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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Apr 15. 2021

맛보기 면접

D - 72, 면접에 떨어졌다.

목차 1 회독을 드디어 끝냈다. 갈 길이 멀다..

대학교 동기 중에 자신의 군 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자가 출판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또 그냥 자기 일상과 생각을 버무려놓은 책을 쓰고 있다길래 브런치 얘기를 해 주고 싶어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막국수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열심히 약을 팔았지만 그렇게 흥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막국수+수육을 시켰는데, 수육이 생각보다 양이 적어서 아쉬웠다. 딱 '맛보기 수육' 정도였던 것 같다. 그냥 막국수랑 고작 3천 원 정도 차인데 뭘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이번 주 일요일부터 매주 모의고사를 응시하러 학원을 가야 한다.


이번 주 월요일, 모의고사를 치르게 될 학원에서 수업보조 장학생을 모집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모의고사 시작 1시간 전 정도에 도착해서 시험을 진행할 준비를 하고, 시험지를 배부하는 등의 일을 하는 것 같다(오늘 면접 가서 들은 내용이다). 처음에는 그냥 보고 넘겼다. 시간이 그렇게 넉넉한 상황도 아니니까. 그러고 나서는 잊고 있었는데, 함께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가 그 정도는 할 만하지 않냐며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나는 곧장 충동적으로 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인생 두 번째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인생 첫 면접은 고등학교를 들어갈 때 봤다. 면접관 선생님들께서는 읽은 책이랑 진로와 관련한 질문을 하셨다. 나는 당시 역사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자기소개서에도 관련 내용을 썼고 독서 목록도 역사 관련 책 위주로 했다. 면접에서는 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배려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엄청 긴장해서 제대로 대답도 못 했던 것 같은데, 뭘 보고 뽑아주셨는지 잘 모르겠다. 성적도 그냥 그랬는데.


여하튼, 그렇게 중요한 면접은 아니지만,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보는 면접이다 보니 신경이 조금 쓰였다. 뭘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가서 어떤 말을 해야 할 지도 고민이 많이 되었다. 옷은 평소 자주 입고 다니는 대로 슬랙스에 셔츠를 입고 갈까 했는데, 셔츠가 너무 낡아 보여서 최근에 구매한 블레이저에 청바지를 입고 가기로 했다. 주변에서는 그냥 슬랙스에 맨투맨을 입고 가라는 조언을 해 주었는데, 정작 입을만한 맨투맨이 없었다. 하나 사야 하나..


왜 내가 장학생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할지도 계속 고민했다. 사연팔이를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열심히 하겠다고 해야 하나. 친구가 자꾸 사연팔이를 하라고 꼬드겨서 그런 방향으로 마음을 먹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30분 정도 걸려 학원에 도착했다. 정해준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나보다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는 분이 한분 계셨고, 곧 그분이 면접을 보러 들어가셨다. 5분 뒤 내 차례가 돌아왔다.


면접 내용은 정말 별 거 없었다. 어디에 사는지, 이 학원의 강의는 뭘 들었는지, 서비스업 경험이 있는지(이게 중요했던 것 같다.). 이게 다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다소 긴장해서, 진짜 무슨 풀벌레 우는 소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리가 너무 작다 보니 면접하시는 분이 두 번 정도 못 알아들으셔서 다시 대답해 드리기도 했다.


면접이 순식간에 끝나고, 나는 낙방을 직감했다. 괜히 오늘 면접 본다고 싱숭생숭해서 공부도 제대로 안 했는데, 진짜 허튼짓했구나 싶었다. 종각역 안에 저렴한 빵집이 있길래 빵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단팥빵이 700원이라니, 대박. 빵을 먹으면서 브런치를 보고 있자니 문자가 왔다. 기대감과 함께 문자를 확인하니 광고 문자였다. 제발. 10분쯤 뒤에 다시 문자가 왔다. 응. 결과는 예상대로.


그래도 빵은 겁나 맛있었다.




뭔가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 신청했는데 안돼서 아쉽다. 경쟁률이 3대 1이나 되었으니 안 될 가능성이 크긴 했지만.. 모르겠다. 공부나 열심히 해야지. 열람실 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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