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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r 20. 2019

1인당 국민소득이 내 소득을 절대 말해주지 못하는 이유

한국 3인 가구 월평균 소득이 536만 원인 까닭.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경제경영 해설사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1인당 국민소득이 국민의 평균 소득을 말해주지 못 하는 이유. 도시에 사는 3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6만 9000원이다. 진짜 평균 소득이 알고 싶으면 국민소득 대신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봐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2019년 3월 한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400만 원을 돌파했는데요. 


이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1인당 국민소득이 3400만 원이니까 3인 가구면 소득이 3400만 원에 3을 곱해서 약 1억 200만 원이 돼야 하고, 4인 가구면 4를 곱해서 약 1억 3200만 원이 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일 년 1억 원이 넘게 버는 분들을 찾아보는 게 쉽지는 않은데요. 


그러다 보니 ‘1인당 국민소득이 3400만 원이 넘는다는데 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이만큼 벌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갖거나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 돈을 잘 못 버는 건가’하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 거 같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X식구 수 만큼 벌지 못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소득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정확하게 따져보면 1인당 국민소득에 가족 수를 곱한 만큼 벌지 못 하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습니다. 오늘 방송에서는 국민소득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쉽게 설명드리고, 한국인들의 평균 소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라는 통계를 살펴보는 게 보다 더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2018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이 역사상 최초로 3만 달러를 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은행은 2019년 3월 5일 전년도인 2018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이 3만 1349달러, 3449만 4000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12년 만에 3만 달러의 벽을 넘어선 것인데요. 


1인당 국민소득은, GNI(Gross National Income)라고 불리는 국민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값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한국은 이른바 30-50클럽이라 불리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30-50클럽은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나라들 중에서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들을 부르는 말인데요. 탄탄한 경제력과 상당한 규모의 인구수를 둘 다 갖추고 있는 선진국들이라고 이해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전 세계에서 30-50클럽에 속한 나라는 모두 일곱 나라입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이 여섯 나라에 이번에 이름을 올린 한국까지 모두 일곱 나라죠.     

  

경제성장을 막 시작했던 1963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수준이었으니 55년 만에 한국인들의 소득이 300배 넘게 늘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전 세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뤄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겼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분들이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이 10년 전, 5년 전보다 크게 좋아졌다고는 실감하지 못 하고 계신 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1인당 국민소득에 가족들 수를 곱해보고는, ‘우리 집은 1인당 국민소득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뽑은 top10 팟캐스트 '써먹는 경제경영'을 들으시면 다양한 경제 이슈에 대한 쉽고, 깊이있는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국민소득에는 개인, 기업, 정부가 번 모든 돈이 섞여있다


지금부터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겼다고 하더라도 한국인들이 진짜 손에 쥐는 평균 소득이 3만 달러, 3400만 원이 될 수 없는 까닭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인의 평균 소득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민소득 안에는 저나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처럼 개인들이 벌어들인 돈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벌어들인 돈까지 합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총소득,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말 때문에 국민 한 명, 한 명씩 개개인이 벌어들인 돈만을 말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이 안에는 큰 대기업부터 작은 회사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에다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들이 벌어들인 돈까지 모두 합쳐져 있습니다. 


다른 경제 개념과 마찬가지로 국민총소득도 경제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드리면 그 뜻이 매우 복잡합니다. 국민총소득도 마찬가지인데요. 공식적으로 말씀드리면 국내총생산, GDP를 먼저 구한 뒤 여기에다가 한국인과 한국 기업 등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더하고 또 외국인과 외국 기업 등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빼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다 설명드리면 너무 복잡해서 청취자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우실 텐데요. 그래서 이번 방송에서는 그냥 한국인과 한국 기업이 일 년 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돈, 즉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해서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합한 값이 국민총소득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만 이해하셔도 충분합니다.


대신 꼭 기억하셔야 할 한 가지는 국민총소득에서 말하는 국민이 한 명, 한 명의 개인들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개인을 말할 때 주로 가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국민소득에서 말하는 국민은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주체들을 말하고요. 국민소득인 이들 모든 경제주체들이 벌어들인 돈을 합한 값입니다.   


그렇다면 전체 국민소득 중에서 개인, 기업, 정부가 각각 벌어들인 돈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이 비율을 알아야 1인당 국민소득 중에서 진짜로 한국인 개개인의 평균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방송을 녹음하고 있는 2019년 3월에 구할 수 있는 최신 통계는 2017년 국민소득을 대상으로 한 분석 자료인데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개인이 벌어들인 돈만 보고 싶다면 PGDI를 봐야 한다


국민소득 통계 중에서 개인이 벌어들인 소득만을 말해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자료를 공식 용어로 가계총처분가능소득, 영어 줄임말로는 PGDI(Personal Gross Disposable Income)라고 부릅니다. 총처분가능소득이라는 말은 우리가 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가처분소득이란 말과 같은 뜻입니다. 


PGDI를 쉽게 설명드리면 개인들이 벌어들인 돈에서 세금이나 국민연금 같은 각종 연금을 뺀 금액으로 개인이 자기 뜻에 따라서 소비하거나 저축할 수 있는 돈을 말합니다. 벌어들인 돈에서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이라고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2017년 기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 1인당 PGDI는 1874만 2000원이었습니다. 같은 해 1인당 국민소득은 3363만 6000원이었는데요. 전체 국민소득 중에서 실제로 개인이 벌어들인 돈이 차지하는 비율은 55.72%였습니다. 절반이 조금 넘는 숫자인데요. 


