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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an 08. 2018

친형마저 죽인 난세의 간웅은 어떻게 태평성대를 만들었나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황제에 오른 당 태종 이세민, 부하에겐 굽혔던 이유

가끔은 이런 세상에 고전을 읽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가급적 고전과 역사책, 평전, 경영서 등은 챙겨 읽으려 한다. 책에서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를 찾겠단 거창한 생각은 없다. 다만 실수를 좀 줄이는 삶을 살고 싶어서다. 앞서 산 사람들이 저질렀던 잘못들을 참고한다면 인생을 살면서 실수는 좀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책은 동양 제왕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정관정요>와 역사서의 대명사 <사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놓은 <난세에 통하는 리더의 계책>이다. 원전을 읽는 게 가장 좋은 독서겠지만 우선 아쉬운대로 요약된 책을 읽었다.

당 나라 시대를 다룬 중국 드라마

정관정요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친형을 죽이고 황위를 찬탈한 당 태종 이세민이 이후 나라를 다스리면서 어떻게 하면 국가를 잘 통치할 수 있을지 신하들과 함께 끊임없이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묶어 편찬했다.

이세민은 조선의 태종 이방원과 같은 유형의 인물이다. 현무문의 정변을 일으켜 친형이자 황태자인 이건성과 그를 따르던 무리들을 모조리 참살한 뒤 창업주인 아버지로부터 황위를 이어받았다.


잔혹한 수법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그가 통치하던 시절의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였던 시기로 평가받는다. 그의 치세를 칭하는 ‘정관지치’(626~649)를 거치며 당나라는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번영,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는 제국으로 비로써 거듭나게 된다.

친형마저 죽여버릴 정도로 잔혹한 인물이던 당 태종이 어떻게 역사상 손꼽히는 성군이 됐을까? 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정관정요를 읽으면 된다.

당 태종 이세민


<난세에 통하는 리더의 계책>에서 말하는 이세민의 성공 비결은 ‘난세에는 힘을 바탕으로 한 패도로 권력을 쟁취하고 일단 정권을 장악해 나라를 다스리게된 후에는 인의를 바탕으로 한 왕도로 나라를 다스렸다’는 것이다. 득천하(천하를 얻는 것)와 치천하(천하를 다스리는 것)에 필요한 리더십이 다른 만큼 상황에 따라 리더는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책에서는 <정관정요>에서 배울 수 있는 조직 경영의 원칙으로 모두 12가지를 들고 있다. ‘과감히 승부수를 던지는 결단계’, ‘조직원부터 이롭게 하는 이민계’, ‘상과 벌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상벌계’, ‘늘 막힘 없이 교신하는 소통계’ 등이다.


위와 같은 원칙을 설명하는 여러 일화들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불 같은 성격을 억누르고 신하들의 직언을 참고 들었던 이세민의 모습이었다. 그는 원래 아버지 당 고조 이연과 함께 말 위에 올라 전장을 누비며 중국을 통일한 무장이었다. 그만큼 성격이 불 같은 걸로 유명했다.

<정관정요>와 <사기>에서 배우는 리더십에 대해 설명하는 책

책을 보면 이세민은 집권 초기만 해도 이런 성격을 버리지 못했다. 그의 기세에 눌린 문부백관들은 모두 그의 기세에 눌려 그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했다. 조그만 부서에서라도 부원들이 상사의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하면 그 부서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한 국가를 통치할 때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신하들이 자신을 두려워해 제대로 의견을 내놓지 못한 다는 걸 뒤늦게 안 그는 이후부터 신하들을 만날 때마다 표정을 부드럽게 하고 명령을 내려 고위 관료들과 국사를 논할 때는 간언을 전담하는, 즉 황제에게 쓴소리 하는 게 임무인 간의대부도 반드시 들어오게 한다.


물론 이세민도 사람인 이상 신하들의 쓴소리에 항상 평정을 유지했던 건 아니다. 하루는 신하 위징이 자신한테 거의 대들 듯이 말하자 조회를 마치고 내전에 들어와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황후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위징 그 시골 촌놈이 조회에서 또 짐에게 대들었소. 이 시골뜨기를 죽이지 않으면 내 마음속의 한을 풀 방법이 없을 것 같소”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당 태종

다행히 지혜로운 여자였던 장손황후가 예복을 갖춰입고 들어와 절을 하며 축하하며 황제가 성군이기에 위징 같은 신하가 직언을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자 그도 바로 분노를 가라앉히고 기뻐했다고 한다.


이 글을 쓰기 조금 전 권투장에서 운동을 했다. 체육관에 틀어놓은 TV에서 재판을 받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나왔다. 관장님과의 대화 속에서 화무십일홍이란 한자성어가 나왔다. 꼭 그뿐만 아니라 퇴임 이후 재판을 받거나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모습을 봐야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수천년 역사를 보면 권력이란 결국 길어야 열흘이면 저무는 꽃잎처럼 허무한 것인데 어째서 다들 자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단 말이 오갔다.

아무리 역사 속에서 허무하게 스러져간 권력자들의 말로를 봐도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쓴소리를 멀리하고 입에 발린 소리를 좋아하는 것도.


서양 제왕학의 고전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통틀어 권력자들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왜 달라지는 게 없을까?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부하들이 어떤 의견이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조직 구성원들의 하루가 상사의 그날 심기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기가 기분이 안좋다고 짜증난 티를 팍팍 내는 상사, 기분이 좋을 땐 모든 게 다 오케이다가도 기분이 안좋아지면 하나하나 태클을 거는 상사.

회사가 놀이터인냥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리더의 자격이 없지 않을까?

리더는 자기 맘대로 놀이터를 누비면서 맘에 안들면 모래를 집어 던지는 골목대장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생계 터전이자 다른 회사와 격전을 벌이는 전쟁터인 회사에서 자신의 사감을 숨김없이 드러내 업무 효율성과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리더는 리더의 자격이 없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리더는 부하들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어떤 일에든 의연하게 대처해 조직 구성원들이 눈치보는 데 목을 매게 하거나 불안함에 떨게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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