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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20. 2021

그림책에서 배우는 미술 감상법

앤서니 브라운, 행복한 미술관


네덜란드의 화가 페르메이르의《진주 귀고리 소녀》는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불린다.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보고 있으면 신비감이 들고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그림 속 소녀의 매력에 빠지고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다. 결국 그림 모델인 소녀와 화가 페르메이르와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여주인공은 스칼릿 조핸슨과 남주인공은 콜린 퍼스가 연기를 했다. 사실 화가 페르메이르의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는 자료 조사를 하고, 페르메이르가 살던 네덜란드 델프트를 17세기 네덜란드 그림에서 보여주는 일상을 참고하여 글로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나는 런던에 두 번 갔었다. 여행 내내 날씨는 그닥 좋지 않았지만 런던에는 많은 미술관이 있어서 좋다. 입장료가 무료라서 돈이 없어도 하루를 충분히 즐겁게 보낼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만든 곳으로 밀레니엄 다리를 건너면 바로 미술관으로 연결된다. 그곳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해 보는 것이 있다. 모네의 《수련》이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방에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그림을 설명해 주는 도슨트를 발견했다. 백발의 단정하고 우아하신 할머니.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서 나도 다음에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한국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이다. 작가의 책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작품 중에《행복한 미술관》을 좋아한다. 작가는 2001년에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시각의 길’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 작업을 한 경험이 있다. 미술 작품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진행자와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을 떠올려 이 책을 만들었다.


한 작가가 어느 날을 회상한다. 그날은 엄마의 생일이었고, 엄마는 특별한 뭔가를 해보고 싶어 했다. 돌이켜 보면 그 날이 자신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날이었다. 가족은 기차를 타고 큰 도시에 와서 미술관에 간다.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나는 조금 긴장이 되었고, 형이랑 아빠는 조용해졌다. 이 가족은 미술 관람을 잘했을까.


1. 그림은 무엇을 표현했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어렵다.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

대체 이게 뭐지?
엄마와 아이, 모자상인 것 같은데요.
그래,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2. 그림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지.

이거 보니까 우리가 아는 누구네 집이 생각나지 않니?
다 끝난 일이야!(...) 이미 지난 일이란 말이다.


3. 그림 속 상황을 상상해 본다.

 저 상황을 겪었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아빠가 우리에게 웃기는 이야기해 줄 때 같아.


4. 그림 속 인물이 내가 아는 누군가가 떠오른다.

아빠를 쏙 빼닮은 남자의 그림을 보고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린다.


가족은 점점 그림 보는 것을 즐긴다. 그들은 나오는 길에 선물가게에 들려 노트와 펜을 산다. 집에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행복하다. 집에 가는 기차 안에서 엄마는 재미있는 그림놀이를 가르쳐 준다. 집에 가는 내내 그림 놀이를 했고,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림놀이를 하면 살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The Shape Game》이다. 도형을 하나 그려놓고 어떤 식으로 그려갈 것인지는 자기 마음이다. 이 그림놀이는 창의력을 발달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여행을 할 때, 미술 관람을 할 때 미리 공부를 하면 좀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때로는 부딪히고 헤매는 시간 속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해석이 마치 나의 해석인 것처럼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보를 많이 습득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잠시 멈춰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해보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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