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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Nov 11. 2018

성공한 창업자일수록 위험을 더 두려워 한다.

빌 게이츠가 학교 그만두지 말라고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성공한 창업자들은 정말 위험을 피하지 않은 덕분에 위대한 기업을 만들 수 있었던 걸까? 성공한 기업인일수록 위험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나이키처럼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의 창업자들이 창업 초기에 어떻게 자신들이 짊어져야할 리스크를 분산시켰는지, 어떻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은 전략을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요즘 재밌게 읽고있는 <오리지널스>란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을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최근엔 언론을 보면 외국과 한국의 혁신적인 기업들과 이 기업을 세운 창업자들의 마치 신화 같은 사업 초창기 이야기들이 자주 나옵니다. 대략적으로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인데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자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빠져있던 한 젊은이가 대학을 중퇴하고 친구 몇 명과 함께 집 차고에 사무실을 차리고 회사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회사는 엄청나게 혁신적인 대단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게 되면서 몇 년안에 전 세계를 휩쓰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런 사례를 대표하는 인물이  하버드를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역시나 하버드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역시나 대학을 중퇴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입니다.


스티브 잡스(왼쪽)와 빌 게이츠

 

 이런 이야기들만 듣다보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건 무의미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학교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창업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묵묵히 회사를 다니는 건 마치 비전이 없는 길 같고, 그렇게 해서는 결코 위대한 일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듭니다. 


모든 걸 다 버리고 사업에 뛰어드는 열정 없이는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기업인들은 모두 가진 걸 다 버리고 사업에 뛰어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인 걸까요?


  애덤 그랜트 미국 와튼스쿨 교수가 쓴 책 <오리지널스>를 보면 사실은 그와 반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성공한 창업가일수록 위험을 감수하기 보단 어떻게든 리스크를 줄이려고 노력했고, 사업에 실패해도 돌아갈 곳을 만들어두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일단 원래 다니던 학교나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본업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병행하는 전략을 사용했는데요. 

  

  대학을 중퇴한 컴퓨터 천재형 창업자를 대표하는 빌 게이츠를 한 번 살펴볼까요? 빌 게이츠가 처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판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그때 바로 학교를 그만둔 것이 아닙니다. 학교를 그만둔 것은 그렇게 소프트웨어 판매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난 다음이었고요. 


그것도 학교를 아예 중퇴한 게 아니라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고 휴학을 한 것이었습니다. 빌 게이츠가 하버드 중퇴생으로 남게 된 건 그 이후로 사업이 워낙 잘 되면서 학교로 돌아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죠.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왼쪽)와 래리 페이지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또한 1996년에 구글의 초기 버전을 개발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98년이 되어서야 스탠퍼드 대학원을 휴학하고 사업에 뛰어듭니다. 이들은 1997년에 구글의 초기 모델을 약 200만 달러에 팔려고도 했습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검색 엔진 개발 때문에 박사 과정 연구를 소흘히 할까봐 걱정이 됐었기 때문이죠. 


  나이키 공동 창업자인 필 나이트 또한 1964년부터 자기 자동차 트렁크에 운동화를 싣고 다니면서 팔기 시작했지만 1969년까지 본업인 회계사 일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또한 1976년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했지만 1977년까지는 원래 다니던 휴렉팩커드에서 계속해서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의 사례 위주로만 설명하게 되면 전반적인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을 하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방금 말한 것처럼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고, 위험을 분산시키려한 창업자들도 있는 반면 큰 위험을 무릅쓰는 걸 마다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창업자들의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뽑은 top 10 채널, 경제경영에 대한 쉽고 깊이있는 분석을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사업 초창기의 스티브 잡스와(왼쪽)와 스티브 워즈니악


    그래서 진짜 현실은 어떤지 통계 자료를 한번 찾아봤는데요. 마침 미국에서 성공한 IT 벤처기업 창업자의 이력을 분석한 자료가 있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15년에 나온 자료이긴 하지만 지금의 현실과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 같은데요. 뉴욕타임즈가 블룸버그의 기술투자 펀드인 ‘블룸버그 베타’의 자료를 분석해서 쓴 기사 내용입니다.

