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런 모습이 될까라는... 불안감

불편한 현실 속에서의 직장인이라는 것

by SOJEONG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말을 해야만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말밖엔 할 수 없었다. 나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회사로서도 부담스러운 제안이었다.


그분은 올해 정년퇴직을 하셨다. 그분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이미 2월에 우리 회사를 찾아와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사업을 제안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선 그 사업은 우리 회사에서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사업이기도 했기에 주의 깊게 제안을 분석하고 관련 시장을 조사했다.


회사의 사업을 떠나 그분은 이제 막 익숙했던 회사를 떠난, 말하자면 '퇴직자'였고, 동시에 새로운 일을 제안하는 '사업가'였다. 그분이 꺼낸 사업 제안은, 회사 입장에선 분명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같지 않다. 해야 하긴 하겠지만, 당장 할 수는 없는, 그런 일들이 세상엔 참 많다.


우리는 결국 타협점을 찾았다.

1년간의 파일럿.

1년 동안 결과가 좋으면, 그 뒤엔 임원 대우. 하지만 파일럿 기간의 연봉은 처음 제안과 달랐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불편하게도 깎아야 했다.


나는 그 순간이 가장 미안했다.

그분의 능력과 네트워크, 그리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 그 모든 것이 존경스러우면서도 안타까웠다. 이제 막 정년을 넘긴 한 사람이,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해야만 했던 그 절실함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그 회의가 끝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있게 될까.’ 그 나이가 되어, 나도 누군가에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어야 할까. 혹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말을, 조심스레 꺼내고 있어야 할까.


요즘의 60은 예전의 60이 아니다.

체력도, 마인드도, 기술도 다르다. 디지털 기기 다룰 줄 알고, 넓은 인맥이 있고, 사회에 대한 이해도도 깊다. 그러니 ‘퇴직’이라는 말이 꼭 ‘퇴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어쩔 수 없다.

회사란, 언제나 ‘수익’이 기준이다.

감정도, 신뢰도, 연륜도 결국 숫자로 환산되어야 한다. 몇 달간의 연봉, 그게 다 ‘투자’라곤 해도,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비용 앞에 먼저 서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나도 갈팡질팡한다. 정말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월급이 낮아지는 게 옳은 일일까. 경험이라는 가치는 대체 어디쯤 반영되어야 하는 걸까. 20년, 30년 쌓아온 무게는 숫자로 얼마쯤 환산할 수 있을까.


기업의 입장도 이해가 가고, 정년퇴직자의 현실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바란다.

내가 60이 넘었을 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길. 누군가 앞에 서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고 이런 말을 들을 일조차 없길.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나이가 되지 않기를.

그건 너무 쓸쓸한 일이니까.


과연 이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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