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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08. 2021

수고했어, 오늘도

유설화, 슈퍼 거북

2021년 한 주가 지났다. 회사든 개인이든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뜨겁게 이번 주를 달렸을 것이다. 나는 1년 중 가장 바쁘고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새로운 시작의 압박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금요일이다.


예전에 김윤석 주연의 영화《거북이 달린다》를 보았다. 조금은 한심해 보이는 시골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한동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거북이, 이제 달릴 때다"하며 나 자신에게 말하곤 했다. 거북이는 달릴 수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토끼와 거북이》에서 경주에 이긴 거북이는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유설화의 그림책 《슈퍼 거북》에 경주에 이긴 꾸물이 거북이는 스타가 된다. 꾸물이는 동물들이 실망할까 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짜 슈퍼 거북이 되기로 결심한다. 도서관에 가서 빨라지는 방법도 읽고, 책에 나온 대로 연습도 하고 날마다 날마다 안간힘을 쓴다. 꾸물이는 눈비가 와도 하루도 빼먹지 않고 훈련을 한다. 드디어 꾸물이는 진짜 슈퍼 거북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꾸물이는 너무 지쳤다. 딱 하루만 푹 쉬고 싶다. 느긋하게 자고, 예전처럼 천천히 걷고 싶다. 꾸물이는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한 천년은 늙어 버린 것 같은 모습이다.


어느 날 토끼가 찾아와 도전장을 낸다. 경기가 시작되고 역시 꾸물이는 토끼보다 앞서서 달리기 시작한다. 꾸물이는 여러 날 잠을 설쳐서 너무 피곤했고, 그늘에서 잠깐 쉬기로 한다. 꾸물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토끼는 결승점을 지났다. 동물들은 슈퍼 토끼가 돌아왔다며 축하해 주고 꾸물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꾸물이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단잠에 빠져들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꾸물이는 내 모습 같다.

일하랴 육아, 집안일, 독서, 글쓰기, 운동하랴 내가 나를 힘들게 했다.


주말은 느긋하게 보내고 싶다.

잠도 푹 자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야지.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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