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이 익숙해져야 할 중요한 단어 중 하나가 노잼이다. 한번 노잼으로 낙인 되면 청년 고객 유치는 포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노잼 낙인을 피할 수 있을까?
이러한 재미의 개념은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도시의 매력도를 평가하는 데에도 적용된다. 최근 한 언론사는 노잼도시를 "놀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해 지역민은 심심하고 타 지역에서는 방문하지 않는 도시"로 정의한다. 소상공인의 노잼 극복 사례를 직접 찾기는 어렵지만, 도시의 노잼 극복 노력을 통해 소상공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노잼 도시 낙인은 모든 도시가 두려워하는 레이블링이다. 한번 낙인 찍히면 벗어나기 힘들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 후보자가 노잼 극복 공약을 내세운 도시는 대전, 광주, 울산, 청주다. 이중 가장 노잼 논쟁에 시달리는 도시가 대전이다. 왜 대전일까?
'재미'라는 개념은 보통 콘텐츠가 관객에게 제공하는 즐거움의 정도로 정의된다. 일각에서는 SNS에서 회자되는 힙플레이스, 핫플레이스 기준으로 도시의 재미를 평가한다. 사람이 모이고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많은 곳이 꿀잼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SNS 정의만으로는 재미의 다층적인 복잡성을 완전히 포착하기 어렵다. 재미라는 요소는 웃음, 오락, 인기를 넘어서, 보다 심오한 의미를 포함한다.
사회과학적인 재미
사회학자 벤 핀첨은 재미의 어원을 연구하며 그 사회적 의미를 탐구했다. 17세기부터 재미는 '흥분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과 관련되어 왔다.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일상과 규격화에 대한 저항으로서 재미를 찾고 표현했다.
현대 소비자들은 어떨까? 도시 역사를 보면 재미있는 동네를 개척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기성세대 문화의 대안을 찾는 저항적인 문화 생산자였다. 이에 호응하는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도 재미를 기존 관습과 교양에 대한 반항적인 형태로 추구한다.
오프라인 크리에이터, 아방가르드 예술가, 택티컬 어바니스트(도시의 작은 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활동가), 스트리트 아티스트는 '전복적인' 가치를 통해 도시의 재미를 창조하는 문화 생산자다. 한국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 지역이 홍대다.
홍대는 젊은 층 사이에서 대중음악, 거리 예술 등 대안적인 도시 콘텐츠와 다양하고 개성 있는 상점과 카페로 인해 '꿀잼'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곳의 매력은 단순한 상업적 풍부함을 넘어서, 창의적인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인디, 소셜, 디자인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특징들은 기존 문화에 도전하고 차별화된 독립성을 상징한다.
부르주아와 보헤미안
사회과학적 기준으로 재미를 정의하면, 어떤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노잼이고 어떤 콘텐츠가 꿀잼인지 명확해진다. 훈계적이거나 무거운, 엄숙하고 교양주의적인 콘텐츠는 노잼이고, 반면에 뻔하지 않고 독립적이며 도전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콘텐츠는 꿀잼으로 평가된다.
노잼과 꿀잼 도시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진지함, 도덕성, 의무, 금욕주의와 같이 재미와 대치되는 가치를 추구하는 도시는 노잼으로, 반면에 행복, 쾌락, 기분 전환, 즐거움, 몰두와 같은 감정을 추구하는 도시는 꿀잼으로 분류된다.
노잼과 꿀잼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까? 핀첨이 재미의 기원을 노동자 문화에서 찾은 것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재미가 기성 문화에 대한 저항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기성문화는 물질과 사회 순응을 강조하는 부르주아로 표현할 수 있다. 부르주아의 대척점이 예술적인 삶을 추구하는 보헤미안이다. 18세기 이후 보헤미안들이 부르주아에 꾸준히 저항해 왔다.
부르주아와 보헤미안 기준을 도시에 적용하면, 부르주아 문화가 강한 도시를 노잼, 부르주아가 다수지만 보헤미안 활동이 활발한 도시가 꿀잼이 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 보면 대전, 청주, 광주, 울산이 노잼 도시로 인식되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들 도시가 공통적으로 모범성, 무거움, 엄숙주의, 획일성 등 부르주아 가치가 연상되는 도시다. 연구단지 대전, '엄숙한' 광주, 획일적인 산업도시 울산, 모범생 교육도시 청주 등이 그 예다. 이들 도시에서는 홍대, 이태원, 을지로, 문래동 등 보헤미안 지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대전, 광주, 청주, 울산 시장 후보자들이 노잼 문제 해결책으로 쇼핑단지, 관광단지, 테마파크, 공연장, 축제를 공약한 것을 보면, 개성, 다양성, 대안은 아직 기성세대 정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보헤미안 지구를 해법으로 제시한 도시는 당연히 없다.
다시 소상공인으로 돌아온다. 소상공인들은 노잼 도시 논쟁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도시와 마찬가지로 소상공인도 개성, 다양성, 나다움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다움의 강조, 창의적 재해석, 진정성 추구, 고객 참여 유도, 지역 특성 활용 등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노잼을 극복하고 꿀잼으로 나아가는 길은 획일화된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다.
소상공인들이 이러한 '보헤미안'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면, 노잼이라는 낙인을 피하고 젊은 고객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성세대 노포들이 전통을 고수하는 고집과 신선함으로 핫플레이스가 됐듯이.
참고 문헌
벤 핀첨. (2020). 재미란 무엇인가?: 일상에서의 일탈, 짜릿함, 즐거움, 흥분을 주는 재미의 사회학. (김기홍, 심선향 역). 서울: 팬덤북스.
주혜진. (2023).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성심당의 도시, 대전이 만들어진 이유. 서울: 스리체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