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지역 균형 발전과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메가시티 구상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행정 효율성 제고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메가시티는 도시 발전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 간 협력과 네트워크 강화라는 측면에서 느슨한 형태의 메가시티 구조를 지지하지만, 메가시티를 추진하면서 우리가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이 있다. 과연 메가시티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하는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세계적인 메가시티들의 경험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뉴욕, 파리, 런던, 도쿄와 같은 도시들은 성공적인 경제적 통합을 이루었지만, 메가시티 내 위치한 중소도시들은 독자적 정체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객들이 존재함을 기억하지 못하는 위성도시들의 현실은, 메가시티 발전 과정에서 주변부 도시들이 맞이할 수 있는 도전을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국갤럽이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실시한 '한국인이 살고 싶은 국내 도시' 조사를 살펴보자. 서울은 2004년 22%에서 2019년 21%로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도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은 2004년 8%에서 2019년 13%로, 제주는 2004년 6%에서 2019년 11%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대전(4%)과 대구(3%)는 낮은 선호도를 기록했으며, 광주와 울산은 각각 2.4%와 2.2%에 그쳤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미 사실상의 메가시티로 기능하고 있는 수도권의 위성도시들 중 수원(2.1%)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도시가 살고 싶은 도시로 언급되지 않는 것이다.
진보정책연구원의 최근 조사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서울(14%p 초과), 제주(5%p 초과), 강원(2%p 초과)만이 거주 희망 인구가 실제 거주 인구를 웃돈다. 반면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거주 희망 비율이 실제 거주 비율보다 12%p나 낮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통합이나 경제권 형성이 반드시 거주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제주와 강원이 보여주는 대안적 발전 모델이다. 이들 지역은 메가시티 편입 없이도 높은 거주 선호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독자적 발전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많은 도시들이 자신만의 특색 있는 발전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통합과 대구·경북 통합을 둘러싼 논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라는 명분 아래, 비수도권 내에 새로운 위계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다. 행정 구역을 통합하더라도 도시 간 자발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 도시의 고유한 경쟁력을 상호 보완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전략이 중요하다. 보다 많은 권한을 소도시와 생활권에 부여하는 것이다. 중심도시와 주변도시가 상생하는 관계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각 도시의 정체성과 매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메가시티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거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다. 행정 효율성과 경제적 시너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제 거주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떤 형태의 도시 발전 전략을 선택하든, 그 목표는 결국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 구역 개편이나 경제 통합과 더불어, 각 도시의 고유한 가치와 주민들의 실제 필요를 더욱 섬세하게 고려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참고자료:
"한국인이 좋아하는 40가지", 한국갤럽, 2019.05.25
정한울, "호남 27%·영남 25%', 지역 혐오로 넘어온 정치 혐오," 한국일보, 202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