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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ug 13. 2018

4년만에 최고 성장률 찍은 미국 경제. 감세 덕분일까?

트럼프가 14%포인트나 깎아준 법인세 감세 정책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나?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미국 경제가 4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이유. 14%포인트나 깎아준 법인세 감면이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을까? 감세 정책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8월 기준, 최근 미국 경제는 순탄하게 잘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분기 기준으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환산 성장률 4.1%를 보였습니다. 실업률은 6월 기준 4.0%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흑인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인 5%로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인 경제 성장률과 실업률이 모두 매우 좋은 수치를 기록하자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경제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우리가 무역 적자를 반으로 줄이면 성장률이 8~9%에도 이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대대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미국 경제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과 분석도 높아졌는데요.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트럼프와 그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미국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세율을 최대 35%에서 21%로 14%포인트나 줄여준 것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인세 감세 효과에 기분이 좋아진 트럼프는 법인세를 더 내리는 것은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 때 매기는 양도세 세율도 내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오늘 방송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감세 정책의 큰 흐름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 같은 세금 감면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긍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감세정책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본격적인 방송을 진행하기 전에 시간을 2018년 1월의 미국 의회로 돌려보겠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초에 의회를 찾아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앞으로 1년간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해 연설하는데요. 이 연설을 state of the union address, 우리 말로는 연두교서라고 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1년 동안 미국 정부가 추진할 주요 정책들에 대해서 직접 설명하는 자리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 ‘코리 애덤스’란 흑인 용접공을 초청했고 연설 도중에 그를 가리키면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트럼프를 따라 용접공 코리 애덤스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트럼프가 코리 애덤스를 가르치면서 했던 연설을 제가 읽어 보겠습니다.


 “코리 애덤스도 오늘 밤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고 2009년 불황 때는 실업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금 용접공이 되었고 다른 성실한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세금 감면을 통해 새 집과 두 딸의 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잠깐 일어나 봐요. 코리. 그는 훌륭한 용접공입니다. 그의 사장에게 내가 직접 그렇게 말해줬습니다. 축하해요. 코리”


트럼프가 용접공 코리 애덤스를 의회로 초청한 것은 그의 사례를 통해 자신이 추진한 법인세 감면 효과가 미국 경제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를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게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추진한 감세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요? 감세안의 핵심은 그 전까지 최고 35%였던 법인세 세율을 21%로 낮추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10 채널에 선정된 홍 기자의 팟캐스트가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법인세는 기업들이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에 매기는 세금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최고 과세 구간에 속해서 이익의 35%를 세금으로 내던 기업이라면 이익의 21%만 세금으로 내면 되니까 세금이 3분의 1가량 줄어든 것이죠. 국가에 납부해야하는 세금이 줄어든 만큼 기업들은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게된 겁니다. 청취자 분들 중에서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세금의 3분의 1이 줄어들었다는 게 얼마나 큰 건지 바로 아실 수 있으실텐데요.


법인세 인하가 결정됐을 무렵영국의 경제매체인 파이낸셜타임즈는 기업의 자체 추정과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서 법인세 인하로 미국 기업의 순이익이 평균 10%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법인세 인하와 함께 미국 기업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미국으로 갖고 들어오면 그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21%의 법인세보다 낮은 15.5%의 세금만 매기는 내용의 법안도 함께 통과됐습니다. 세금을 적게 매길테니 그동안 외국에 갖고 있던 돈을 미국에 갖고 들어와 그 돈으로 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라는 취지였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적인 세제개편안이 통과되자 미국 기업들도 정부 정책에 화답했습니다. 세금 감면을 통해 추가적으로 얻게 된 이익을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이고 보너스를 주겠다는 쓰겠다고 나선 기업이 늘어났습니다. AT&T, 월마트, 애플, 월트디즈니, 스타벅스, 아메리칸항공 등의 대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고요. 미국 자동차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시간 공장에 10억달러, 1128억원을 투자해 25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이들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근로자 임금 인상과 새로운 투자 계획을 내놨습니다.

