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은 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사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4차산업혁명 시대 내 일자리는 괜찮은 걸까? 의사, 변호사, 회계사 , 교육자 등 전문직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 부자의 책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를 바탕으로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전문직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기술혁신이 가져올 변화의 바람에 안심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단순히 책 내용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현재 신문사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미디어 업계의 일자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로봇 기자,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공지능 기자가 등장한 건 2016년입니다. 경제매체인 파이낸셜뉴스가 2016년 1월 서울대 이준환·서봉연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사 작성 알고리즘 로봇 ‘IamFNBOT’를 도입한 게 처음입니다. 로봇 기자가 쓴 첫 기사는 2016년 1월 21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다룬 증권기사였습니다. ( 최근엔 로봇 기자의 활용 범위가 높아져서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로봇 기자가 경기 결과에 대한 기사를 대거 쏟아냈습니다.)
최근엔 로봇 기자의 활용 범위가 높아져서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로봇 기자가 경기 결과에 대한 기사를 대거 쏟아냈습니다.
사실 국내에 ‘로봇 기자’가 처음 등장해서 기사를 썼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저를 포함한 기자 대부분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원래 증권 시황 기사나 스포츠 경기 기사는 쓰는 게 단순하잖아. 어떤 주식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어느 팀이 이겼는지 졌는지만 잘 정리하면 되는 거니까 대단한 거 아냐’
아무리 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기사는 따로 있으니까 별달리 걱정할 게 없다는 투였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직업들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더라도 글 쓰는 직업만큼은 로봇이 결코 넘볼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로봇 기자가 ‘자잘한’ 기사들을 처리해주면 인간 기자들은 오히려 더 심층적이고 현장 취재 내용이 풍부한 기사를 쓸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던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전문직의 미래>(The future of the profession)를 읽고 나니까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책에 나온 대로라면 변호사, 의사, 건축가, 회계사, 성직자, 교사 등 사람들이 전문직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직업들이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게 무리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 책을 쓴 저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영국인인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 부자(父子)가 집필했습니다. 아버지 리처드 서스킨드는 30여 년간 기술이 전문직에 가져올 변화를 연구해온 법률 기술 전문가입니다. 그가 쓴 변호사의 종말과 내일의 변호사는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이 책을 출판할 당시에 그는 영국 대법관의 IT 자문위원,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자문위원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경영 분야에 대한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상반기 top10에 선정된 채널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1990년대에 내가 앞으로는 의뢰인과 변호사들이 이메일로 업무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거란 이야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엄청난 비판과 조롱에 시달렸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 말만 봐도 그가 미래 사회의 기술혁신에 대해 나름의 선견지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리처드 서킨드와 그의 아들 대니얼 서스킨드는 이 책에서 오늘날 전문직의 영역에 있는 직업들이 앞으로 점차 그 위상이 약해지거나 직업 자체가 없어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전문직 대부분이 소멸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과거에는 베일에 쌓여있던 전문직 업무도 사실 하나하나 그 공정을 분석해보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단순 업무의 비중이 높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변호사를 예로 들면 소송 관련 서류 분석, 판례 분석 등의 검색 업무는 자동화 검색시스템을 사용하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한 자료를 더욱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환자의 증상을 보고 병을 진단할 때도 그동안의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처리하면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오진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전문직 업무에 속해있는 반복적인 업무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만큼 과거처럼 그 일을 하는 데 고비용의 전문직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인공지능 시스템에게 맡겨버리거나 아니면 과거 전문직보단 훈련 기간이 짧은 준전문가 집단 예를 들어 법무사나 간호사가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서 일하도록 하면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동안은 쌓아두기만 하고 아무런 활용도 하지 못하던 각종 문서 자료들이 이제는 디지털 문서로 작성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그동안 전문가 집단이 도제식 교육으로 독점해왔던 특정한 사례와 그에 대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그 처치 결과에 대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됐다는 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이 이유는 바로 뒤이어 말씀드릴 인공지능의 발전과도 연결되는 데요.
