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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un 25. 2018

실업률이 진짜 실업자 수를 알려주지 못하는 이유.

역대 최악 10.5% 청년 실업률 제대로 살펴보면 23.2%다.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실업률 4%인데 고용률은 61%인 이유. 청년 실업률 실제로 따져보면 23%가 넘는 까닭. 실업률 통계는 왜 진짜 실업자 수를 잡아내지 못하나>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실업률 통계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살펴보고 실업률 통계가 실제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평소에 ‘전체 실업률이 4~5%밖에 안된다는데 내 주변엔 왜 이렇게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 많지’라는 의문을 가지셨던 분이라면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방송이 되실 겁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여러 통계 자료 중에서 언론, 정부, 기업  등 외부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는 통계는 바로 실업률 통계입니다. 통계청에서는 매달 그 전달의 고용률과 실업률, 취업자 수와 실업자수에 대해 조사한 월별 고용동향 통계를 내놓습니다. 실업률 통계를 중요시하는 건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전 세계 국가들의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중앙은행, FED도 금리를 올릴지 말지를 결정할 때 실업률 통계를 포함한 고용 시장의 흐름을 주요한 판단 근거를 사용합니다.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실업률이야말로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이 처한 경제 상황이 어떤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선 최근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통계청에서 2018년 6월 15일에 발표한 2018년 5월 고용동향에는 한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이 그대로 묻어나는데요. 우선 전체 실업률은 4.0%로 지난해 5월에 비해 0.4% 포인트 올라갔습니다. 2000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청년 실업 문제는 좀 더 심각한데요. 청년 실업률은 10.5%로 지난해 5월에 비해 1.3% 포인트 올랐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취업자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18년 5월 기준 7만 2000명에 그쳤습니다. 이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통계 숫자만 말씀드리면 ‘이게 뭐가 문제지? 이 정도 상황이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실업률이 4%니까 나머지 96%는 일자리를 갖고 일한다는 거 아냐?, 청년 실업률이 10.5%면 청년 열명 중 9명은 일하고 있다는 거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방금과 같은 생각은 전혀 맞지 않는 생각입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찬찬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고용률과 실업률의 관계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2018년 5월 기준 국내 실업률은 4%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고용률은 얼마일까요? 100에서 4% 포인트를 뺀 96%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18년 5월 기준 고용률은 61.3%에 그치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실업률이 4%니까 고용률은 96%가 돼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죠. 그렇다면 실업률은 왜 100에서 고용률 61.3%를 뺀 38.7%가 아니라 4%인 걸까요? 그건 통계에서 정의하는 취업자와 실업자의 정의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용률과 실업률을 계산할 때는 흔히 생산가능인구라고 불리는 만 15세 이상 인구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만 15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까지 대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2018년 5월 기준 국내 만 15세 이상 인구는 4414만 1000명입니다. 일단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만 15세가 넘었다고 해서 모두 다 취업자나 실업자로 계산되는 건 아닙니다.

  만 15세 이상 인구도 일할 능력과 의사에 따라서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뉘게 됩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사람들 중에서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집안에서 가사 일을 맡고 있는 전업 가정주부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 나이가 너무 많아 일을 하기 힘든 노인들, 정신적인 장애로 일을 하기 힘든 심신장애자 등이 이 같은 범주에 들어갑니다. 이들뿐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구직활동을 멈춘 구직단념자 등도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게 됩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일할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라고 하는데요. 2018년 5월 기준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595만 6000명이 됩니다. 그리고 만 15세 이상 인구 4414만 1000명에서 비경제활동인구 1595만 6000명을 빼면 2818만 4000명이 되는데요. 이 인원이야말로 비로소 취업자와 실업자로 분류되는 경제활동인구입니다. 생산가능인구에서 비경제활동인구를 뺀 숫자가 바로 경제활동인구가 되는 거고 이 안에서만 실업률 통계가 결정되게 됩니다. 실업률이 4%라고 해서 전체 국민의 96%가 일자리를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직업을 갖지 못한 실업자의 비율만을 계산하는 통계입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이 글을 비롯한 다양한 경제 이슈들에 대한 깊이있는 설명을 듣고 싶으시다면 본문 하단 팟캐스트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 10 채널로 선정됐습니다.)

