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엘이 없는 173일째 저녁.

2025년 12월 24일

by 리엘맘

상실은 망각을 부른다.


목을 조르듯 무겁게 내려앉은 슬픔을 이기기 위해

가장 행복했던 시간부터 사라지게 만든다.


그러면 몇 안 되는 기억의 단편은

모두 부족하고 못해줬던 것들로 채워진다.


그것이 더욱 아프게 파고들어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사치스럽고 죄스럽게 느끼게 한다.




힘든 시간을 극복하게 해 줬던

송지영 작가님의 <널 보낼 용기>에는

<상실수업>이라는 책의 인용구가 많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책은 내가 아이를 잃고 느꼈던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마치 옆에서 매 순간 지켜보냥 저술해 두었다.


<널 보낼 용기>를 읽으며 나의 아픔과 절망이

유난스러움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면

<상실 수업>을 읽는 지금은

나의 상실 과정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아이를 보낸 슬픔과

중년에 마주한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건,

나는 아이를 만나 인간적인 성숙을 겪었고

아이를 잃은 후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리엘이를 만난 후, 아이가 없는 첫겨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나는 또 거대한 상실과 마주 보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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