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엘이 없는 169일째 밤.

20205년 12월 20일

by 리엘맘

퇴근 직전, 자궁축농증으로 내원한 환자가 사망했다.

고작 9살.

내원 당시부터 바이탈이 좋지 못했던 환자는

그렇게 애처로운 마지막 숨을 쉬곤 사망했다.


아이는 중년 부부 보호자가 들어와 인사를 건넬 때까지

최선을 다해 심장을 움직이다 떠났다.

그 과정을 보며 리엘이가 떠나던 그날을 떠올렸다.


조금 더 곁에 두기 위해 항암을 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CPR을 선택했다.

첫 심정지 후 자발호흡까지 돌아왔을 땐 기적이 벌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의 심장은 1시간 동안 천천히 멎어갔다.

두 번째 심정지로 향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내가 끝내 선택하지 않으리라 장담하던 것을 택했다.


"두 번째 심정지 오면.. CPR 안 할게요."


나는 두고두고 이 순간, 이 결정을 후회한다.


아이의 존엄을 위한 선택이었다.

아이를 만난 후 생존에 절실함이 없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이제는 그만 편해지려는 아이의 뜻을

존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보낸 후 느낄 상실과 절망을

그땐 몰랐기에 했던 선택이었다.

이기적이기만 물리력을 써서라도, 약물의 힘을 빌려서라도

그 온기를 내 곁에 뒀어야 하지 않나........


아니다.

그랬다면 만신창이로 아이를 보낸 뒤

더 큰 죄책감에 쌓였을 것이다.



그때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어도 후회와 한이였다.

상실이 가져올 절망은 어떤 선택이든 뒤따랐을 것이다.





오늘도 잠들기 전,

아이 스톤함에 조명을 밝히고 낮게 읊조린다.


"리엘아, 사랑해."


하지만 애처로운 고백은 그저 공중에 흩어져 사라질 뿐이다.


내일은 아이가 가족이 된 지 1800일 되는 날이다.

그리고

아이가 떠난 지 170일 되는 날이기도 하다.


아이가 곁에 있었다면 더없이 기쁜 기념일이 됐을 내일.

나는 또 어떤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릴까.


- 리엘이의 영정사진 중 하나다.

작가의 이전글리엘이 없는 21일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