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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콘텐츠 타운: 건축 주도 지역발전론의 새로운 실험

by 골목길 경제학자

무주 콘텐츠 타운: 건축 주도 지역발전론의 새로운 실험


무주군은 전북특별자치도 동북부에 있는 군으로, 인구는 2022년 3월 말을 기준으로 23,080명이며,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대표적인 농산촌 지역이다. 무주는 덕유산 국립공원, 태권도원, 무주리조트라는 연 500만~700만 명이 방문하는 강력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건축 주도 지역발전론을 적용할 잠재력이 충분한 지역이다.


이 글에서는 무주의 현황을 분석하고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1. 무주 콘텐츠의 3대 축

무주의 지역 콘텐츠는 세 개의 주요 축으로 구성된다: 무주읍, 덕유산 국립공원, 그리고 태권도원이다. 각각은 고유한 특성과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개별적으로 운영되어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무주읍은 전체 인구의 37%가 거주하는 군청 소재지로서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콤팩트한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도보 이동이 가능하며, 전통시장과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덕유산 국립공원은 구천동 33경을 포함한 덕유산 북쪽 계곡으로, 무주리조트와 백련사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관광지역이다. 구천동 일대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일정 수준의 관광 인프라와 상업 시설이 들어간 상황이다.


태권도원은 태권도라는 명확한 테마를 가진 테마 공원이자 역사 문화 공원으로, 2014년에 완공되어 총면적 약 231만㎡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최근 5월부터 태권도원 입장료를 무료로 변경하는 등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2. 무주읍, 콤팩트 도시 Par Excellence


무주읍은 이상적인 콤팩트 도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백산맥의 고원에 위치한 무주읍은 걸어서 이동 가능한 규모의 도심을 형성하고 있으며, 군청, 시장, 상업지역이 집약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제인 제이콥스가 제시한 도시 다양성의 4대 조건 중 '중간밀도'와 '쇼트블록'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보행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무주읍을 여행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크리에이터 타운의 기본 구성 요소인 베이커리, 커피숍, 독립서점, 게스트하우스 등의 앵커 시설이 부족하다. 현재의 상권은 주로 전통적인 음식점과 생필품 판매점으로 구성되어 있어,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선호하는 문화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무주읍 원도심의 건축자원도 대부분 노후화된 상태로,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현대적 감각의 상업 공간이 부족하다. 골목상권의 기본 요소인 개성 있는 소형 상가와 매력적인 파사드 디자인이 결여되어 있다.


로컬 브랜드 유치와 연결된 건축과 디자인 지원으로 방문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하며 지역 청년에게 매력적인 정주환경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타운의 조성이 시급한 과제다.



3. 덕유산 국립공원 입구마을의 잠재력

덕유산 국립공원은 무주의 핵심 관광 자원이다. "여기가 한국인가"라고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다. 그러나 덕유산 국립공원이 그 잠재력이 제대로 활용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현재 국립공원 입구 지역은 장사하기 좋은 구조, 즉 건축, 콘텐츠, 동네가 취약한 상태다.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구천동 관광특구 일대는 아직 지속가능한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당일 관광으로 그치며, 숙박이나 체류형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존의 상업시설들은 주로 식당과 숙박업소에 한정되어 있어, 다양한 연령층과 취향의 방문객을 수용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개의 테마별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을 제안한다.


백련사 입구: 불교와 계곡 테마의 크리에이터 타운

백련사 입구에는 이미 산채정식, 토종닭, 일반 카페 등 기본적인 콘텐츠가 있지만, 백련사와 구천동 계곡에 특화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부족하다. 진정한 백련사 특화 크리에이터 타운을 위해서는 사찰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비건 레스토랑, 계곡 물소리를 배경으로 한 명상 티하우스, 불교 철학서와 자연도서를 큐레이션 한 독립서점이 필요하다. 또한 108배 체험과 연계한 마음 챙김(mindfulness) 스튜디오와 백련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를 위한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조성하여 불교문화와 자연이 조화된 힐링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해야 한다.


무주리조트 입구: 스키와 아웃도어 테마의 크리에이터 타운

무주리조트 주변에는 스키 장비 대여점이 많지만, 진정한 스키 문화를 구현하는 콘텐츠는 없다. 기능적 서비스를 넘어선 스키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위해서는 뮬드와인과 라클렛 같은 스키장 전통 음식을 제공하는 알파인 라이프스타일 카페, 스키 왁싱과 튜닝을 직접 배우는 워크숍 공간이 필요하다. 애프터 스키(Après-ski)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파이어플레이스 라운지와 빈티지 스키 장비를 전시하는 스키 문화 아카이브, 그리고 스키 패션에 특화된 편집숍과 한정판 굿즈를 통해 유럽 알프스의 스키 빌리지 문화를 무주에 구현해야 한다.


