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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Nov 06. 2023

바꿀 수 없는 아침의 고요함

시대가 바뀌고 일하는 방식이 바껴도 바꿀 수 없는 것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면 늘 가장 먼저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 계기는 2001년 6월의 어느 날. 신입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날로 부터 시작된다.


아들의 첫 출근날을 기념해 아버지는 직접 운전해서 회사 앞에 데려다 주시겠다 했다. 그냥 버스 타고 가겠다고 누차 말씀드렸건만, 그 바람과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의 출근길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삼성역까지 가는 시간 동안 내내 아버지를 원망 했더랬다. 


팀장님...차가 너무 막혀 늦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내 자신이 참....그래도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라 직접 원망의 말을 쏟아낼 수는 없었다.


부리나케 뛰어 올라갔다. 9시 25분. 팀장님께 먼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마냥 귀엽다는 듯 웃었다.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본부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첫날부터 늦어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이게 내 공식적으로 본부장님께 드린 첫 인사였다.


"사회생활 할 때는 시간관리 중요하니까 내일부터는 조심 합시다" 악수와 함께 던진 본부장의 말이다.


그날 이후 늘 7시 30분 출근을 습관으로 삼았다. 7시에 먼저 출근해 있던 본부장님께 따뜻한 녹차한잔을 타 드리기도 했다. 집에서 나오는 시간은 6시 가량...그렇게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됐다. 


그 회사를 그만두고 몇몇 직장을 옮겼다. 8시까지 출근하는 직장도 있었고, 7시부터 회의가 있는 날에는 6시에 출근해 회의 준비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난 늘 가장 먼저 출근했다.


근면성실의 기준점이 근태라는 이름 하에 나는 늘  첫 번째로 출근하는 자리를 놓친적이 없었다. 그래서 상사들 눈에 보이는 나는 늘 성실하고 착실한 사람이었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남들보다 더 일찍 오는 습관은 바뀌지 않았다. 가장 먼저 출근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커피를 내린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를 살피고 나서 업무를 시작한다.


바뀐 것이 있다면, 남들보다 일찍 퇴근한다. 매주 금요일은 나 혼자 정한 루틴대로 재택근무를 한다. 


최근 일찍 출근하면 일찍 퇴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사회적 변화가 생겼고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재택근무는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그 영향 탓으로 일찍 퇴근하니 퇴근길 지하철 지옥은 덜 겪게 됐다 그리고 재택 근무를 하니 컨디션 조절에도 좋다. 이는 단순히 사회가 바꼈다고 해서 시작한 것만은 아니라 10년 넘게 운전해서 회사 건물에 주차하던 것이 지하철 출퇴근으로 바뀐 영향 탓이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과거에는 엉덩이 붙이고 앉아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보고 있어야만 일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시대였다. 지금은 각자의 맡은 일에서 성과만 제대로 내면 된다는 인식의 변화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편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동료들 간의 정이나 교류가 줄어드는 아쉬움은 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난 언제나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


주말 아침에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회사 건 집이건 난 여전히 루틴을 지켜가며,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이 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다. 


그래서 난 아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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