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가끔 비나 바람으로 내게 와줄래?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무지개 다리’라는 표현을 쓴다.
사랑하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을 때,
직설적인 말 대신 부드럽게 돌려 말하는 표현이다.
이 생의 시간이 다하고 사후세계에 도달했을 때,
먼저 떠난 강아지가 주인을 마중 나온다는 —
현대에 만들어진 동화 같은 이야기다.
나는 살면서 그런 동화 같은 말들을 믿지 않았다.
현실은 언제나 너무 냉혹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리석은 사람의 표본이다.
직접 겪어봐야 느끼고,
아파봐야 깨닫는 그런 사람이다.
갑순이가 내 곁을 그렇게 떠났고,
나는 하루하루를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사후세계…
그게 정말 존재한다면,
내가 이 생을 다 살고 나서 그곳에 간다면—
과연 나는 갑순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중학교 때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신자답게 산 건 아니었다.
종교를 믿으려 애써봤지만,
진심이 나오지 않아
성당을 다니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
사후세계란 것이 정말 있다면—
그게 천국이든, 극락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죽음 이후의 세계가 정말 존재한다면…
그곳에서 갑순이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인터넷으로 각 종교에서
‘동물의 영혼’을 어떻게 다루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대체로 가톨릭이나 개신교에서는
동물에게 영혼이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성경이나 성서는 시대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불교에서는 윤회를 믿기에
당연히 동물의 영혼도 존재한다고 본다.
일부 개신교 목사님들은
“동물도 신의 피조물이기에
당연히 사후세계가 있다”고 말씀하셨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나 프란치스코 교황도
동물을 무척 아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진보적인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물은 값에 매겨진 물건이 아니다.
생명을 가진 존재다.”
라는 인터뷰를 했고,
“동물도 영혼이 있다”고 말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사후세계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갑순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정말 바르고,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갑순아…”
나는 몇 년 전 다녔던 성당을 다시 찾아가 보기로 했다.
미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신부님과 면담을 신청했고,
약속 날짜와 시간을 받았다.
면담 당일, 성당을 찾아갔다.
신부님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와요. 오랜만이시네요.”
몇 년 전 성당에 다녔을 때,
나는 종교적 회의감에 대해
신부님과 자주 상담을 했었다.
그래서 몇 년 만에 다시 찾아오는 게
조금 면목없게 느껴졌다.
나는 그동안의 이야기와,
교황님의 동물 관련 인터뷰가
내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말씀드렸다.
신부님은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시고,
이런저런 좋은 말씀을 건네주셨다.
“그래요… 도날드 씨,
강아지는 어디에 묻었나요?”
“유골함이 집에 있어요.”
“가지고 계시면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사무장님께 말씀드려놓을 테니,
이 성당 마당 안쪽에 적당한 자리가 있어요.
그곳에 묻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뜻밖의 배려에
나는 다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유골함이 집에 그대로 있는 것이
마치 갑순이가 아직도
집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늘 불편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놓고 싶지 않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주고 싶었다.
신부님의 배려는
나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아주었다.
일주일 뒤, 나는 다시 성당을 찾았다.
사무장님은 친절하게 나를 맞아주시며,
갑순이를 위한 장소로 안내해주셨다.
그곳에는
작은 삽도 준비되어 있었다.
삽으로 깊게 팔 필요는 없었다.
갑순이의 유골함은 아주 작았기 때문이다.
한 삽 깊이 정도의 흙을 파고,
그곳에 유골함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갑순아… 이제 너의 몸도 편했으면 좋겠다…”
파냈던 흙을 삽으로 다시 덮었다.
마음은 무너지고 너무나 아팠지만—
이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낼 때 겪는 일.
나도 지금 그 과정을 지나가고 있는 중일 뿐이다.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갑순아… 가끔은… 비나 바람으로 아빠 찾아와 줘…
너 실컷 놀다가, 여기저기 날아다니다가…
아빠가 생각나면, 가끔만…
매일마다…일기예보에서 우리 갑순이 소식…
아빠가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