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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Apr 18. 2021

밤마다 고백을 받다

유치원 때 학부모 참관수업에서 장래희망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보통 나오는 이야기는 뻔하다. 내 꿈은 의사입니다. 선생님입니다. 이런 식이였을 텐데 나는 그때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 꿈은 엄마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엄마들 반응은 나중에 크면 당연히 엄마가 될 텐데 하며 웃으셨던 게 기억이 난다.


결혼은 늦게 하려고 했으나 결혼을 하면 아이는 금방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마음고생도 했고, 문득 어릴 적에 무심코 했을 엄마의 꿈이 떠올랐다. 꿈은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리다 보니 엄마가 되었다.


우리 딸은 이제 다섯 살 유치원생이다. 유치원은 낮잠시간이 없어서 작년보다 잠자는 시간이 빨라졌고, 잠도 금세 든다. 밤 9시에 동화책 2권을 읽어준다. 딸은 잠깐 이리 뒹글 저리 뒹글 하다가 잠이 든다. 자기 전에 그녀는 몇 가지 얘기를 하는데 패턴이 있다. "엄마 나 놀이동산 가고 싶어" 이런 식으로 하고 싶은 일을 얘기하거나, "오늘 할머니가 밥 먹고 나면 사탕 준다고 했는데 사탕 안 줬어"하며 못 했던 일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하고,  "할머니가 보고 싶어"하며 30분 전에 헤어진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 고백이다. 어떤 날은 손동작으로 보여주고, 어떤 날은 말로 표현한다. 


#1

엄마.

이건 엄마 하트야.

이건 아빠 하트야. 

이건 별별이 하트야.


#2

별별아 이제 자고 내일 놀자.

응.

근데. 엄마...

응.

근데. 엄마가 좋아.

...... 그래. 엄마도 별별이가 많이 많이 좋아.


나는 그녀가 무심코 던진 말에 코끝이 찡해지고, 자고 있는 그녀를 계속 바라본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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