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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un 03. 2020

역사에서 배운, 사람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가르쳐준 <자치통감>

지난달부터 읽기 시작한 <자치통감>이 4권째에 접어들었네요. 중국 전국시대부터 시작해 당나라 시대까지 1362년의 역사를 다룬 책인데, 이제 겨우 한나라 초중반 시대를 읽고 있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네요. 전체 분량으로 치면 대략 13% 정도를 읽은 거 같습니다.      


비록 앞으로 읽어야 할 내용이 훨씬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중국 전국시대부터 기원전 67년 한선제의 즉위 시기까지 몇백 년의 역사를 다룬 내용을 읽다 보니 이런저런 많은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조만간 ‘<자치통감>에서 배운 4가지 인생의 원칙’과 같은 제목으로 글을 한 편 써보려고 합니다.     


세종, 마오쩌둥, 정약용, 사카모토 료마, 쿠빌라이 칸, 김옥균처럼 서로 다른 시대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갔지만 자신이 몸담은 세상의 판을 통째로 뒤흔들려했던 역사 속의 인물들이 왜 모두들 <자치통감>을 끼고 살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생각한 답을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고 신동준 박사님이 번역한 <자치통감>


세상의 판을 새로 짜려했던 인물들의 필독서


마오쩌둥은 살면서 <자치통감>을 모두 17번 읽었고, 세종대왕은 즉위한 이후에 <자치통감>을 요약해 쉽게 풀이한 <자치통감강목>을 편찬해 전국에 보급했고,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 칸도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자치통감>을 몽골어로 번역하게 했죠.     


오늘 막 읽기 시작한 내용은 한선제가 즉위 초기를 다룬 부분인데요. 전국시대부터 한나라 초중반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군왕, 대신, 장군, 책사, 협객, 학자들을 통틀어서 한선제만큼 역경 많은 인생을 걸어오고 또 그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의 묘미를 보여주는 인물도 없는 거 같습니다.     


한선제는 황태자의 아들로 태어났는데요. 당시 황제이던 한소제는 그의 작은 할아버지로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형의 아들(한선제의 아버지를) 자신의 후계자인 황태자로 삼았습니다. 황태자의 아들이었던 만큼 그가 별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황위에 올랐을 거라고 생각하실 분이 많으실 겁니다.     


(처음 썼던 글에서는 제가 착각해서 한선제를 한소제의 손자라고 잘못 적었었는데요. 한선제는 한무제의 증손자이고 한소제는 그의 작은 할아버지입니다. 아들이 없던 한소제가 조카를 황태자로 삼았던 거고 한선제는 그 황태자의 아들이었습니다. 독자분께서 이 내용에 대해 지적해주셔서 글을 수정합니다.)  


하지만 한선제는 어린 시절을 음침하고 퀴퀴한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고, 황제에 오르기 전까지는 평민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는데요.


영화 <황후화> 속 한 장면


황제의 손자였지만 어린시절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던 한 선제


그 이유는 황태자이던 그의 아버지가 황제에게 대항해 군사를 일으켰고, 이 전투에서 패하며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황제를 향해 반란을 꾀한 역적의 아들이었던 만큼 어린 시절의 한선제 역시 반역도당의 무리로 취급당했고 황족의 지위를 박탈당한 채 감옥에 갇힐 수밖에 없었죠.     


한선제의 아버지였던 황태자가 반란을 일으킨 건 황위를 찬탈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간신들의 무리가 황제에게 자신을 모함해 생명이 위태로운 처지에 몰리자 살아남기 위해 군대를 일으켰던 건데요.


하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급한 마음에 군사를 일으켰던 만큼 황태자의 군대는 황제의 군대를 당해낼 수 없었고 황태자는 결국 죽음에 처하게 됩니다.     