1인당 국민소득을 이용해서 한국인들의 평균 소득을 구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입니다. 만약에 국민소득의 범위에 들어가는 통계를 사용해서 가구당 평균 소득을 구하고 싶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아닌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에 가족들의 수를 곱해보는 게 더 적절합니다. 




예를 들어서 남편과 아내, 자녀 한 명으로 이뤄진 3인 가구라고 하면 1인당 PGDI인 1874만 2000원에 3을 곱해보면 한국 3인 가구의 평균 소득을 짐작해볼 수 있게 됩니다. 이 경우엔 5622만 2000 원이 되는데요. 한 달에 세금과 연금을 나 내고 실제로 그 가족이 손에 쥐는 돈이 약 468만 원 정도가 됩니다. 


그냥 1인당 국민소득에 가족 수를 곱해서 계산하면 이 경우에 한 달에 약 840만 원을 버는 것으로 나오는 데 앞서 말한 금액과는 큰 차이가 나죠.   


그렇다면 나머지 경제 주체인 기업과 정부가 올리는 소득은 어떻게 될까요? 많은 분들이 기업이 올리는 소득이 회사가 사업을 해서 벌어들은 이익을 말한다는 건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정부가 버는 소득이란 게 어떤 돈을 말하는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정부가 하는 사업 그러니까 공기업이 벌어들인 돈과 정부가 갖고 있는 재산을 통해서 발생한 이자수입, 임대료 수입, 정부가 돈을 투자해서 벌어들인 정부출자수입 등이 정부 소득으로 잡히게 됩니다.



2017년 명목 국내총생산, GDP 1730조 4000억 원 중에서 기업 소득 348조 5000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에 달하고요. 정부 소득은 409조 8000억 원의 비중은 23.68%에 달합니다. 일반 개인들의 소득은 964조 2000억 원으로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 비중은 국민총생산의 55.72%입니다.    


결국 1인당 국민소득 중에서 개인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55%, 기업 소득은 20%, 정부 소득은 23%가량인데요. 1인당 국민소득 중에서 실제로 개인들이 벌어들인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1인당 국민소득 통계를 보시고 ‘우리 집이 다른 가족보다 돈을 못 버는 거 아닌가’하고 걱정하셨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맨 처음에 방송을 시작하면서 도시에 사는 3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6만 9000 원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숫자는 어디서 나온 통계일까요? 사실 정말로 평균 소득이 궁금하다면 국민소득이나 그 안에 속한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 통계 대신 더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평균 소득 조사는?


통계청이 매 분기마다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 결과인데요. 흔히들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이라 불리는 통계입니다. 이 통계는 말 그대로 도시 지역에서 일하는 근로자 가구가 매달 벌어들이는 평균 소득을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도시가 아닌 농어촌 지역은 통계 조사에서 제외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농민과 어민의 소득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도시 근로자라는 표현이 있지만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의 소득도 함께 포함돼 있습니다. 가족 중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는 집,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소득 관련 통계 조사 중에서 가장 넓고 촘촘한 조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내용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인터넷에서 국가통계포털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가신 다음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라고 한 번 더 검색하시면 최신 통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통계)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L9F028


이 통계는 가구원수, 그러니까 가족 수에 따라서 각 가정마다의 월평균 소득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간단히 숫자만 말씀드리면 2018년 4분기 기준 2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약 410만 원, 3인 가구는 536만 원, 4인 가구는 595만 원입니다.



이 액수를 들으셨을 때 청취자 분들은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어떤 분들한테는 너무 많은 금액인 거 같고 또 다른 반들한테는 다소 적게 느껴지는 금액이실 수 있는데요. 사실 저한테는 는 꽤나 높은 금액으로 느껴집니다. 정말로 평범한 한국의 가정이라면 매달 이 정도를 실제로 손에 쥐는 건 쉽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가구 소득 중의 하나인 근로소득이 각종 세금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빼지 않은 금액이라서 실제로 월급 통장에 꽂히는 금액보다 클 수밖에 없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요. 


또한 공적이전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조사 대상자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그리고 생계급여와 실업급여, 육아휴직수당, 양육수당 등도 모두 소득으로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금액도 여기 이 공적이전소득에 포함됩니다. 


또한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지 아니면 남편이나 아내 혼자 외벌이를 하는지에 따라서 가구 소득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는데요. 이 조사에서는 가족 수가 같은 가정들의 소득을 모두 더한 뒤 평균을 낸 값이라서 만약에 외벌이 가정이라면 이 통계에서 말하는 평균 소득보다 소득이 적은 것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이 자료는 통계청에서 매달마다 전국 918개 지역을 대상으로 약 8000가구에 달하는 가정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조사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조사하는 평균 소득 관련 자료로써는 그 신뢰도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균 소득이 궁금하시거나 이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다른 자료보다 이 자료를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1인당 국민소득이 국민의 평균 소득을 말해주지 못 하는 이유. 도시에 사는 3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6만 9000원이다. 진짜 평균 소득이 알고 싶으면 국민소득 대신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봐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오늘 방송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국민소득이 어떻게 계산되는 건지, 국민 소득 안에서 진짜로 한국의 평범한 개인들이 버는 돈은 얼마나 되는 건지에 대해서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셨길 바라면서 오늘 방송은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들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출간 한 달만에 1쇄 3000부를 모두 팔고, 교보문고 CEO 필독서로 선정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의 PDF 파일을 무료로 공유드립니다.)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베스트셀러 경제서적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의 저자 홍선표 기자가 지금 이 글처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보내드립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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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디오클립 top 10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 들으러가기')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유튜브에서도 '써먹는 경제경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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