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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16. 2019

홍대 위기 어떻게 시작됐나

매출과 임대료 통계 없이 상권을 분석하는 언론을 그만 비판하고 직접 자료 찾아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2010년 이후 5년마다 실시하는 통계청 경제총조사에서 산업별/동별 사업자 경영 성과 자료를 찾았습니다. 일차적으로 서교동(홍대) 음식주점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교동은 젠트리피케이션 논쟁의 진원지입니다. 음식주점 또한 젠트리피케이션 논쟁의 중심에 서있던 업종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교동 임대료는 2012년부터 급속하게 상승해 2015년 최고점을 찍고 2016년 들어서면 한풀 꺾입니다. 2010년과 2015년 통계면 젠트리피케이션 전후의 서교동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먼저 공개합니다. 보고서는 논문 형식으로 나중에 공유하겠습니다.





2010년과 2015년 사이 서교동 음식주점의 평균 영업이익이 4,263만 원에서 1,730만 원으로 59.4% 하락했습니다.  


영업이익이 떨어진 이유는 매출 상승(41.0%)이 영업비용 상승(69.1%)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매출 감소에는 상권 과밀화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사업자가 단기간 대거 진입하면 사업자 1인 당 매출은 줄어듭니다. 2010-2015년 사이 서교동 음식주점수는 1,772개에서 2,457개로 38.7% 늘었습니다.


영업비용 항목 중 재료비는 6,475만 원에서 11,493만 원으로 77.5%, 인건비는 3,131만 원에서 6,089만 원으로 94.5%, 임차료는 2,442만 원에서 3,630만 원으로 48.6% 상승했습니다. 인건비가 가장 많이 올랐고, 그다음 많이 오른 항목이 재료비, 그다음이 임차료입니다.


비용 항목의 상대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매출대비 비용을 산출해야 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상권전체, 업체평균, 흑자업체평균 등 3가지 기준으로 각 비용 항목의 증가율을 비교합니다.


예컨대, 상권전체 임차료 비중은 상권 전체의 임차료를 상권 전체의 매출로 나눈 수치입니다. 상권을 하나의 경제 단위로 보고, 상권이 생산한 매출 중 건물주가 몇 퍼센트를 임차료로 확보했는지를 측정합니다. 업체평균과 흑자업체평균은 모든 업체와 흑자 업체의 매출대비 임차료 비중을 계산해 이를 합한 다음 각각 업체수와 흑자업체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흑자 업체의 임차료 비중을 별도로 계산한 이유는 어느 정도 수준의 경영성과를 내는 업체의 평균 임차료 부담률을 산출하기 위해서입니다. 경영이 악화된 기업이 많으면 전체 업체 평균 부담률이 실제 임차료 부담률보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상권전체 매출대비 지출의 상승폭은 재료비(8.6%p), 인건비(6.1%p), 임차료(0.7%p) 순입니다.




업체 평균 매출대비 인건비, 재료비, 임차료가 각각 6.6%p, 6.4%p, 6.3%p 상승했습니다.




흑자업체평균 매출대비 지출의 증가폭은 재료비(5.9%), 인건비(5.5%p), 임차료(3.4%p) 순입니다.


2010-2015년 서교동 음식주점의 경영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재료비와 인건비였습니다.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임차료는 다른 주요 항목에 비해 상승폭이 낮았습니다.


2015년 서교동의 매출대비 임차료는 산출 방식에 따라 22.2-13.2% 사이에 분포됐습니다. 창업가이드가 일반적으로 적정 임대료 수준을 매출의 15%로 제시하고, 전국 외식업 평균 임차료가 매출대비 9%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2015년 서교동 임차료는 다른 지역보다 높게 형성됐습니다.


상권전체 임차료 비중이 업체평균 임차료 비중보다 낮은 이유는 업체 양극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2015년 서교동이 높은 매출을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임차료를 지불하는 업체가 많아 상권전체 임차료 비중을 떨어뜨렸습니다.


흑자업체평균 임차료 비중이 업체평균 임차료 비중보다 낮은 이유는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매출에 비해 많은 임차료를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총조사의 임차료 항목은 임대료뿐만 아니고 기계와 장비 렌트비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실제 매출대비 임대료는 22.3-13.2% 범위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언론이 보도한 대로 2010-2015년 사이 서교동 음식주점의 경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의 원인이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매출 감소, 비용 상승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습니다.


서교동이 도시문화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고 경쟁 압박이 커져 개별 업체가  매출을 크게 늘리지 못했습니다. 매출을  늘리지 못하고 임대료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더 까다로워진 소비자를 유치하고 다른 가게와 차별하기 위해 재료와 인력의 질은 오히려 높여야 했습니다. 상권 과밀화와 고급화가 매출 부진과 비용 증가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골목상권 담론을 주도한 젠트리피케이션 프레임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합니다. 주요 지출 항목 중에서는 임차료 상승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임대료 상승이 서교동 상권 악화의 주범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약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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