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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Jun 18. 2024

ep.23 브로클리의 '텔레그래프 힐 파크'

사람 많고 식상한 '프림로즈 힐'보다 조용한 공원을 찾는다면

#사진을 클릭하면 커져요!
#그리고 다시 누르면 작아져요!


다음 목적지는 '텔레그래프 힐 파크(Telegraph Hill Park)'이다.

묘원을 빠져나온 나는 브로클리 역을 향해 거리를 따라 내려갔다.

역으로 가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닌 걸어 통과하기 위해서이다.

공원에 닿기 위해서는 선로를 건너가야 한다.



역을 향해 가는 길에 점포정리 중으로 보이는 서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수선한 바깥 모습에 가게가 망해서 창고방출 중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멀쩡히 정상영업 중인 곳이었다.

아무래도 원래 이런 컨셉의 헌책방으로 보인다.

주인은 내게 사진을 많이 찍고 인스타그램이나 인터넷에 홍보를 해달라고 했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없어 안타깝지만 가게 주인의 걱정을 덜으려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답했다.



길을 가다 선데 아이스크림이 맛있을 것 같은 이름의 가게를 발견.

군것질을 할 기분은 아니었으므로 마음속에 저장만 해두었다.


알록달록 아파트 단지.


신축 아파트 단지인 '드래곤플라이 플레이스'를 지나 브로클리 역을 지났다.

선로 위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어 어려움 없이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길을 건너고 공원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었다.

아무래도 공원의 이름이 텔레그래프 '힐'인 만큼 언덕을 올라야 하는 것은 별 수 없는 일이겠지.


언덕의 주택가를 오르자.
매주 일요일에 로컬 장터도 열리는 것 같다.


낮지 않은 높이를 오르니 드디어 공원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텔레그래프 힐 파크는 크게 두 덩이로 이루어져 있다.

정직한 명명법으로 언덕의 더 높은 부분이 '어퍼 파크', 낮은 부분이 '로어 파크'이다.

내가 먼저 도착한 곳은 어퍼 파크였다.


텔레그래프 힐 어퍼 파크


별생각 없이 공원에 들어섰다.

발품 팔아 찾아오기는 했지만 사실 유명한 광광 장소도 아니고 이런 동네 공원이 그냥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그리니치 공원의 그것에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여행책자에서 봤던 '프림로즈 힐'의 사진이 이러지 않았나?

차이가 있다면 동네 공원에 불과한 이곳에 나를 포함해 몇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직이 감탄을 뱉으며 이곳을 즐겼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산책을 했다.

그러나 다음 일정을 위해서 벤치에 앉을 여유는 없었다.

어퍼 파크에서 로워 파크로 내려가야 한다.

로워 파크로 이어지는 길을 찾았다.

작은 길을 건너면 바로 로워 파크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


로워 파크에 어서 오세요.
'로워' 파크라 내리막 일변도다.
청설모들의 천국이다.


로워 파크에 도달해서야 어퍼 파크와 로워 파크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단순히 두 공간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었다.

각 공원의 위치 특성에 맞게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퍼 파크의 경우는 높은 위치에서 보는 런던의 경관이 메인 핵심이다.

따라서 별 다른 시설이 없다.

그저 걷고, 앉고, 경치를 즐길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반대로 로워 파크는 고도가 낮은 만큼 탁 트이고 엄청난 경치는 가지지 못햇지만 공원이라면 있을 법한 아이들 놀이터나 여러 가지 시설들이 이곳에 몰려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퍼 파크와 정반대로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농구 팀에 들어가려고 연습하는 농구 소녀들
동네에서 좀 논다는 십 대 소녀들

작은 연못도 갖춘 작지만 없는 게 없는 공원이었다.

내 발길을 붙잡은 것은 어른 남자아이 둘이 톨고 있는 미끄럼틀.

그런데 이놈이 우리 동네에 보이는 시시한 미끄럼틀이 아니다.

건물 2층 정도의 엄청난 높이와 경사, 그리고 구불구불하고 주변은 덤불이 있어 모험을 하는 느낌도 줄 것 같다.

나는 녀석을 얕보고 엉덩이를 출발지점에 올렸다.


!!!




엄청 빠르다!

내 예상을 웃도는 미끄러움으로 내 엉덩이는 미끄럼틀을 순식간에 질주했다.

도착지에 순식간에 도착했다.

엄청난 속도로 내려간 나는 그대로 평지로 튀어나가졌고 몸의 순발력을 발휘해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에 무릎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내려간 속도 그대로 앞으로 내달려야했다.


원래 이렇게 타는 건가?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이 타면 여차하면 공원 길바닥을 굴러 여기저기 찰과상을 입을 것 같았다.

마치 야생? 강하게 자라는 런던 외각의 아이들이었다.

이 동네에서 살아남아서 어른이 되려면 강하게 커야 하는 것인가.


나는 그래도 그 빠른 속도와 위험천만한 착지의 짜릿함에 중독되었는지 결국 한 번 더 타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놀이터 그네에서 놀던 동네 대장 소녀무리의 일부도 미끄럼틀을 타러 왔다.

그녀들은 내가 오기 전부터 미끄럼틀의 주인이던 두 남자 꼬마들과 아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그들을 뒤쫓아 다시 한 번 슬라이드!

역시나 짜릿했다.


골목 대장 누나들
미끄럼틀 2회차


이걸로 공원 탐방을 마쳤다.

공원을 관통하며 지나가는 것일 뿐이었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 에피소드는 다시 뉴 크로스 거리로 돌아와 골드스미스 대학교이다.





ep.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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