주윤발과 공리가 나왔던 <황후화> 같은 영화나 무협소설·드라마 <랑야방>을 보면 황제의 군대와 황태자의 군대가 황궁을 배경으로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플롯의 시초가 되는 역사 속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랑야방> 속 한 장면


그리고 아버지의 잘못으로 인해 한선제는 제국을 이어받을 후계자에서 반역자의 아들로 한순간이 신분이 밑바닥으로 떨어진 채 감옥에 갇혀 지내게 되는데요. 이때 한선제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던 허 씨 성을 가진 하급 관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한선제가 수감돼 있을 때부터 고기와 양식을 몰래 넣어주면서 그를 챙기고 감옥에서 나온 뒤에는 그를 자신의 딸과 혼인시킵니다.


(제가 한선제의 어린 시절이 나와있는 <자치통감> 3권을 읽은 지 몇 주가 지나서 한선제를 돌봤던 하급 관원과 나중에 그를 사위로 삼은 허 씨 성의 관원이 동일 인물이었는지는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     


한선제의 할아버지인 한소제가 죽고 난 뒤 그 자리는 창읍왕이라고 불렸던 한 황족에게 돌아가는 데요. 거만하고 사치와 향락을 일삼던 창읍왕은 즉위한 지 얼마 안돼 신하들에 의해 쫓겨나게 됩니다. 신하들이 뜻을 모아 세웠던 방계 출신 황제였던 만큼 정통성이 약했기에 신하들이 의견을 모아 제위에서 내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창읍왕이 물러난 이후 마땅한 황위 계승자를 찾지 못하던 한나라 조정은 결국 폐태자의 아들인 한선제를 황제로 추대하게 되는데요. 태어난 지 얼마 안돼 황족의 지위를 박탈당한 채 평생 평민으로 살아왔던 한선제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이죠.     


그동안 읽었던 고 신동준 박사님의 책. 동양고전을 쉽게 번역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린 신동준 박사님을 기리며.


역사를 읽는 이유는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황제로 즉위하긴 했어도 한선제 역시 처음부터 권력을 휘두를 수는 없었습니다. 전 황제의 손자라는 핏줄을 타고났지만 자신의 아버지는 반역자였고 자기 역시 신하들 덕분에 황제가 됐으니까요.


이 부분을 읽으며 약간 조선시대 정조의 모습이 겹쳐 보였는데요. 당나라의 사살싱의 창업군주였지만 아버지로부터 황위를 이어받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형제들을 살해하고 보위에 올랐던 당 태종 이세민의 모습을 보면면 조선의 태종 이방원이 떠오르는 것과 비슷하죠.


이처럼 역사를 읽다보면 짧게는 몇십년에서 길게는 천년이 넘는 간격을 두고 비슷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과거에 있었던 비슷한 여러 사례들을 찬찬히 살핌으로써 현재 내가 마주하고 읶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게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니까요.  


앞서 한선제가 평민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허 씨 성을 가진 관원의 딸과 결혼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한선제가 황제가 되면서 황후가 된 이 허 황후는 당시 한나라를 쥐락펴락하던 곽씨 일족의 술수에 걸려 독살당합니다.


한선제가 황제가 된 이후 곽씨 집안에서 자기 딸을 한선제에게 시집보냈는데, 허 황후가 있으면 자신들이 현 황제의 외척이 돼 한나라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허 황후를 제거한 것이죠.     



황제라도 힘이 없으면 엎드려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막 읽고 있는 부분은 이처럼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 황제가 된 한선제가 조용히 힘을 키운 뒤 그 이전 수십 년 동안 외척 가문으로써 권력을 휘둘러온 곽씨 집안을 제거하려는 부분입니다.     


<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報仇 十年不晩),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서 해도 늦지 않다’라는 뜻의 문구인데요. 이 말처럼 중국 역사를 보면 자기가 힘이 없을 때는 웃는 얼굴로 납작 엎드린 채로 언젠가 찾아올 복수의 날을 기다리며 칼을 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오면 단칼에 원수를 쓰러뜨리는 사례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요.    

  

비록 황제였지만 실권이 없던 한선제 역시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힘을 키우고, 권력을 장악해나갔던 것이죠.     

아직 4권 초입부라서 앞으로 한선제의 치세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껏 말씀드린 내용만 떠올려봐도 한선제라는 인물의 인생이 정말 흥미진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선제의 사례를 통해서 배운 교훈은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 결코 누구에게도 무례하게 굴지 말라’입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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