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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10. 2021

도서관이 좋다


나는 도세권에 산다. 스세권(스타벅스가 가까운 곳), 붕세권(붕어빵 파는 곳이 가까운 곳)이 있다면, 우리 집은 도서관까지 10분 거리이다. 지금 사는 집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에 도서관도 포함된다. 도서관을 가기 전 먼저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고, 대출 가능 여부와 청구 번호를 확인한다. 가끔 책을 못 찾는 경우가 있는데 누군가가 대출을 했을 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대부분 신간도서 코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때로는 아무 목적 없이 도서관 책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책 제목을 살펴본다. 책 산책을 할 때는 음악은 잠시 꺼둔다. 빼곡히 꽂힌 책은 조용하지만, 책을 꺼내 펼치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그 목소리 중에 나의 인연이 있다. 도서관은 나의 힐링 장소이다.


도서관은 소설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다. 남녀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 때문에 인연이 되기도 하고,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그곳에 가면 뭔가 설레는 일이 있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내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소설《억남》에서 가즈오는 부인을 만난 곳이 도서관이다. 도서관 사서인 가즈오는 두껍고 어려운 책들만 빌리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삶의 의욕이 없는 그녀를 위해 추천 책을 준비하고, 그녀는 하루하루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 책장을 채워나간다.


도서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러브레터》이다. 영화 명장면은 당연히 여주인공이 설원에서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를 외치는 장면이지만, 가장 설레는 장면은 남주인공이 창가에서 책을 읽는 장면이다.

네이버 영화 포스터

내용은 중학교 동급생인 소년소녀는 이름이 같다. 같은 이름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하고, 시험지가 바뀌기도 한다. 두 사람은 독서부 활동을 하게 되고, 소년 이츠키는 한 번도 대출된 적이 없는 책의 도서 대출 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첫 번째로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소년 이츠키가 집에 찾아와《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대신 반납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후 소년 이츠키는 전학을 갔고 소녀 이츠키는 허전함을 느끼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그를 잊고 지낸다. 공교롭게 이츠키의 약혼녀에게 편지를 받게 되면서 과거의 소년 이츠키를 떠올린다. 그녀는 자신이 다녔던 중학교에 찾아갔다가 대출카드에 가득 남아 있는 '후지이 이츠키' 이름 덕분에 도서부 아이들에게 환대를 받는다. 이후 그녀는 이츠키가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며칠 뒤 도서부 아이들은 그녀에게《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건네주며 그 안에 있는 도서대출카드 뒷면을 확인해 보라고 한다. 뒷면에는 소년 이츠키가 스케치한 소녀 이츠키의 모습이 있었다. 소년 이츠키가 도서대출카드에 남긴 이름이 자신이 아닌 소녀 이츠키 이름이며, 성인이 되어서도 그녀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책에 자신의 이름을 먼저 올린다는 것은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다. 지금은 아쉽게도 도서대출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서관 책을 제일 먼저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신간 도서나 도서관에 없는 책은 희망도서로 신청할 수 있다. 절차를 거쳐 도서관에 책이 구비되면 희망도서자가 제일 먼저 그 책을 읽는다. 희망도서는 매월 2권씩 신청이 가능하니,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도 도서관이 나온다 사쿠라는 췌장병을 앓고 있고 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우연히 동급생 하루키가 그녀의 병을 알게 된다. 하루키는 책을 좋아하고 혼자 도서위원회로 활동하며 학교 도서관의 책 목록을 정리하고 있다. 사쿠라가 도서위원회로 들어오면서 서로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하루키는 사쿠라에게 청구 번호에 맞게 책을 꽂아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웃으면 말한다. "조금 틀리면 어때. 열심히 찾다가 발견하면 더 기쁘잖아, 보물 찾기처럼" 십여 년이 지난 후 하루키는 자신의 모교에 선생님으로 돌아온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도서위원회 학생들과 도서목록을 정리한다. 하루키는 도서대출 카드에 스마일 표시가 된 것을 발견하고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서고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하다가  《어린 왕자》를 발견한다. 책 안에는 사쿠라가 자신에게 쓴 유서가 있었다.사쿠라는 하루키에게 자신의 몫까지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지내 달라며 마지막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남겼다. 어찌 보면 제목이 조금은 괴기스럽긴 하지만 나는 네가 되고 싶다, 함께 하고 싶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책이 내 인생의 보물이 될 수 있다. 보물을 찾기 위해서 도서관 책장을 거닐어 보는 것을 권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장면


사서 읽기는 싫고 내용이 궁금한 책이 있다. 막상 도서관에서 책을 보니 대출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훑어 읽기를 하면 된다. 좋은 책 중에 절판된 책도 많다.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다. 때로는 도서관에서 내 출생연도에 발행된 책을 만나면 반갑다. 글은 세로줄, 누렇게 변한 책에서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난다. 그 책을 누군가 찾아주기는 하는지 가끔 내 친구의  안부가 궁금하다.


오늘도 난 도서관에 간다. 빌린 책은 반납하고 또 어떤 책을 만날까 설렌다. 반납할 책은 다 읽은 책도 있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 책도 있다. 그래도 좋다. 존재는 알았으니 또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도서관에서 만난 책 중에 욕심나는 책이 있다. 내 방 서재에서 함께 하고 싶은 책. 그렇다면 바로 책을 구매한다. 그 책은 내가 엄선한 책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날씨 좋은 날, 도서관 나들이는 어떨까요.

그곳에서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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