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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스차일드 대저택 Jun 19. 2023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풀꽃과 투자 #투자에서 디테일한 관찰의 중요성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풀꽃>



  이 시에는 나태주 시인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나태주 시인이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학생들에게 풀꽃을 관찰하여 그려보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빠르게 과제를 끝내기 위해 대~충 풀꽃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러니 학생들이 그린 꽃은 전혀 아름답지 않고, 괴발개발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에 당시 교사 나태주는 학생들에게 시구와 같이 충분히 관찰한 후, 꽃을 오래 관찰해야 풀꽃의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지도했다고 한다.


사진: Unsplash의Jan Ledermann


  나는 개인적으로 큼지막하고 화려한 꽃보다는 길가에 스스로의 생명력을 은근히 드러내는 들꽃을 좋아한다.


  들꽃은 정말 아름답다.


  누가 그곳에 자라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자라며, 시멘트 작은 틈새에서 자라기도 한다.


  비단,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은 들꽃만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빠르게 자본을 투입하여 '화끈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수혜주, 급등주에 몰려간다.

 

  그런데, 막상 이런 패턴으로 투자하면 대대수 투자자들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 대다수가 '정보'를 알고 투자했을 때는 보통 '끝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나의 기업을 자세히 분석해 보자니, 무엇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고, 옆집 날아가는 주식과 비교되어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주식, 저 주식 알지도 못하고 매매하는 투자자의 그릇은 거기까지다. 한두 번 급등주를 제대로 타서 돈 벌었다고 해도 그다음 투자에서 잃게 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풀꽃을 대~충보고 대충 연필로 쓱 그리고, 색칠도 귀찮아서 1~2가지 색연필로 칠하는 학생의 그림을 상상해 보자.

  

  제 자식이 그린 그림이 아닌 이상, 그림을 보고 감흥이 오지도 않는다. 그런 그림은 미술 시간이 끝나면 학생 스스로가 제 손으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반면, 풀꽃을 넉넉히 관찰하는 학생의 그림은 어떨까?


사진: Unsplash의Some Tale


  노란색 꽃잎 사이에 꽃의 갈색 결도 표현해 보고, 꽃잎의 개수에 맞춰 크기를 미묘하게 달리하여 풀꽃을 묘사한다. 꽃잎을 지지하는 가운데 줄기와 그 사이를 뻗어나가는 각기 다른 잎들을 빛 반사에 따라 진초록, 초록, 연초록, 무채색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땅 위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들꽃이 땅속에 뿌리를 단단히 내렸기에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머리와 마음으로 보았기에 뿌리를 그려보기도 한다.


  이런 그림은 미술 시간이 끝나는 종이 쳐도 소중히 보관된다.


  옆에 있는 친구도 보면서 '와!' 소리를 내며 칭찬한다. 교실이나 복도에 걸려 많은 학생들이 감상하기도 하며, 나중에 집에 가져가면 액자에 걸려 5년 10년 감상될 수도 있다.


  투자자도 이렇게 기업을 관찰하여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기업, 잘 아는 기업의 숫자, 사람, 비즈니스 모델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더더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 보이지 않는 기업의 '경제적 해자'와 '미래'를 나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와 너의 기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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