 오라고 하면.... 매우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다.

비즈니스석은 너무 비싸고 그저 레그룸을 구매해서 왔는데도

이 정도인데... 와우... 더 늙음 이건 불가능한 일일듯...?

수액을 맞고 그전에 몸에 좋다는 건 다 먹고 와서 망정이지,

이 기나긴 여행을 버티기에...

약 13년 전에 나는 어떻게 경유까지 해서 왔는가...!

역시 20대 체력은 무시 못하는 구나...

이젠 때려 죽여도 진짜 직항아님 못타겠다는 생각과 함께

온 몸의 근육통을 겨우 ... 진짜 간신히 부여잡고 이제야

정신을 좀 차렸다.


그치만, 밤 12시가 넘어서 자야하는데, 이노무 시차...

난 너무 쌩쌩한 걸;

어제도 3시간도 채 못잤고, 잠들만 하면 한국 스팸 전화가

나를 그리 깨우더니만...

오늘은 어찌됐건 6시간은 자야하는데 걱정이다.

일부러 낮에도 안자고 쉬고 있었는데, 저녁쯤 되어 잠깐 존 게

화근인건지... 잠은 거의 안오는 상태다.

현재 한국 시간은 대낮이니까;

언제 이 시차를 적응할지... 내일은 좀 나가서 걸어봐야지.

바로 앞에 있는 강변도 걸어보고, 그 김에 커피도 사오면서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영어 공부를 해야한다.

다음주면 어학원 기숙사에 입성해야 하는데...

좀 두렵다.

아니, 많이 두렵다.

그치만 지금이 아니면 더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무서워도, 힘들어도, 한 마디 한 마디 해보는 중.

짧게라도 던지는 그 말들이 내 세포에 기억되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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