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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Dec 26. 2020

자폐란 무엇인가 -1


그동안 재준이의 자폐에 관한 글을 쓰면서도 자폐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자폐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기도 하고, 최근에는 자폐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생겨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자폐에 대해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우선 자폐에 관한 임상적인 내용이다.



자폐에 관한 연구에서는 보통 자폐를 이렇게 정의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신경 발달적 장애로 일반적으로 3세 이전에 진단된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언어 및 비언어적 소통의 결함, 언어 및 언어 발달 지연,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감각 처리의 이상 등을 임상적 특징으로 한다. 핵심적인 유사점이 있지만 개인마다 증상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현재까지 명확한 원인이나 알려진 치료법은 없다."



'핵심적인 유사점이 있지만 개인마다 증상이 다를 수 있어' 자폐가 무엇인지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떤 자폐인은 언어적 결함만 가지고 있고, 어떤 자폐인은 의사 표현은 가능하지만 감각이 매우 예민해 일상생활이 힘들 수도 있고, 어떤 자폐인은 언어표현이 불가능하고 감각도 예민하고 지적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자폐성 장애는 정신적 장애로 분류가 되므로 정신건강의학과(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해 진단 받을 수 있다. 현재 정신 장애를 판단하는 기준인 *DSM-5에서는 자폐 진단 기준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소통의 결함, 다른 하나는 제한적 관심과 반복적인 상동증적 행동이다. 위의 두 가지 임상적 특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하며 초기 발달시기(만 3세 이전)에 나타나야한다.



*DSM-5 :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5번째 개정판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자폐가 있는 어린이의 약 1/4은 언어 또는 사회적 기술이 퇴보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퇴행시기는 일반적으로 18~24개월 사이다(Hyman외, 2020). 이전에는 이러한 아동을 '소아기 붕괴성 장애'로 따로 구분을 했는데, DSM-5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통합했다. 유튜브에 재준이의 퇴행에 관한 영상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놀라신 것 같은데, 자폐를 진단받은 아이들 중 재준이 같은 사례는 생각보다 많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폐는 환경 장애, 특히 잘못된 양육으로 인한 장애로 간주되었으나 현재는 유전으로 인한 신경 생물학적 장애라는 것이 정설이다. 1977년 Folstein과 Rutter의 자폐에 관한 쌍둥이 연구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구들은 자폐에는 유전적 요인이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즉, 자폐는 환경보다는 타고난 것에 의해 발현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염색체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도 한쪽만 자폐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환경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




자폐는 염색체 검사로 알 수 있을까? 미국에서 시행한 *염색체 미세배열 분석 임상 샘플에서 자폐인의 5.4~14%가 병원성 *CNV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최소 86%의 자폐인에게서는 이상 염색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전장 엑솜 분석(유전체 검사) 임상 샘플에서 자폐인은 8~20%의 진단 수율을 보인다고 한다(Hyman 외, 2020). 즉, 최소 80%의 자폐인에게서 엑솜(유전체)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현재 기술로는..?). 유튜브에서 재준이 신생아 때 염색체 검사를 해봤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찾아본 내용이다.



*염색체 미세배열 분석 (chromosomal microarray analysis, CMA) : 염색체의 미세한 이상을 검출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검사. 건강한 인간의 DNA와 검사자의 DNA를 슬라이드에서 비교하여 두 DNA의 copy number 비를 반영하여 variants(CNV)를 검출할 수 있다 (서을주, 2010).


*전장엑솜분석 (whole-exome sequencing, WES): 유전체에서 실제 단백질을 합성하는 부분인 엑손 부분만을 선별하여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것. 병을 일으키는 유전 변이들의 80%가 엑솜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Hyman, S. L., Levy, S. E., & Myers, S. M. (2020). Identification, evaluation, and management of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Pediatrics, 145(1).


Seo, E. J. (2010). 염색체 Microarray 검사의 임상적 적용. Journal of Genetic Medicine, 7, 1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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