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33. 이젠, 정말 예전같지 않구나

관절이 더이상 말을 듣지 않아.

by jubi의 마음일기

내가 미국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했다.

평소에도 눈뜨자마자 혹은 남는 시간엔 무조건 기사를 확인하는지라 수시로 기사를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진짜 생각지도 못한 일에 뭐라 말할 수 없었다.

_너무나 황망한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유가족 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_


며칠 간, 그 충격으로 마음을 잡을 수 없었고,

특정 사건들-특히, 아이들과 힘없는 노인들에 관한-

에 대해 나는 꽤 예민하게 그리고 깊게 그 감정에

매몰되는 편이기에...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사건 때도 한 10일 정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매 수업에 , 그리고 매 순간에 차오르는 슬픔과

눈물을 참느라 애를 먹었을 정도로,

큰 사건들이 나면 나는 늘 그들의 가족과

그 상황의 당사자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그 마음에 몰입되어 힘들어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꽤 심한 몸살을 앓고,

타지에 있으면서 아프지 말아야한다는 그 일념으로

뭐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며 꾸역꾸역 음식을 삼키는

내가 참 혐오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 안되겠다 싶어 걷고 또 걸었다.

약 14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목적지를 정해두고

중간중간 쉬어가며 걷고 또 걸었다.

한... 1시간 쯤 걸었나?

무릎이 시큰하고 묵직한 통증이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너무 힘들다 싶으면 카페에서 잠깐 쉬어가기도 하면서,

한 4시간 이상을 걸었던 것 같다.

강바람도 차고 가까운 거리에 바다도 있어서인지

매서운 바람에 마스크도 없이,

그것도 몸살을 앓고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리 무리를 하니 온 몸이

잔뜩 물을 먹은 솜이불마냥 너무 무거웠다.

걷는 내내 내 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그럼에도 해가 빨리 지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호텔로 돌아가야 했기에

나는 또 내 몸을 이끌고 이를 악물고 걸어왔다.

도대체... 어릴 때의 나는

어떻게 8~9시간을 걸었을까?


그 날부터 기절하고 깨기를 반복하는 며칠.

그렇게 새해가 되었고, 이제 진짜 내일이면 기숙사로 들어가야 하는 날이다.

미리와서 적응을 좀 하고 여유있게 들어가려 했던 건데

여러 안좋은 소식들에 마음이 편치 않았고,

새로운 환경에 또 적응해야한다는 사실에 겁도 먹었다.

여기 와서도 테러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나는 바람에

여유라곤 찾을 수 없었던 약 9일 간의 시간.

더 어렸을 때는 새로운 것들에 그렇게까지 무서워하고

겁을 먹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막상 또 새 환경에 적응하려니 벌써 며칠 전부터

지끈지끈한 두통이 시작되어 머리가 무겁다.

참 많이 바뀐 나의 상황과 체력들...

그럼에도 이곳에 있음이 감사하지만,

낯설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또 괜찮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괜찮지 않은 듯한 느낌.

벌써부터 심장이 터질 듯,

심박수가 미친듯이 올라가는데,

이제부터의 4주를 진짜 잘 버텨야한다.


긍정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긍정이고 뭐도 사실 난 지금 많이 무서운 것 같다.

감기에 인후염에 온갖 질병이 다 온 것 같아 더욱이

마음도 약해진 건 아닐까 하는 지금의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야 한다.

이 낯선 상황에 나를 내몬 건 나 였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처음은 늘 어렵지만, 나만 어렵겠냐는 마음으로

일단 가보는 걸로.

(스트레스로 인한 새치를... 어쩌면 좋지...?)


오늘은 특히 더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평소보다

진통제가 더 많이 필요한 날이지만,

부족하게 가져온 진통제가 떨어지면

여기서 사겠다며 호기롭기 왔는데,

한국 대비 3배 이상인 약값들을 보고 기절...

뭐든 너무 비싼 관계로 아껴 먹어야 한다.

그리도 이 몸으로도 지금까지 잘 버텨왔으니,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란

긍정회로를 최대한 가동하여

떠나기 전 하루를 마무리를 해본다.

(한국과는 반나절이상 차이가 나는 시차는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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