  

  블룸버그 베타는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과 함께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창업한 IT 사업가들의 창업 전 경력에 대해서 조사해봤습니다.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른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성공한 창업자들 중에선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같은 대학 중퇴 이력을 찾아보긴 힘들었는데요.

  

스티브 잡스


  분석 결과를 보면 이들이 지금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창업한 나이는 38세였습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창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였는데요. 성공한 창업자들 열 명 중 네 명은 마흔살이 넘은 후에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들의 평균 학력인 석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들은 평균적으로 16년 동안 다른 사람이 창업한 벤처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평균 16년 동안 월급쟁이 생활을 하고나서야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는 결과였습니다. 


내용을 좀더 자세히 보면 성공한 창업자의 53%는 IT 기술 관련 경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조사 대상이 성공한 IT 벤처 창업자들이기 때문에 기술 관련 경험을 갖춘 이들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창업자들 중에서 첫 번째 사업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두 번째 창업 때는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으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이 글처럼 스스로의 전략으로 일어난 국내 중소기업 창업자들과 손정의, 빌 게이츠, 앙겔라 메르켈, 레이 달리오, 윈스턴 처칠 등 탁월한 리더와 뛰어난 기업인들의 전략을 내 삶에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쉽고 깊이있게 설명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가 출간됐습니다.) 

(예스 24)


  이 같은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성공한 창업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패기와 열정 뿐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네트워크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오리지널스에선 “최고의 기업가들은 위험을 극대화하지 않는다”며 “세계 최고의 기업가들은 위험 요소를 아예 제거해 버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신의 회사를 차린다는 건 매우 큰 불확실성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일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게 큰 위험을 지는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리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사업에 실패했을 때도 자신의 삶이 뿌리째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망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빌 게이츠는 과거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따라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나는 대학을 중퇴했지만 운이 좋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을 계속했지만 대학 학위를 받는 게 성공으로 가는 더 확실한 길”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오늘 짧게나마 성공한 기업가들의 위험 회피 전략에 대한 방송을 마련한 건 얼마 전 만났던 한 식품가공업체 대표님과의 인터뷰 때문입니다. 제가 인터뷰해서 기사로 쓴 이 분은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벤처투자업계에서 일하면서 자산운용사의 부사장까지 하셨던 분인데요. 본인의 사업을 하고 싶단 생각에 회사를 그만 두고 시리얼 회사를 차린 뒤 10년 만에 지금은 회사를 직원 약 100명에 매출 172억까지 키워낸 분입니다. 

  

나이키 공동 창업자 필 나이트


  이분은 인터뷰 중에 과거 자신이 벤처투자자로 일했을 당시 어떤 기업들에게 투자를 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투자자들이 회사에 투자를 결정할 때는 그 회사의 사업 모델과 사업 역량, 그리고 창업자의 인성과 능력을 절반씩 같은 비중으로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사업 모델과 창업자 둘 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회사의 사업 모델은 100점이지만 창업자는 0점인 회사가 있고 사업 모델은 0점이지만 창업자는 100점인 회사 둘 중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하는 경우가 있다면 자신은 창업자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이분의 설명이었습니다. 


  창업자를 믿고 투자할 경우 최소한 사기나 횡령 같은 문제에 휘말릴 일은 없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또 그만큼 사업 초기일수로록 창업자의 인성과 능력이 사업의 성패의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는 창업자일수록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쉬울 수밖에 없죠. 

  

  다음편 방송에선 오늘 방송에서 이어지는 주제로 최근 전 세계 경제를 새롭게 바꾸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뉴스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유니콘이란 표현은 어떤 스타트업들을 가리키는 말인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IT 벤처, 스타트업들을 키워내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상황인지 등에 대해서 찬찬히 살펴볼테니 다음 방송도 많은 청취 부탁드립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출간 한 달만에 1쇄 3000부를 모두 팔고, 교보문고 CEO 필독서로 선정된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의 PDF 파일을 무료로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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