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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Dec 03. 2020

청소년 소설을 읽는 이유

현재(現在):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기대가 존재하는 시간이다.


나는 내가 이루어진 어떤 이유들이다. 과거의 행위와 그 결과가 겹겹이 쌓인 위에 내가 서 있다.  과거의 어떤 기억은 불현듯 솟아올라 현재와 미래를 흔든다.  과거는 과거로 끝난 것이 아니라 나의 현재이기도 미래이기도 하다.


한 달에 한번 지인들과 청소년문학독서회(청문회)를 한다. 청소년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몇 년 전에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김선영의 『시간을 파는 상점』이다. 한 소녀가 인터넷 카페에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으로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한다. 의뢰인이 부탁한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내용으로 시간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풋풋한 청소년기가 생각나서 재미있게 읽었고 출근길에 읽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그날 회사에 지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청소년 소설이 예전에는 교양소설, 성장소설이라고 불렸는데 그 시작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로 한 개인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대표적인 작가는 헤르만 헤세이고,  『데미안』은 현재까지도 청소년이 많이 읽는 고전으로 뽑힌다.


청소년 소설은 청소년기의 삶과 관심 있는 대상을 다루고,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을 다룬다. 청소년 소설이 술술 잘 읽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청소년 소설을 읽는 이유는 자기 돌봄, 성장,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의 관계, 심리를 통해 내가 미처 보듬지 못한 나의 감정들을 발견하게 된다. 청소년 시기는 무엇보다 친구관계,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나도 그러한 경험이 있었고 이따금 과거의 기억이 불쑥 솟아오른다. 외로웠고, 방황했고, 무지했고, 부끄러웠고, 힘들었던 기억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내 마음을 알아봐 준다.


여전히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아직도 나는 어른이 되지 못했다. 지금도 나는 성장하고 있다. 나의 정체성을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실마리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때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꿈꾸었던 것,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앞으로 청소년이 될 우리의 딸을 위해 기억하고 싶다. 황영미의『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에서 친구관계에 고민하는 다현이에게 엄마는 이런 얘기를 한다.  

“살다 보면 멀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다 그래(177쪽)". 

어른으로서 삶의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고, 나 또한 공감한다. 하지만, 엄마의 말은 다현이가 미래에 얻게 될 깨달음이지 현재의 다현이는  와 닿지 않는다. 지금 다현이에게 친구는 자신의 삶 자체일 수 있다. 기억이 중요하고, 공감이 필요하다. 인생의 선배가 후배에게 먼저 건네야 하는 것은 인생의 팁이 아니라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과거를 말하기보다는 미래의 주인공이 더 나은 세상에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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