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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May 27. 2024

ep.22 루이샴 시내와 브로클리&레이디웰 공동묘지

걸어서 런던 구석 누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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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산뜻한 아침으로 시작.

머리에 새집을 짓고 잠옷바람으로 터덜터덜 부엌으로 내려왔다.

엄청 늦은 아침은 아니었지만 다들 부지런히 외출을 했는지 집에 보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대로 맥신의 보물창고, 즉 냉장고를 열었다.

오늘 아침은 무얼 먹을까?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스캔을 했다.

즉석에서 요리 플랜이 완성되었다.

물망에 들어온 것은 리코타 치즈와 토마토.

그리고 냉장고 위 찬장에서 역시나 맛있는 공산품 크롸상을 꺼내었다. 

슥슥 준비를 마치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빵만 먹으면 목이 막히니 우유 한 컵도 함께다.


오늘의 루트는 아래와 같다.

멀리 나가지 않고 걸어서 동네 구경을 하는 것.

루이샴 구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루이샴을 찍고, 지도상 보이는 브로클리&레이디웰 공동묘지를 간다.

그리고 텔레그래프힐 공원을 보고, 저번에 실패했던 골드스미스 현대미술 전시를 보는 루트다.


약 7킬로미터 거리가 되겠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

루이샴은 숙소에서 동쪽 방향으로 이전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방향이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여행의 설렘을 준다.

역시나 오늘도 날씨가 좋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색의 벽돌벽
동네 카페. 혹시나 갈 일이 있을까 사진으로 메모 완료
런던 외곽 거리의 모습
루이샴에 가까워질수록 도시스러워진다.


역시 루이샴 구의 중심이라는 걸까.

루이샴으로 가까워질수록 오래된 뉴 크로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도시의 모습이 나타났다.

즉 높고 현대적인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물.

건물의 정체는 동네 스포츠 센터였다.

'글라스 밀 레저 센터'라는 이름의 시설은 다양한 운동 시설을 구비하고 있었다.

수영장도 물론이고 클라이밍 센터도 있었다.

혹시 맥신이 요가를 한다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거대한 레저 센터


스포츠 센터 근처에는 큰 쇼핑몰이 있었다.

이름하야 정직하기 그지없는 '루이샴 쇼핑센터'.

어차피 여기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는데, 쇼핑센터의 건물도 북쪽으로 길쭉한 모양새라 쇼핑센터를 관통해 지나가기로 했다.


루이샴 쇼핑센터
오직 현지인만 사용하는 곳이라 사람이 많지 않다. 거기다 지금이 평일 오전인 것도 한 몫했겠지.
이곳은 루이샴. 왕관 모양의 아이콘이 눈에 띈다.
검은색 스타벅스 아이콘이 조화롭다.


쇼핑센터 내부는 그리 활발한 느낌이 없었다.

낮시간이기도 하고 평일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사람이 붐빌 거라는 기대도 안 드는 곳이었다.

그래도 내부는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계획대로 쇼핑몰 내부 복도를 따라 북쪽 출구를 찾아 움직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시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주 박물관'.

유색인종들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그들의 런던 이주 역사에 대한 박물관이 센터 내부에 있었다.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려는 내 눈을 붙잡는 'Admission Free'.

그렇다면 잠깐이라도 들어가 보는 것이 예의겠지?


아까부터 건물의 내부 타일에 검은색이 많이 쓰인 것도 여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런던으로 이주해 온 여러 민족들
어... 이게 아닌가?
방문객들의 메시지들. 그들은 여러 질문들에 답한다.


박물관은 그들이 과거부터 런던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정착하고 생존해 왔는지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들의 노력 어린 삶을 엿볼 수 있고 상상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곳, 어떤 것이던지 1세대가 가장 위대한 세대이다.

그들의 헌신에 지금의 자손들은 훨씬 편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러나 나와는 확실히 동떨어진 이야기라 100% 공감할 수는 없었다.

인간이란 것은 그렇다.

자신이 처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100%를 다하지 않는다.


관람을 마치고 북쪽 출입문으로 향했다.



다시 밖으로.

루이샴 거리의 모습들.

중간에 만난 '오리엔탈 슈퍼마켓'.

그렇다면 아마 한국 음식도 있으렷다?

한국 식재료들이 런던에는 얼마에 팔리고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잠깐 들렀다.



살인적인 소주 가격.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달콤한 과일소주가 어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열된 품목과 수량을 확인하면 아마 그 말은 사실인 듯하다.

가격은 수입품 프리미엄 + 런던의 물가라는 요인이 더해져 6.25 파운드, 한화 약 1만 원.

만약 런던에 오래 살고 있어 소주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고 해도 선뜻 구매가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K-Food 탐방을 이만 마치고 다시 여정을 이어간다.


지역 교회에는 태권도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K-마샬아츠!


멀리 알록달록한 건물이 보였다.

지도상으로는 '루이샴 로컬'이라고 적혀있다.

루이샴 로컬은 루이샴 지역사회를 위한 단체로 기부 등의 활동들을 하고 있다.

내가 지나친 이날도 헌 옷들의 기부를 받고 있었다.

줄을 서있는 사람들은 기부를 하려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받으려는 사람들일까?



거리의 모습은 다시 루이샴과 멀어지면서 정겨운 주택가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 목적지가 가까워진다는 뜻이겠지.


카펫 전문점


길을 맞게 걷고 있는지 레이디웰 동네가 나타났다.

여기도 다른 동네와 크게 다를 곳 없는 곳이라 동네 사이의 뚜렷한 경계나 변화점을 찾기 힘들다.

그냥 걷다 보면 자연스레 당도하게 된다.

 

태번. 간판의 휘갈긴 것 같은 마크가 어딘가 매력적이다. 예전에 공부를 하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노트에 저런 낙서를 갈겨넣고는 했다.


약간의 언덕을 올라 도착한 공동묘지.

나는 서양 영화에서 보던 너른 평지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언덕 위에 있는 이곳은 약간 숲 속의 묘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공동묘지를 관통해서 지나갔다.

지나가며 사람은 많이 만날 수 없었다.

조용한 공원을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었다.


19세기의 묘비. 200년이 안 된 시간에도 묘비의 색이 완전히 변했다.
묘지공원 중앙부근의 십자가
숲 속의 묘지
고인의 사진일까?
어찌 보면 을씨년스럽다.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도 있다.


'그들의 이름은 영원히 살아있으리라.'
'The great war'. 1차 세계대전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줄 몰랐던 당시에는 이렇게 불리었다


계획을 세운 대로 잘 움직이고 있는지 내가 들어온 반대편 출입구에 도달했다.

동선의 낭비가 없이 이곳을 통해 빠져나가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비교적 최근의 묘지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묘비가 모두 검정 대리석으로 되어있었다는 것인데, 아마 묘비의 주인들이 모두 유색인종인 것 같았다.

아까 루이샴 쇼핑센터에서 보았던 검정 타일의 인테리어가 떠올랐다.

그들의 평안한 사후 세계를 바라며 공원을 나섰다.





ep.2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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