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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un 27. 2020

시각장애인학교 학생회 친구들이 보낸 편지를 보고 느낀점

기부금을 낸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 전 식당에서 밥을 먹다 TV를 봤는데 자선단체들의 광고가 3,4편씩 연달아 나오더군요. 


굶주리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 환경파괴 때문에 점점 사라져 가는 동물들의 모습 위로 심각한 목소리 톤의 유명 배우의 내레이션이 흐르고 


마지막에 가서는 흰색이나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유명 배우가 나와 화면에 뜬 전화번호를 가리키며 이곳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달라는 형식이었습니다.


어제 편집국 당직을 서면서 TV를 봤을 때도 똑같은 장면이 반복됐고요. 여러 단체들이 서로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광고를 하는 통에 화면에 나온 단체 이름만 가리면 어느 단체의 광고인지 구별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제공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이라는 게 입증이 돼서 이런 광고들이 연달아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다 저렇게 똑같은 형식으로 광고를 만들어 내보내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부도 안 하는 사람이 괜히 어설프게 책 한 권 읽고 와서 좋은 일 하는 자선단체들 욕한다고 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는 지난해 연말정산 기준 약 150만 원 정도를 기부금으로 냈습니다. 


책 인세의 20%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독자님들에게 밝혔고, 약속했던 대로 한 건데요.


올해 내놓은 두 번째 책에서도 똑같은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인세가 좀 쌓이면 그 돈을 어디에 기부할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 TV에서 봤던 그 단체들에는 기부를 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워낙 규모가 큰 단체들이라 제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분들이 기부를 해주실 거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이고요. 두 번째 이유는 그 단체들의 광고만 봤을 때 딱히 이곳에 꼭 기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 기부한 인세 중에서 80만 원은 시각장애인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한테 보냈는데요. 이 학교에서 학생들 공부를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지인에게 소개받아서 인연이 맺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쯤인가 올해 초에 이 학교 학생회 이름으로 편지가 한 통 왔는데요. 기부를 해줘서 고맙고 그 돈 덕분에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내용의 편지였죠. 


A4 용지 한 장에 인쇄돼 발송된 편지였습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인만큼 직접 손으로 써서 보내는 건 힘들 테고, 많은 분들이 기부에 동참하셨을 테니 일일이 다 손으로 써서 보내기엔 시간도 부족을 겁니다.


사실 이 편지의 내용을 학생들이 정말 쓴 건지, 아니면 학교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작성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학교 측에서 기부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발송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되고요. 


그래도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제가 기부금을 전해줬던 학생이 속한 시각장애인학교 학생회 친구들로부터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으니까 기분이 뿌듯하긴 하더군요. 그리 대단한 내용이 있는 편지는 아니었지만 그 내용을 몇 번씩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기부했던 또 다른 단체에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정리한 연차 보고서를 보낸다고 했을 때 ‘괜찮으니 안 보내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던 것과는 달랐죠.  


만약 사람들이 모두 저와 비슷하다면 기부금을 낸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자기가 낸 돈 덕분에 어려웠던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진 다른 이들이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캇 해리슨 채리티:워터 설립자


그리고 제가 쓴 아래 링크 글의 주인공인 스캇 해리슨 <채리티: 워터> 설립자는 이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요.   


그가 2006년 설립한 채리티워터는 마실 물을 구하지 못해 고통받는 저개발국가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걸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지금껏 15년 동안 전 세계 28개국에서 5만 1438건의 프로젝트(우물·정수시설 설치)를 마무리해 1125만 2945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채리티워터가 모은 기부금은 829억 원으로 그 규모가 작지 않은 국제 자선단체죠.


그리고 채리티워터를 설립하기 전 스캇 해리슨은 10년간 미국 뉴욕의 밤 문화를 주름잡았던 나이트클럽 프로모터였습니다. 프로모터라는 표현은 좀 고상한 거 같고 약간 속되게 말하면 ‘대형 호객꾼’ 정도로 표현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나이트클럽 프로모터 시절의 스캇 해리슨


매일 밤마다 예쁜 여자들과 함께 뉴욕의 클럽과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술을 들이키고, 샴페인을 사람들에게 뿌리고, 그러다 마약에 취해 쓰러지는 생활이 10년간 반복됐죠.


전직 나이트클럽 프로모터와 국제 자선단체 설립자. 이 둘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없을 텐데요. 


그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책 <채리티: 워터>에서 “수천 달러의 빚을 진 전직 나이트클럽 프로모터가 친구의 은밀한 마약소굴에서 자선단체를 시작했다”라며 자신이 처음 단체를 시작하던 시절을 익살스럽게 묘사합니다. 


이번 글에선 스캇 해리슨이 채리티워터를 세워 지금과 같은 규모로 성장시키고 1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가족들고 함께한 스캇 해리슨


첫째, 기부자들이 자신이 낸 돈이 어느 국가의 어떤 프로젝트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둘째, 기부자들에게 받은 기부금은 100% 현장 프로젝트에만 사용했습니다. 직원들의 월급, 임대료 등 단체 운영비는 별도의 후원을 통해서 마련했습니다. 


셋째, 기존 자선단체들과는 달리 사람들의 죄의식을 자극해 기부금을 모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기부 자체가 즐거운 축제와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이 비결들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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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표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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