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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04. 2021

새로운 시작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모든 걸 이겨낼 것처럼”

가호의 〈시작〉노래다. 작년에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OST로 주인공 박새로이가 아침에 조깅을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어김없이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나는 아침마다 집을 나서면서 이 노래를 듣곤 했다. “빛나지 않아도 내 꿈을 응원해 그 마지막을 가질 테니”. 이 노래는 매일매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준다. 올해도 이따금 아침의 시작을 이 노래와 함께 할 것 같다.


‘시작’은 과거에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을 의미하고, 지금의 ‘나’의 의지를 믿으며 미래를 개척하는 비전이 담겨있다. 배철현의《수련》에는 ‘시작’은 자신이 원하는 운명을 개척하는 예술적인 행위라고 정의하고,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키팅 선생님은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사회로 진입하게 될 제자들에게 “카르페디엠, 이 날을 잡아라. 너희들의 삶을 비범하게 만들어라!”라고 말한다. ‘Carpe diem’, ‘Seize the day’는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을 비범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비범(非凡)은 오직 내 마음속의 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만들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자신만의 빛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그것을 춤추게 하는 자가 바로 비범한 사람이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는 비범한 삶을 살고 있는 한 인물이 있다. 화자인 ‘나’는 40여 년 전의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고산지대로 여행을 떠났다. 폐허가 된 마을, 물과 나무가 없는 황폐한 지역에서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를 만난다. 쉰 다섯 살인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느껴졌고, 3년 전부터 황무지에 나무를 심고 있었다. 나무가 없어 땅이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이 바꾸어보기로 결심한다.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밖에 심고, 너도밤나무 재배법을 연구하고, 어린 묘목을 기른다.  ‘나’는 5년이 지나 그곳에 다시 들리게 되는 데 나무들이 우거져 숲이 이루어진 곳을 발견하게 된다. 창조는 꼬리를 물고 새로운 결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부피에는 자기 뜻을 꾸준히 실천하고, 바람이 씨앗들을 퍼뜨려주고 말라버린 땅에 물이 나온다. 기름진 땅, 꽃들이 그리고 삶의 이유가 되돌아왔다.


모든 변화는 아주 천천히 일어난다. 부피에는 고집스럽게 계속해서 나무를 심었고, 그가 여든일곱 살이 되었을 때는 마을은 새로운 희망이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 그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를 실천하면서 평온했고, 행복했다.


2021년 새로운 시작의 총성이 울렸다. 각자의 의지가 담긴 ‘시작’이 뿌리를 내리고 잎이 자라서 나무가 되길 소망한다. 조급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시작했으면 한다.


자신만의 빛나는 춤사위로 올 한 해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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