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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r 01. 2020

땅콩박사, 조지 워싱턴 카버를 아시나요?

노예로 태어난 흑인 소년은 어떻게 수백만 미국 농민을 구해냈을까?

“내가 올라온 높이로 나를 재지 말고, 내가 헤쳐 나온 깊이로 나를 재 주십시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미국의 농업학자 조지 워싱턴 버에 대한 평전인 <땅콩박사>입니다. 카버 박사는 남북전쟁 중간에 태어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몇 년 전에 숨을 거둔 인물인데요.


자신의 이름보다는 책의 제목인 ‘땅콩박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인물입니다.


흑인 노예로 태어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마적 떼에게 어머니가 납치당해 평생 다시는 보지 못하는 시련과 자라면서 숱한 인종 차별을 겪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농업을 배우고, 연구한 학자입니다.


땅콩을 재배하던 수백만 명의 미국 농민들이 땅콩값 급락으로 생계에 위기를 겪자 땅콩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자신의 농업지식을 바탕으로 땅콩버터, 땅콩 우유, 인조고기, 구두약, 음료 등 땅콩을 활용한 여러 식품과 발명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에게 땅콩박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죠.



제가 조지 워싱턴 카버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농업 로봇공학‧인공지능 전문가인 서현권 동아대 교수님을 인터뷰하면서였는데요.


서 교수님은 미션 스쿨에 다니던 고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읽게 됐다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농업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서 교수님은 대학 시절 미국 아이오와대학교로 유학을 가면서 농업을 공부하게 되는데요. 이곳 아이오와대학교는 조지 워싱턴 카버 박사가 처음 농학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곳입니다. 카버 박사는 대학교 졸업 후에도 이곳에 남아 계속해서 농업을 연구했죠.


얼마 전에 서 교수님을 만났을 때는 “아이오와대학에 카버홀이라는 그의 이름을 딴 공간이 있어서 정말 반가웠는데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조지 워싱턴 카버’가 누군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깜짝 놀라고 실망했다”며


“아마 그가 백인이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유명한 미국의 영웅 중 한 명이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생을 미국 농업 발전에 바친 헌신과 땅콩을 활용한 수많은 식품과 발명품을 만들어내 수백만 농민의 삶을 지켜낸 공로 덕분에 그는 살면서 당대 최고의 인물들과 교류하며 지낼 수 있었는데요.


캘빈 쿨리지, 프랭클린 루스벨트 같은 당시 미국 대통령들이 그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고, 포드자동차를 만든 포드와 인도의 독립운동가 간디 역시 그의 절친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서 교수님께 처음 이 땅콩박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떤 분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땅콩박사>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미 절판된 지 오래된 책이라 서점에서는 팔지 않고, 도서관에 가야만 빌릴 수 있는 책이라 한동안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서 교수님께서 경북 칠곡 본가에 있던 책을 어머님께 부탁하셔서 제게 보내주셨네요. 덕분에 아주 재밌게 잘 읽고 있었습니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인 데다 어린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과 같은 문체로 쓰여 있어서 읽는데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아직 책을 다 읽지도 않았지만 먼저 이렇게 조지 워싱턴 커버 박사에 대한 글을 남기는 건 조금 전 지하철에 앉아 읽었던 그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다룬 내용이 마음에 참 와 닿았고, 책에 나온 문장들을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백인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던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자신의 양부모 격인 모세스 부부에게 찾아가 말하지만 “조지야, 너는 학교에 갈 수 없단다. 그 학교에서는 흑인 아이는 받아주지 않아요”라는 대답을 듣게 되는데요.


이 말을 들은 어린 조지가 홀로 숲 속으로 들어가 우는 장면을 묘사한 문단을 보니 이 내용을 꼭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땅콩박사> 29페이지


물론 그는 자기가 흑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거울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기의 얼굴이나 손 색깔이 아저씨나 아줌마의 것보다 검다는 것뿐이지, 그 이상 달리 생각하지 않았다.


장미꽃에도 붉은 장미가 있고 노란 장미가 있지 않은가? 어느 꽃이 더 나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사람에게서는 피부가 흰 사람이 검은 사람보다 낫다는 것이 아닌가?


정신이 아찔해진 조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이 알고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옳고 그른 것을 분간할 수 없었다.


그가 믿기로는 자연계의 모든 것에는 그런 구별이 없다. 햇빛은 검정이니 흰 것이니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비추어 준다. 또 비가 내릴 때에도 그런 구별이 없다. 이런 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또한 당연히 그래야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더군다나 옳고 그른 것을 분간할 줄 아는 어른들이 그런 부당한 일을 하고 있다니, 참 기막힌 일이었다. 그는 너무도 원통하여 땅에 엎드려 울었다. 그러나 자기의 꿈은 절대로 버리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어린 조지는 이후 배움의 길을 찾아 자신을 키워준 모세스 부부를 떠나 홀로 살아가게 되는데요.


<땅콩박사>를 모두 읽고 나서 느낀 점과 카버 박사의 인생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른 글을 통해서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꿈은 절대로 버리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땅콩박사, 조지 워싱턴 카버의 삶에 대해 찬찬히 설명해주는 홍선표 기자의 유튜브)



(앞서 언급한 서현권 교수님 인터뷰 기사)


(손정의, 앙겔라 메르켈, 빌 게이츠, 레이 달리오, 윈스턴 처칠, 이나모리 가즈오 등 탁월한 리더와 창업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23가지의 사례를 쉽고, 깊이있게 다룬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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