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나 테츠시, 반야심경
반야심경(般若心經)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 반야심경은 262자로 되어 있는 가장 짧은 불교 경전이다. 또한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유명해서 불교신자라면 못 외우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지만,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이 책을 옮긴이는 일본 여행 중에 한 서점에서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반야심경 해설서’를 발견한다. 불교용어를 쓰지 않고 반야심경을 이야기하고 있어 마음에 들어서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승려일까? 야마나 테츠시는 와세다대학을 중퇴하고 오랜 기간 편집일과 카운슬링을 했고, 서양 철학을 공부했다. 서른이 넘어 불교를 만났고, 그 뒤에 서양 사상의 눈으로 불교를 다시 읽는 작업을 했다. 이 책은 그 길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반야심경은 본래 이름은 ‘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 산스크리트어로 ‘지혜의 완성’을 의미한다. 반야심경의 핵심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방법을 통해 행복을 얻는 것이다. 우리는 바깥에서 행복을 구한다. 위로 올라가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지만 막상 그 위에 올라가면 곧 사정은 달라진다. 붓다는 이런 상태를 무명(無明) 즉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부른다. 우리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는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로 바꿀 수 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네 가지 진리
첫째, 나는 괴로움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둘째, 괴로움이 일어나는 얼개를 안다.
셋째,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알고 나도 거기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넷째, 훈련법을 실천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한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훈련법
1. 정념(正念): 마음의 움직임을 지켜보기, 자신을 의식화하기
우리는 바깥에서 자신이 본(그렇게 여기는)것에 순간마다 반응하면서(조건지어져 있으며) 무자각하게 살고 있습니다. 본(그렇게 여기는)것, 들은(그렇게 믿는)것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며 산다. 달리 말하면 기쁨과 슬픔의 원인이 다 밖에 있다. 바깥 세계로부터의 정보에 반응하는 우리 자신의 자아를 알아채게 만들어주는 것이 '반야의 지혜'다. 우리는 먹을 때, 마실 때 등 모든 행동을 의식해서 행해야 한다. 이 훈련은 '지금, 여기'에 사는 훈련이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로 걱정하면서 괴로움에 빠지지 말자.
2. 정정(正定): 사고의 조건 지어짐을 풀기, 명상
명상은 바깥 세계에 조건 지어져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우리의 나날의 행동을 그 조건 지어짐으로부터 풀어내는 데 있다. 물질 현상이 실체가 아닌 것처럼 마음의 현상 또한 실체가 아니다. 나날의 삶 속에 10분, 20분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고요히 자기 정신과 하나가 되어 지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명상을 통해 자신을 받아들이는 (자기를 향한 요구)행위는 기적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그때 비로소 사람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한 남을 향한 요구도 버릴 수 있다. 남을 향한 요구가 없다면 상처를 입는 일 또한 없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반야심경의 마지막 부분을 주문처럼 산스크리트어 원음으로 따라 해보자고 한다.
가테가테 파라가테(아제아제 바라아제/ 가고 가서 저 언덕에 이른 자여)
파라상가테 보디 스바하(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깨달음이여 경사로세)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좋다 일체를 긍정한다는 주문이다.
붓다는 2500여전에 나를 바꿈으로써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지금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다.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주어져 있다. 더 있어야만 할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 여기, 그리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