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심 Mar 17. 2021

문쌤이 들려주는 글쓰기

장정희, 사춘기 문예반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 스스로가 치유받는 기분이 든다. 지금의 '나'는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쳐서 성인이 되었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10대의 방황했던 소녀가 존재한다. 내가 그 시절 미처 돌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사라진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게 성숙해진 것은 아니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과거의 나를 해석해 보고, 이해해 본다. 


청소년 소설의 테마는 성장이다. 다양한 주인공과 다양한 사건이 있겠지만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면 결말은 주인공이 성장한다. 청소년 소설이 주는 메시지가 꼭 청소년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 안의 여전히 남아있는 청소년이 성숙해지기도 하고, 성인이 지금의 삶에도 와 닿는 부분이 있다.


이번 달 청문회 모임에서 읽은 장정희《사춘기 문예반》는 주인공이 문예반 동아리 활동을 한다. 문학 선생님이자 소설가인 문쌤이 나온다. 실제 작가 또한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소설가로 문쌤은 작가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요즈음 글쓰기에 고민이 많은 나는 문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기껏 무명작가에 머무르면서 문학에의 열망은 스러지지 않아서 근처를 아직도 배회하는 중이야.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문학, 하지만 언젠가는 감동시킬 필연의 그날을 기다리며 끝까지 쓴다(p.32).


소소한 일상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 글쓰기의 관건(p.36).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므로, 문학은 그런 속성을 담아내는 그릇(p.49).


해피 엔딩에 대한 갈망은 척박한 현실을 견뎌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품는 등불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면 안 될까?(p.6).


세상은 거대한 프레임에 의해 작동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소한 것에서 촉발된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글은 거기에서 삶을 관통하는 질문을 끌어내는 거고(p.69).


사람들이 가진 아름다움도 상처에서 나오는 법이다. 나무의 나이테를 봐라. 옹이가 있으니 무늬가 만들어지잖니?(p.85)


충격이 크면 자신만의 언어를 잃어버리기 십상이지. 하지만 우리에겐 글이 있잖니?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통의 도구이자 카타르시스의 매개체(p.92).


폴 발레리의 말 ‘시가 무용이라면 산문은 보행’.  시는 생략 가운데서 비약과 확대가 허용되지만, 산문은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내딛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시는 압축과  상징이 생명이야.(중략) 시는 바짝 마른미역줄기, 부패되지 않는 정신의 흰 뼈, 따뜻한 물에 넣으면 미역 풀어지듯 넘치는 상상력을 가동케 하는 것(p.156).


글은 상처의 기록이다. 우리는 용기 있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그리고 서로의 고통에 공감함으로써 우리들만의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간다(p.156).


과제하듯 독해의 의무를 안고 작품 감상을 하면 문학이 멀어지기 쉽다. 그러니 손에 잡히면 잡히는 대로, 안개처럼 뭉글뭉글한 느낌이면 그대로 느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야. 구름은 손으로 잡을 수 없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문학은 그런 존재들을 대변하는 장르니까(p.164).


재능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씨앗’ 같은 거란다.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라가며 물을 주다 보면 그 씨앗이 언젠가는 싹이 돋고 꽃을 피우게 될 거야. 열정이 재능이다(p.233). 


* 상단 이미지: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다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