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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키 Sep 07. 2018

011. 남남 커플


인력거에 남남커플이 올라탔다. 두 남자는 인력거에 타기 전부터 분위기가 묘했다. 날이 춥지 않은 가을인데도, 서로 손을 꼭 잡고 길거리를 걸었다. 인력거를 오를 때도 서로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인력거를 타는 내내 두 사람 사이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친구는 허리가 아프고, 나는 다리가 아파. 삼청동을 구경하고 싶은데 도무지 걸을 엄두가 안 나서 이걸 탔지.”
일흔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둘이었다. 길을 걸을 때는 허리가 아픈 할아버지가 다리 아픈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그리고 인력거에 오를 때는 다리 아픈 할아버지가 먼저 타고, 허리 아픈 할아버지 손을 잡아 끌어올려줬다. 둘은 언제나 손을 꼭 붙들었다.
사이가 좋은 두 할아버지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한다는 점이었다. 허리 아픈 할아버지는
“이야, 촌놈이 출세했네! 헤헤.”
란 말을 반복했고, 다리 아픈 할아버지는 
“골목 구석구석 도니깐 좋네.”
란 말을 반복했다. 십 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저 두 문장을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모른다. 할아버지 두 분이 계속 똑같은 말만 하는 바람에, 녹음된 음성파일을 구간 반복해놓은 줄 알았다.
그런데 똑같은 말도 계속 듣다보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허리 아픈 할아버지가 어느 시골에서 온 ‘촌놈’인가 궁금했다. 나는 이렇게 물었다.
"할아버지, 계속 촌놈이라 하시는데 되게 멀리서 올라오셨나 봐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응, 멀리서 왔지. 천호동에서 온 촌놈이야. 헤헤.”
할아버지는 서울’ 촌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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