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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ul 05. 2018

기업이 벌어들인 매출이 GDP보다 큰 게 당연한 이유.

손흥민 선수 연봉은 한국 GDP에 들어가지 않는 까닭.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GDP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히는 이유는? 국내총생산 통계는 어떻게 계산되는 걸까? 기업 매출 다 합하면 GDP보다 훨씬 많은 까닭은?>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경제가 잘 나가고 있는지 아니면 침체기에 빠져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계기판 역할을 하고 있는 GDP 통계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GDP 통계가 도입된 역사와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생산된 부가가치를 더한 값인 GDP와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벌어들인 돈을 더한 매출을 동일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게 통계의 함정을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30대 대기업의 매출액을 더한 값이 GDP의 100%를 넘는다는 뉴스를 접해보신 분이 많으실 텐데요. 이때 이 뉴스를 듣고 ‘아니 어떻게 30대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이 GDP보다 많을 수가 있지? 그럼 나머지 기업들은 돈을 하나도 못 벌거나 매출이 마이너스란 이야기 아냐’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방송을 통해 GDP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시게 되실 겁니다. 

GDP를 20세기에 발명된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은 것은 미국 상무부였습니다. 그렇다면 GDP 통계가 어떤 역할을 하기에 전 세계 정치인들과 경제 관료, 기업인, 금융맨들은 GDP에서 눈을 뗴지 못하는 걸까요? 천천히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잘 사는 축에 들어갈까?’, ‘나는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 더 잘 사는 걸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려고 하면 어떤 자료들이 필요할까요? 우선 나와 주변 사람들의 재정 상태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겠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필요하고요. 이때 쓰이는 자료는 통장 잔고가 될 수도 있고 연봉 액수가 될 수도 있겠죠. 내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더 나아지고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서 매년 연봉이 얼마나 상승하고 있는지 연봉 상승률을 계산해볼 수도 있죠.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나라 혹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잘 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통계가 필요한데요 이를 경제활동지표라고 부릅니다. 오늘 다룰 GDP, 국내총생산이 대표적인 경제활동 지표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얼마나 잘 사는 나라일까?’, ‘한국은 5년 전, 10년 전에 비해 얼마나 잘 살게 됐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GDP 통계가 꼭 필요한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GDP라고 말하는 국내총생산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우선 GDP란 단어는 영어 Gross Domestic Product를 줄인 약어입니다. 각종 경제학원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GDP의 정의를 종합해서 쉽게 풀어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총생산, GDP란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의 영역 안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생산활동에 참여하여 만들어낸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더한 값입니다. 부가가치의 합이란 표현 대신 시장 가격으로 평가한 최종 생산물의 가격을 더한 값이라고 표현해도 되는데요.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했지만 들으시면서 어렵게 느낄 분도 계실 텐데요. 지금부터 더 쉽게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GDP에서 이야기하는 일정 기간이란 표현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1년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앞에 특별한 수식어가 붙지 않은 이상 GDP는 1년를 기본 단위로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GDP는 한 국가의 영역 안에서 이뤄진 생산활동만을 대상으로 집계합니다. 생산활동에 참여한 사람이나 기업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느 나라 기업인지는 GDP를 계산할 때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산활동이 이뤄진 공간이 어디냐가 GDP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생산한 서비스와 제품은 한국 GDP에 포함되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는 우리나라가 아닌 생산이 이뤄진 국가의 GDP에 포함되게 되는 방식입니다. 


(이 글은 홍선표 기자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원고입니다. 경제 이슈에 대한 쉬운 설명을 듣고 싶으시다면 본문 하단에 있는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10 채널에 선정됐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2018년 7월 기준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연봉은 한국 GDP에는 포함되지 않고 영국 GDP로 계산됩니다. 반면에 한국 프로야구 KT 위즈에서 뛰는 더스틴 니퍼트의 연봉은 그의 고국인 미국이 아닌 한국의 GDP로 계산됩니다.    