애플도 미국 정부의 감세 정책에 통 크게 답장했는데요. 해외에 쌓아둔 현금 2500억 달러, 약 282조원을 미국으로 들여오고 그에 대한 세금으로 380억 달러 약 42조원을 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18년부터 5년간 미국에 일자리 2만 개를 만들고 제2 본사를 짓는 등 미국 경제에 3500억 달러, 약 394조원의 기여를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한 세금이 대폭 낮아진 만큼 해외에 갖고 있던 돈을 본국으로 갖고 들어와서 재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세금 감면 정책은 트럼프 개인의 머리에서만 나온 건 아닌데요. 미국 공화당은 원래부터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감세 정책을 꾸준히 당론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줄여야 경제가 더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입니다. 세금을 줄이면 당장엔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줄어들겠지만 감세 때문에 경제가 성장해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나면 전체적인 세수도 늘어난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비율, 즉 세율보다도 전체적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의 양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기업이 잘되면 인위적인 분배정책을 내놓지 않더라도 국민들의 소득이 올라가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를 통해 해외에 나갔던 미국 제조업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것이죠. 이처럼 해외로 나간 자국 제조업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유도하는 정책을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라고 하는데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리쇼어링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내놓는 경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 중의 하나로 경제고통지수라는 지표가 있는데요. 영어로 misery index로 불리는 이 지수는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에서 경제성장률을 뺀 숫자입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은 높아질수록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좋다는 건데요. 지난 6월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미국이 장기 호황을 달리던 1990년대보다도 더 좋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주로 말씀드렸는데요. 세상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법인세 인하가 불러올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는 않습니다. 그중 하나가 법인세 인하 인해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늘어나도 그 혜택의 대부분은 소수 부유층에게만 집중된다는 것입니다.


법인세 인하로 늘어난 이익의 대부분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증가로 쓰이기 때문에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갖고 있는 부유층들이 주된 혜택을 볼 거라는 이야기인데요. 조금 설명드리면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걸 말합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기 회사 주식을 사게 되면 기업으로선 소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이 늘어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유리해집니다. 또한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주가가 높아져 주주들은 금전적인 이익을 거두게됩니다.

배당은 주주들에게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나눠주는 걸 말하는 데요. 이 역시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만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법인세가 인하되면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런 보너스와 성과금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금 수입이 큰폭으로 줄어든게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 정책을 추진할 당시 미국 싱크탱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에서는 감세 정책으로 10년간 5조8000억달러 약 6540조의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이중 3조6000억달러, 4060조는 트럼프 정부의 설명대로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더 걷히게되는 세금으로 마련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2조2000억달러, 약 2480조는 결국 정부 부채로 메워야할 것이라고 추산했는데요. 이처럼 감세 정책으로 줄어든 세금의 상당부분을 공공부채로 메꿔야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 정부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2분기 미국 경제가 거둔 높은 성장률 자체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바라보기도 하는데요. 무역전쟁이 다가오면서 미국 업체들이 무역전쟁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 밀어내기 식으로 일정을 앞당겨 수출을 해버린 게 GDP가 큰폭으로 오른 주된 이유라는 주장입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는 2018년 3~5월에 이뤄진 미국산 콩의 중국 수출 물량이 일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9400%나 늘어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미리 수출을 하느라 수출 물량이 매우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고 이 같은 밀어내기 수출이 GDP 상승을 이끌었다는 말입니다. 본격적으로 보복 관세가 부과되게 되면 수출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이번 2분기처럼 GDP가 늘어나긴 힘들고 오히려 GDP 감소 요인이 될 거라는 지적입니다.

 

오늘은 <미국 경제가 4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이유. 14%포인트나 깎아준 법인세 감면이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을까? 감세 정책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란 주제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동일한 경제 현상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분석과 대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준비한 순서는 여기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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