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여야만 사는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고픈 소망

by SOJEONG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에서 굳어 있던 것들을 깨우는 일이고,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큰아들과 함께 걸었다. '걸었다'는 말이 참 따뜻하게 들린다. 겨울 내내 추위를 핑계로 움츠러들었던 몸을 펴고,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마치 꽁꽁 얼어 있던 마음까지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안양천을 따라 걷고, 선유도역을 지나 한강공원을 걸으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그 순간순간이 아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사람은 움직여야 살아 있는 존재다. 생명체가 가만히 멈춘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쉼 없이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일까?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머물러 있으면 그 시간만큼 이상으로 처진다. 처진다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나태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멈추고,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점점 뒷걸음치는 것. 그리하여 결국은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것. 어쩌면 현대인이 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점점 더 고립되고, 서로에 대해 예민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고 있다.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루어야 하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허덕인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아닐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그렇게까지 달려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나 혼자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믿는다.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내가 성공하는 동안, 내 옆의 누군가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 나만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동안, 누군가는 힘겹게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쟁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내 친구, 내 동료, 내 가족은 점점 더 뒤처지고 있다면, 과연 그것을 온전히 기뻐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함께 행복해지는 삶이 아닐까.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움직이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삶.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하는 사회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사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기지 않으면 진다’는 사고방식에 갇혀 살아왔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을 뛰어넘어,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어떨까.


오늘 큰아들과 걸었던 그 시간처럼,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은 곧 삶을 함께 나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걸음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함께 걸으며,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 모두가 이미 아는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삶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혼자 성공하고, 혼자 기뻐하는 것은 반쪽짜리 행복에 불과하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함께 걸으며, 함께 고민하며, 함께 기뻐하며. 그렇기에 우리는 걸어야 한다. 하지만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발걸음에 맞춰 함께 걸어야 한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며.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웃고 있을 것이다.



tempImageaRJfId.heic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황금별을 찾는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