마지막으로 GDP는 부가가치의 시장가격을 더한 값이라는 조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게 바로 GDP는 생산활동에서 생겨난 부가가치만을 더한 값이라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 매출을 GDP와 단순 비교하는 통계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가가치가 무엇인지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제가 고로케를 만들어 파는 고로케집 사장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저는 고로케 하나를 100원에 팔고 있는데요. 고로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 20원어치, 감자 10원어치, 소시지 20원어치, 가스 사용료 10원을 합해 모두 60원의 원료비·연료비가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제가 고로케를 하나 만들 때마다 국내 GDP는 얼마가 늘어나는 걸까요? 고로케 하나의 가격인 100원만 GDP에 포함되는 걸까요? 아니면 고로케 가격과 원료의 가격을 더한 180원이 GDP에 잡히는 걸까요? 둘 다 아닙니다. GDP에 잡히는 금액은 제가 만들어낸 고로케 가격 100원에서 원료비 60원을 뺀 40원뿐입니다. 이 금액이 바로 제가 고로케를 만들면서 생산해낸 부가가치입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부가가치는 개인이나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새롭게 더한 가치를 말합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만들어낸 생산물에는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생산물이 포함돼 있는데요. 앞서 말한 고로케 가게의 경우 밀가루, 감자, 소시지, 양파 등의 원료가 이에 해당됩니다. 제가 60원의 원료를 들어 100원짜리 고로케를 만들었다고 하면 제가 고로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부가가치는 40원이 되는 겁니다.


부가가치의 정의를 경제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드리자면 이보다 훨씬 복잡한데요. 여기서는 우선 제품의 시장 가격에서 그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원료비, 연료비, 부품 구입 비용을 뺀 값 정도로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GDP를 계산할 때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기업들이 벌어들인 매출액을 모두 더하지 않고 부가가치만을 더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기업들의 매출액을 더하게 되면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중복해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낸 것처럼 통계의 착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인데요.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오늘날에는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 연료, 부품을 모두 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부품의 일부를 외부에서 구입하고 있죠.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하나만 분해해봐도 작은 나사부터 카메라 렌즈, 액정 화면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수많은 회사들이 만든 부품들로 이뤄져 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2만여 종류, 개수로는 7만여 개 이고 스마트폰만 해도 1000여 개 부품이 들어간다고 하니 기업들의 부품 납품 과정이 얼마나 여러 단계에 걸쳐 이뤄질지 짐작하실 수 있는데요. 


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때는 당연히 자신들이 구입한 원료비, 부품 구입비가 가격에 포함돼 있습니다. 즉 기업 벌어들인 매출에는 자신들이 직접 생산하지 않은 원료와 부품의 가격, 경제학적 용어로 말하면 중간투입물(중간재)의 가격도 포함돼 있습니다. 쉽게 말해 2차 협력사의 매출에는 3차 협력사로부터 사들인 부품 가격이 포함돼 있고, 1차 협력사 매출에는 2차 협력사와 3차 협력사에서 사들인 부품 가격이 포함돼 있는 식이죠. 

 

그렇기 때문에 GDP를 계산할 때 기업 매출을 모두 더해버리면 똑같은 원료와 부품의 가격이 중복해서 계산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GDP를 계산할 때 중간투입물의 가격을 제외하고 생산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부가가치만을 더하는 것은 실제로 생산된 생산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부가가치만을 더하는 방식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마지막에 소비자에게 팔리는 최종생산물의 가격만을 더한 게 GDP입니다. 

GDP만큼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한눈에 보여주는 통계가 없다 보니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기 위해 기업 매출액과 GDP를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의 2017년 매출이 239조5800억원이었고 2017년 한국의 GDP가 1555조9953억원이었으니까 삼성전자 매출을 GDP로 나눠서 15.39%. 이 숫자를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런 방식의 비교는 GDP의 정의를 생각한다면 부적절한 비교라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앞서 길게 설명드린 것처럼 삼성전자 매출에는 삼성전자가 사들인 각종 원재료와 부품의 가격 또한 포함돼 있기 때문이고요. 두 번째 이유는 GDP는 국내에서 일어난 생산활동만을 계산한 통계인데 국내 대기업들 중 상당수가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판매액은 기업 매출로는 잡히지만 애초에 GDP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87%를 해외에서 벌어들였습니다.


이 같은 통계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기업 매출과 GDP를 비교하는 방식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GDP만큼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경제지표가 없기 때문일 텐데요. 대기업으로의 경제력이 쏠리고 있다고 우려하는 측에서는 ‘삼성, 현대차, LG, SK 그룹의 매출액을 합하면 전체 GDP의 절반이 넘어선다는 통계’를 자주 사용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대기업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비해 시장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측에서는 ‘그런 식으로 기업 매출과 GDP를 직접 비교해버리면 중소기업 매출을 합한 값도 GDP의 100%가 넘는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해외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에 숫자로 봤을 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오늘은 <GDP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히는 이유는? 국내총생산 통계는 어떻게 계산되는 걸까? 기업 매출 다 합하면 GDP보다 훨씬 많은 까닭은?>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GDP는 우리가 비교적 자주 접하는 경제 용어이지만 막상 그 정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경제용어인데요. 오늘 방송이 청취자분들이 GDP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라면서 오늘 방송은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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