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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19. 2024

BBC, 사람을 모으는 3문자

BBC, 사람을 모으는 3문자


오랜만에 구미 금리단길을 찾았다. 한적했던 거리가 북카페들로 가득 차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는 구미시, 도서관, 도시재생센터가 협력하여 추진한 '북카페 거리 조성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업소들을 책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도서관은 카페 운영자를 대상으로 목공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각 업소에 인테리어, 전시서가, 인증 현판을 제공했다. 도서관이 콘텐츠 개발을 위한 메이커스페이스 기능을 한 셈이다.


이런 사례를 보니 지역발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이를 산업 영역으로만 여긴다. 어디를 가나 차세대, 첨단, 미래 산업과 이를 수용하는 국가산단을 이야기한다. 정주여건 역시 산업 연계 시설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는 의외로 작은 것들에서 시작되고 있다. 바로 북스토어(Bookstore), 베이커리(Bakery), 커피(Coffee)다. 이들의 영어 이니셜을 모으면 BBC가 되는데, 이것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먼저 서점을 보자. '거리를 바꾼 작은 가게'라는 책 제목처럼 지역과 동네 변화에서 그 역할은 오래되었다. 대형 서점들이 1980년대까지 서울 도심 문화를 주도했다면, 2010년대 이후에는 전국의 독립서점들이 그 역할을 이어받고 있다. 파주출판도시, 동해책마을 등 도시 단위 프로젝트도 있다.


베이커리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등 소도시를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가 되었고, 일부 도시는 정기적으로 빵축제를 연다.


커피의 파급력은 더욱 크다. '스타벅스 임팩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카페의 등장은 거리의 풍경을 바꾼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이 문화는 카페거리, 가로수길 등 전국에 수많은 특색 있는 길을 탄생시켰다.


도시 전체가 커피로 바뀌는 사례도 많다. 강릉이 커피도시로 변모한 것이 대표적 사례며, 부산 역시 이를 모델로 삼아 도시 차원의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BBC가 사람을 모으는 데 중요하다 보니, 도시 외곽의 복합문화공간들도 예외 없이 이를 접목해 방문객을 유치하려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발전을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산업 유치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 산업 배치와 지역발전 정책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을 국가 산업에 종속시키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주민의 필요를 우선으로 고려하여 산업을 유치하고 개발해야 한다.


진정한 지역발전은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동네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기본 조건이 바로 BBC, 즉 북스토어와 베이커리, 커피다. 이들은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BBC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의 매력을 높여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접근은 대규모 산업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친근한 문화 공간 조성으로 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BBC로 대표되는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역의 매력을 높이면,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고 지역 산업을 개척할 인재의 유치와 궁극적으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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