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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Feb 21. 2021

봄향기가 묻어나는 바람

봄일기

이해인


봄에도 바람의 맛은 매일 다르듯이

매일을 사는 내 마음빛도

조금씩 다르지만

쉬임없이 노래했었지

쑥처럼 흔하게 돋아나는

일상의 근심 중에도

희망의 향기로운 들꽃이

마음속에 숨어 피는 기쁨을

언제나 신선한 설레임으로

사랑하는 이를 맞듯이

매일의 문을 열면

안으로 조용히 빛이 터지는 소리

봄을 살기 위하여

내가 열리는 소리




오늘 바람의 맛은 봄향기가 묻어있었다. 점심에 밖에 나갔는데 날씨가 포근해서 겨울 외투를 입고 있으니 땀이 날 정도였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가족과 함께 호수공원을 거닐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른 방향, 왼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활기차 보인다. 꽃이 피었던 자리는 아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곧 싹을 틔울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냥 걷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과거도 미래에 아닌 오직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


이번 겨울은 참 추웠다. 재택근무로 밖에 나간 일은 거의 없었지만 집안에서도 밖의 온도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추위를 싫어해서 이번에 가볍고 따뜻한 점퍼도 사고, 붙이는 핫팩도 사고 월동준비를 했는데 거의 사용해 본 적이 없다. 한 겨울에 출퇴근 없이 집안에서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거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코로나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어서 그런지 뭔지 모를 우울함이 있었다. 


문득 예전에 읽은 책에서 발견한 글귀가 생각난다. 결핵을 앓고 알베르 카뮈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파리를 떠나 자신의 고향인 알제리로 향한다. 비 내리는 잿빛 12월, 고향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의 청춘 시절에 느꼈던 따뜻한 경험을 문득 떠올리게 되고 이런 글을 남겼다. 

“이 깊은 겨울의 한가운데서, 나는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는 여름이 내 안에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봄이 오고 있다. 이제 두꺼운 외투를 벗고 근심했던 일들을 털어버리고 봄을 맞이하고 싶다. 닫혀있던 내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봄을 즐기고 싶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오늘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참 많이 먹고 춥다는 핑계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시작해야 한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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