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자마녀 Jan 11. 2021

아이의 수술은 몇 번을 마주해도 익숙하지 않다.

15살 둘째 아이의 5번째 수술을 앞두고


벌써 5번째다.

태어난 지 고작 14년 되었건만 벌써 5번째 수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병원은 아무리 자주 가도 늘 낯설기만 하다. 태어나 백일, 1년, 6살, 10살. 잊을만하면 잡히는 수술 스케줄에 늘 좌불안석인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아프게 태어난 아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아프게 태어날 것을 알고 있었던 아이.

태어나면서 힘껏 울기는커녕 얼굴을 가린 채 태어난 아이.

태어나면서 기쁨과 환희에 차오르기보다 당장 수술일정을 잡고 젖 병무는 연습을 해야 했던 아이.


늘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다. 남들보다 더 좋은 것만 해줘도 모자랄 판에 다른 아이들은 평생 살면서 한 번도 겪지 않을 법한 경험을 몇 번이고 하게 해 준 것이 그저 미안할 따름이었다. 


아이가 수술을 받았던 종합병원에서는 아이의 정서를 고려해 수술방 안까지 보호자가 함께 들어가 아이를 안심시키게 해 줬다. 수술실로 향하는 길, 잔뜩 겁을 집어먹은 나와는 달리 아이는 그저 엄마 품에서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푸르디푸른 수술방 안, 작은 체구의 아이는 차가운 수술대위에서 마취되는 그 순간까지도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마취에 취하면서도 내 손을 놓지 못할 때면 그 또한 마음이 아파 가슴 깊은 곳부터 올라오는 눈물만 토해냈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수술실과 같은 층에 있던 화장실에서는 여지없이 대성통곡이 들린다. 내가 우는 건지 내 마음이 우는 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병원 화장실은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한참을 울다 벌게진 눈을 닦으며 나오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손에 손수건을 꼭 쥐고 입술을 꾹 다문채로 후다닥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신다. 수술실이 있던 3층 로비를 지키시던 그분은 저런 울음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으셨을까.


다섯 번째 수술을 앞두고 담담하던 나는 입원 가방을 싸면서 잠시 가슴속에 묻어놨던 이전 기억을 떠올리고 말았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제 아이도 다 컸고 벌써 5번째 수술이니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가방을 싸다 말고 또 울음보가 터졌다. 


늘 해왔던 거니까 우리 병현이는 잘할 거야!
엄마만 믿어!


아픔이 어디 무뎌지던가! 

아프게 태어나게 해 준 것만도 미안한데 이 무슨 못할 소리라니!

늘 해왔던 수술이면 몇 번이고 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못난 어미다.

아이한테 힘주는 말이랍시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는 꼴이라니.


아이한테는 큰소리쳐 놓고 입원 가방 싸면서 또 혼자 훌쩍이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사실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한테 큰소리치고 싶었나 보다. 


괜찮아!
여태껏 아이도 잘 견뎌줬잖아!
이번에도 무사히 잘 될 거야!


욕심 많은 엄마지만 이번에 또 한 번 욕심이란 걸 내 본다. 지난번 수술에 마지막 욕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으니 이번에는 꼭 마지막 욕심이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하늘이 내 욕심을 그저 욕심에 그치게 해 주었으니 이번에는 하늘이 내 욕심을 소망으로 바꿔 주시기를 또 한 번 기도해본다. 이번 수술이 정말 마지막이기를...























.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 셋 일하는 엄마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