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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11. 2021

일상 스케치

아침에 집을 나서자마자 멜론차트를 재생시킨다. 아이유의 <Celebrity>에서부터 AKMU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까지 총 스무곡의 노래를 듣고 개찰구를 나온다. 지하철역 출구까지 아직 계단이 있다. 노트북이 담긴 백팩을 메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면 다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 노트북 때문일까 운동부족일까.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빨간 색으로 바뀌었다. 길을 건너기전에 커피가게로 간다. 여전히 경쾌한 사장님의 목소리 그리고  내가 주문을 하기전에 이미 사장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입력한다. 커피는 금세 나오고 나는 초록색으로 바뀐 횡단보도를 급히 건넌다. 이집 커피를 몇달동안 못마셔서 참 그리웠다. 


3월 2일에 적금이 만기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2월달에 정신없이 보내느라 공인인증서를 미처 갱신하지 못했다. 그리고  OTP의 배터리가 다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다른 은행들은 다행히 다른 방법으로 로그인할 수 있었고, OTP가 없어 입출금도 가능했다. 그런데 유독 이 OOO은행은 로그인하는 방법을 새로 설정하려고 하면 마지막에  OTP 번호를 넣는 단계가 있어서 결국 은행을 갈 수 밖에 없었다. 적금이 만기되었는데 돈이 얼마인지도 기억도 안나고 확인할 수도 없다. 드디어 오늘 시간을 내서 은행을 갔다.


은행까지 도보 13분을 걸었다. 12번 번호표를 뽑았고 지금 11번 고객의 업무를 처리중이다. 금방 내 차례가 오겠지 했는데 15분 기다렸다. 이상한 일이다. 왜 내가 기다릴때마다 내 앞사람은 시간이 오래 걸릴까. 내 업무는 몇분 걸리지도 않았다. 다시 돌아가려면 13분을 걸어야 한다.


출근길에 읽은 장정희의《사춘기문예반》에서 인디언의 달력이야기가 떠오른다. 인디언들은 3월을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이라고 이야기한다. 새 마음, 새로운 환경, 새싹이 피는 봄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달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계획을 세우고 싶어진다.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여성 기사님이 청아한 목소리로 올라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코너를 돌때마다 기사님은 꼭 잡으라고 이야기하신다. 중간중간 눈을 감고 쉰다. 그리고 잠깐사이에 졸았다.  버스에 내리는 데 눈이 잘 안 떠지고 피곤하다. 어깨 통증도 느껴진다. 노트북때문인가. 체력이 약해서인가.


한결같지 않는 달 3월에 한결같은 일상을 보냈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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