사람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했다는 게 전문직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 번째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절대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로, 기계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듭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든 못하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므로 굳이 사람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죠,
과거 1980년대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따라 사고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1980년대 한때 붐이 일었던 인공지능 연구가 그 이후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건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의 저자들에 따르면 오늘날의 인공지능 연구는 그 목적이 달라졌습니다.
오늘날에는 인공지능이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생각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한 가지 현상을 보고 그것의 맥락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도록 하지 않습니다. 대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쏟아부은 다음에 인공지능이 그런 데이터를 분석해 해답을 찾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변호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인간 변호사는 의뢰인이 왔을 때 그 사람의 케이스 하나하나를 분석해 그것에 알맞은 소송 전략을 조언해줍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개별 사례를 뜯어보는 대신 그간 축적된 엄청난 양의 사례를 순식간에 분석해서 의뢰인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 게 최적인지를 찾아냅니다. 오늘날 전문직의 업무 방식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공예 장인과 같다고 하면 인공지능은 공장식 대량 생산형 서비스와 같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반론도 나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전문직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한다고 해도 업무의 결과물이 인간보다 나을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일단 장기적으로 분명히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기적으론 인공지능의 성과물이 인간보다 못할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인공지능이 전문직을 대체할 네 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날의 전문직 서비스는 그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비록 탁월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진 못하고 평범한 수준의 서비스에만 머문다고 해도 매우 저렴한 가격의 인공지능 플랫폼 서비스를 택할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전문직 서비스는 일단 이용자가 모여들수록 더욱 그 성능이 향상될 수밖에 없는데요. 일단 한번 시스템을 구축하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더욱더 많은 사람의 사례가 축적될수록 서비스의 성능이 높아지는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 덕분입니다.
이 책을 읽은 다음에 기자로서 제가 하고 있는 저의 업무를 하나하나 분석해봤는데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과연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제가 했던 단계를 따라서 여러분의 업무를 분석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저의 업무를 분석해보니 앞으로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하면 기자 일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대체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기자의 기본 업무 중 하나인 기삿거리 찾기는 인공지능의 정보검색 능력을 활용하면 대체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메일 계정으로 들어오는 각종 보도자료를 분석하고, 인터넷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를 분석해내면 독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기삿거리를 찾는 건 힘든 일이 아닐 거 같았습니다.
일단 기삿거리를 찾았다고 하면 저인망식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모든 자료를 인터넷 등에서 긁어모으면 되겠죠. 과거 신문 기사만 잘 분석하더라도 특정 이슈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 같습니다. 인공지능의 빅 데이터 분석이면 각종 통계와 연구논문 등을 분석해 인간 기자보다 더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추는 데도 문제가 없고. 개별 이슈에 대한 전문가의 논평은 그들이 소셜 네트워크에 올린 글만 잘 추려도 문제가 없을 거 같습니다.
글 쓰는 작업도 크게 어렵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스트레이트, 해설, 인터뷰 등 기사 종류마다 해당 포맷을 입력하고 그 형식에 맞춰 사실 관계를 잘 붙이기만 해도 나름대로 괜찮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편집이야 이미 인공지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분야입니다. 독자들에 따라 같은 기사라고 해도 제목이 다르게 노출되고,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기사만 보여주는 방식은 이미 폭넓게 퍼져가고 있습니다.
네이버만 해도 Airs 뉴스를 통해 독자들의 취향에 맞춘 기사만 따로 제공하고 있고 또 오는 하반기부터는 성별과 연령, 그동안의 인터넷 이용 습관에 따라 검색과 뉴스 배열을 달리해서 보여주는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이미 버즈피드와 중국 진르토우티아오 같은 해외 미디어에서는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여러분이 생각하실 때는 본인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4차산업혁명 시대 내 일자리는 괜찮은 걸까?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해봤습니다. 사실 변호사, 의사, 건축가, 성직자, 교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 이용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품을 선택할 때보다 독자들의 선택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발전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용을 따져봤을 때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그다지 나쁘지 않고,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인간 전문직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뛰어넘는다고 하면 매우 높은 비용을 들여가며 인간의 서비스를 택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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