4. 태권도원의 도시 콘텐츠화

태권도원은 무주의 가장 독특한 자산이지만, 현재까지는 단일 목적 시설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태권도 실전 체험 프로그램, 태권도 정신 수양 체험 프로그램, 태권도 극기 훈련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반 관광객과 지역 주민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


태권도원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도시 콘텐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태권도를 테마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개발이 필요하다. 무주군이 태권브이 조형물 설치를 본격화하고 있어 태권도와 대중문화의 결합이 시도되고 있다. 이를 더욱 확장하여 태권도를 활용한 피트니스 프로그램, 태권도 정신을 담은 명상과 요가, 태권도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션 브랜드, 태권도 철학을 적용한 음식과 카페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태권도진흥재단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5월부터 입장료를 무료로 변경한 것은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 문화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여 태권도원 주변에 태권도 테마의 상업 시설과 체험 공간을 확충한다면, 태권도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하나의 문화적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5. 건축마을 자원 발굴: 체험마을을 건축마을로 전환

무주의 여러 마을이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안성면 두문마을의 낙화놀이를 지속가능한 로컬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로컬 크리에이터 '산골낭만'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을 자원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면 단위로 많은 체험마을이 운영된다. 대부분 농업 체험 중심으로 운영되어 현대적 관광 트렌드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이들 마을을 건축마을로 전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무주 지전마을 옛 담장은 돌담과 토석담이 약 700m에 이르며, 2006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흙과 자연석을 혼용하여 평 쌓기를 한 토석 담은 시각적 연속성을 주고 있으며 전통적인 한국 농촌 마을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지전마을은 이미 건축적 정체성을 가진 마을로서, 이를 더욱 발전시켜 돌담 건축마을의 모델로 육성할 수 있다. 기존의 돌담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기능을 가진 상업 시설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돌담 쌓기 체험, 전통 건축 워크숍, 농촌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할 수 있다. 무주 구천동 33경, 백련사 등을 찾는 관광객이 지전마을 옛 담장을 찾는 연계 관광의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를 더욱 체계화하고 발전시킬 잠재력이 크다.


무주군 내의 다른 체험마을들도 각각의 특색에 맞는 건축적 정체성을 부여하여 건축마을로 전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머루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은 와이너리 건축마을로, 사과 재배 지역은 과수원 건축마을로 발전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농업 체험을 넘어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건축적 분위기와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는 것이다.


6. 무주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기본 계획

무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건축마을과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를 양축으로 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관광 벤처를 통한 여행 상품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무주 콘텐츠를 마을 단위로 개발하고 지원하는 체계적 전략이 요구된다.


건축마을과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양축 전략

첫째, 건축마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무주읍, 백련사 입구, 무주리조트 입구, 지전마을 등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건축마을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방문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각 마을은 독립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무주 건축마을 투어'라는 통합 브랜드를 형성한다.


둘째,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를 무주읍에 설치하여 크리에이터 육성의 거점으로 활용한다. 이곳에서는 태권도 용품 디자인, 아웃도어 장비 제작,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 개발, 전통 건축 기법을 현대적으로 응용한 가구 제작 등 무주의 지역 자원과 연계된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마을 단위 콘텐츠 개발과 지원 체계

기존의 관광 벤처 접근법은 주로 기존 관광지를 패키지화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진정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각 마을이 고유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마을별로 특화된 크리에이터를 배치하고, 이들이 지역 주민과 협력하여 그 마을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지전마을에는 전통 건축과 현대 디자인을 결합하는 크리에이터를, 백련사 입구에는 불교문화와 웰니스를 전문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또한 무주군 차원에서는 이들 마을 간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고, 공통 인프라(교통, 숙박, 마케팅 등)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각 마을의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홍보하고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주민 참여

무주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부 크리에이터의 유치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역 주민들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콘텐츠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무주의 고령 인구는 전통 기술과 지역 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전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세대 간 협력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무주만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무주는 덕유산 국립공원, 태권도원, 무주리조트라는 강력한 관광 자원을 보유한 한국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도시다. 건축 주도 지역발전론을 적용하여 무주읍을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터 타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건축마을을 조성한다면 무주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창의적 인재들이 모이고 정주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기존의 관광 상품 개발 접근법에서 벗어나 마을 단위의 지속가능한 콘텐츠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건축마을과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를 양축으로 하는 무주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산촌 지역의 새로운 발전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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