  이처럼 고용률과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2818만여 명 중에서만 계산되는데요. 그렇다면 실업률 통계에서 정의하는 실업자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만 하는 걸까요? 이 조건들을 잘 따져보면 실업률 통계가 실제보다 실업자 수를 줄여서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국제노동기구 ILO가 정의한 세 가지 조건에 따라 실업자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통계에서 말하는 실업자가 되기 위해선 첫째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둘째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 셋째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해온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분명 나름대로 타당한 조건이긴 하지만 현실에 적용될 때는 여러 문제점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는 취업 준비생들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실업자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지난 4주간 입사 원사를 내거나 면접을 보는 등 취업을 위한 실제 구직 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많은 수의 취업 준비생들이 매일 입사 원사를 내는 건 아닙니다. 기업 채용 시즌이 되면 원서를 집중적으로 몰아서내다가도 채용 시즌이 지나면 집이나 도서관, 독서실, 학원 등에서 취업을 위한 공부나 준비를 하죠.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1년에 한 번만 시험을 치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의 경우에는 일 년에 몇 번만 입사 원서를 쓰는 경우가 특히나 많은데요. 이 같은 취업준비생,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은 모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통계에서 빠지게 됩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이처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68만여 명이나 됩니다. 분명 취업을 원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지난 4주간 입사원서를 내거나 면접을 보는 등의 실제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 것입니다. 2018년 5월에 집계된 공식적인 실업자 수가 112만 1000명이었으니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68만 명의 숫자는 결코 작은 게 아니죠.


공무원 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달이 되면 갑자기 실업률이 올라가는 이유도 이 같은 통계 산정 방식 때문인데요. 평소에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잡히던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이때는 시험 응시원서를 내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사람 수만큼 실업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공식적인 실업률과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이 차이 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취업을 했다고 말할 때는 주 5일 이상 정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갖게 된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통계에서 말하는 취업자는 이 같은 인식과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통계에서 취업자를 계산할 때는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돈을 벌기 위해 일한 사람이라면 모두 취업자로 계산합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 4주 동안 단 네 시간만 일하더라도 취업을 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죠. 이 역시 국제노동기구 ILO의 기준을 따른 것이지만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크게 차이가 나죠. 


  2018년 5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취업자는 2706만 4000명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주 5일 이상 출근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데요. 통계청 자료를 보면 2706만여 명 중 4주 동안 1시간에서 17시간만 사이의 시간 동안만 일하는 취업자는 14만 6000여 명입니다. 전체 취업자의 11.1%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쉽게 말하면 대학을 졸업한 후 회사 취업을 준비하면서 일주일에 3시간씩만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A 씨의 경우 본인 스스로는 자신을 실업자라고 여기겠지만 통계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됩니다.  

  기존의 공식 실업률 통계가 제대로 된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해서 나왔는데요. 통계청 역시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2018년 3월부터는 확장 실업률이라는 새로운 통계를 선보였습니다. 기존 실업률 통계에서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던 현실을 잡아내기 위해서였는데요. 통계청이 내놓는 실업 관련 통계 중에서 실업자를 정의 내리는 범위가 가장 넓은 지표입니다. 조금 거칠게 말씀드리면 기존 실업자 수에다가 지금은 4주에 36시간 미만만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 5일 이상 출근하는 안정적인 직장에 새롭게 취업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더하고 여기에 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 그러니까 취업준비생 등의 숫자를 더한 값입니다. 


  확장 실업률의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한국의 고용 상황은 기존 통계로 봤을 때보다 더 좋지 않은데요. 2018년 5월 확장 실업률은 11.5%로 기존 실업률 통계 4%의 두 배가 넘습니다. 만 15~29세 사이 청년 실업률도 마찬가지인데요. 청년 실업률은 기존 통계로는 10.5%였지만 확장 실업률을 적용하면 23.2%가 그 숫자가 껑충 뛰어오릅니다.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취업할 의사가 있는 15~29세 청년 네 명중 한 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실업률 4%인데 고용률은 61%인 이유. 청년 실업률 실제로 따져보면 23%가 넘는 까닭. 실업률 통계는 왜 진짜 실업자 수를 잡아내지 못하나>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을 준비하다 보니까 통계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계가 보여주는 숫자 너머 진짜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한국의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률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경제가 다시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방송으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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