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투자 #퀄리티 투자 #워런 버핏 #능력 범위 안에 머물기
오늘은 투자에 있어서 탐구의 범위와 깊이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투자를 하려는데 무엇을 공부해야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혹자는 투자를 잘 하기 위해 거시 경제(금리, 환율, 유가, 선거)를 공부하고, 그 뒤에 관련 수혜 산업을 두루 공부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일견 타당해보입니다. 거시 경제는 투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수이며, 변수에 대해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게 되면 투자에 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거시 경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느냐는 말이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 안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정부의 요직, 글로벌 대기업의 경영진과 같이 거시 경제라는 핵심 정보를 먼저, 그것도 정확히 알기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워런 버핏은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중요하지만 알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중요한데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워런 버핏
금리가 어떻게 변할까요. 2024년 11월 현재 금리는 내려갈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금리는 언제까지 몇 포인트로 내릴까요? 깊게 들어가면 제가 알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솔직히 몇 달 전에 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고 내려갈 줄 알았습니다. 어느 덧 다시 오르더군요. 역시나 환율이라는 거시 변수도 제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납니다.
이렇게 짐작해도 벗어난 경우가 매우 많다보니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거시 경제는 알 수 없으니, 투자의 초점은 그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요. 찰리 멍거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미시 경제는 우리가 공부하는 것이고, 거시 경제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찰리 멍거
미시 경제는 개별 기업을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워런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집중 투자에 가깝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상위 10개 기업에 포트폴리오의 90%를 채우고 있으며, TOP3(애플, 뱅크오프아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포트폴리오 자산의 57%를 채우고 있습니다. TOP3 자산의 자산 가치 합은 $160.4B 입니다.
생각해보았습니다. 버핏이 규모의 자산을 소수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능력 범위'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모든 기업의 경쟁 우위와 지속 가능성을 똑같이 깊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버핏이 애플, MS,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넷플릭스 이 모두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기술 기업의 미래를 깊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버크셔 해서웨이는 아마존 지분을 포트폴리오의 0.7% 보유하고 있긴 합니다.)
버핏이 추구하는 바는 철저히 능력 범위 내 머무는 것입니다. MS, 엔비디아 등에 투자하여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여 겪을 실수를 줄이려는 '피하기 기술' 입니다.
이제는 부족한 저의 시점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저의 투자 전반은 '넓고 얕은 탐구'에 가까웠습니다. 거시 경제가 변할 때 그에 맞는 수혜주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반성한 것 처럼 거시 경제를 알기 어려우며 거시 경제에 따라 수혜 기업을 찾기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지나 워런 버핏, 찰리 멍거 등 퀄리티 투자자들을 보며, 경기 무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기업 소수를 찾는 투자도 방향성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리루와 모니시 파브라이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미 구루들이 검증하였으며, 장기 보유하고 있는 기업 소수를 깊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검증된 소수 기업을 깊게 공부하니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왜 이 기업은 ROIC가 낮은데, 매출이 두 자릿 수로 계속 성장할까? 이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R&D 비용을 크게 늘릴 수 있을까? 등 이미 퀄리티를 증명한 기업의 자본 배분 방식과 장기 성장 전략을 배우고 있습니다.
개별 기업을 깊게 공부하니 해당 시장에서 누리고 있는 경제적 해자, 강력한 경쟁 기업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기업에 대해 좁지만 깊이 이해하면서 적절한 안전마진이 확보된다면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겠구나 기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서서히 커지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매우 좋은 기회는 몇 번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눈과 실행력, 그리고 인내심입니다. 퀄리티 기업에 대한 공부는 지적 호기심에 대한 재미를 줍니다. 공부하면서 인내심을 길러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겉만 아는 기업의 경쟁 우위를 깊게 알게 해줍니다.
찰리 멍거가 유일하게 투자 자산을 위임한 리루에게서 지적 탐구에 대한 자세를 배웠습니다.
투자는 결국 철학의 문제이며, 관점 전쟁입니다.
'넓고 얕은 탐구'가 반드시 잘못된 방법인 것도 아닙니다. 다만, 조금씩 투자에 대한 관점을 쌓아가면서 저의 초점은 단연 후자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좁고 깊은 탐구'는 당장의 기가 막힌 투자 기업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씩 퀄리티 기업에 대해 공부하면서 지적 호기심, 인내심, 기회를 보는 눈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검증된 기업을 자세히 공부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시간이 걸리지만, 귀한 것은 시간이 충분히 걸리는 법입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흘러 간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