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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Mar 31. 2017

대전 성심당 거리에서 본 원도심의 미래

베이커리 타운

대전 빵집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전국 5대, 10대 빵집에 늘 소개될 정도로 대전하면 대부분 성심당을 떠올린다.


하지만 대전 원도심에 '성심당 거리(Sungsimdang Street)'가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을까?


이 거리로 들어서면 서양식 4층 건물 성심당케익부띠끄가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처음 오는 사람은 거리 초입에 위치한 이 건물을 성심당 본점으로 오해할 수 있다. 케익부띠끄에서 한 블록 걸으면 대형 튀김소보로 사인과 함께 성심당 본점을 만날 수 있다. 본점 맞은편에는 전통제과를 전문으로 하는 성심당옛맛솜씨가 우리를 반긴다.


대전 원도심 성심당 거리 입구


성심당 전통과자 브랜드 '성심당옛맛솜씨'


성심당, 성심당케익부띠끄, 성심당옛맛솜씨 등 성심당 3대 제과 브랜드가 이 거리의 중심 시설이지만, 플라잉팬, 테라스키친, 삐야또, 우동야 등 성심당 외식사업부가 운영하는 식당들도 이 거리에 모여있다.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성심당 거리와 같이 한 기업이 조성한 음식문화거리를 볼 수 없다.




성심당 거리와 달리 활력을 잃은 대전 원도심의 다른 지역


성심당거리의 공식 지명은 대종로 480번길이다. 정확하게 대종로와 중앙로 156번길 사이의 대종로 480번길 두 블록이 성심당 거리다. 성심당 거리가 속해 있는 이 곳은 대전 원도심인데, 전형적인 도시공동화 지역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 철도역을 기반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역 상권이었으나 신도시 개발과 공공기관 이전으로 사람이 드문 재생 대상 지역 다. 하루 종일 북적대는 성심거리를 벗어나면 공사가 중단된 건물, 빈 가게, 노후한 간판 등 공동화 지역의 쓸쓸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원도심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유로운 삶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젊은이들과 도시여행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원도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대전은 원도심 재생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전시와 대전 시민 모두 원도심 재생을 최대 관심사로 여기고 있다.


민선 6기 권선택 시장도 원도심 재생을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국토부 경제기반형 도심재생사업자로 선정돼 원도심 랜드마크인 구충남도청 건물을 문화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도심 문화예술 지역의 대표적인 독립서점 '도시여행자'


대전 원도심의 미래를 과학기술문화, 근대문화, 철도문화에서 찾아야 할까?


충남도청 건물을 활용한 메이커산업 육성 사업은 원도심의 정체성을 대덕연구단지가 중심이 된 과학기술문화에서 찾고자 하는 시의 의지가 엿보인다. 대전시가 원도심 근대문화 건축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복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근대문화도 원도심 특색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전역 주변에 철도 관련 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철도문화도 원도심 정체성의 일부다. 원도심 중앙시장도 철도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해 시장 이름을 중앙철도시장으로 변경했다.


대전의 대표적인 근대문화 건축물 구충남도청 건물 내부


희망적인 것 문화 분야에서 대전시의 원도심 재생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중교로 문화예술거리가 대표적 사례다. 갤러리, 미술관, 독립서점, 커피전문점, 공연시설 등이 문화예술거리에 집결돼있다. 하지만 아직 원도심이 다시 대전의 문화 중심지로 귀환했다고 평가할 수준에 미치지는 않는다. 대전시의 고민이 계속되는 가운 우리는 그 해답을 성심당에서 찾을 수 있다.





성심당 거리가 제시하는 원도심 미래 - 베이커리 타운(Bakery Town)


일반 시민과 대전을 찾는 여행자에게 대전 원도심, 아니 대전의 상징은 성심당이다. 성심당에 대한 추억이 없는 대전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 곳은 그야말로 대전 정체성의 핵심 요소다. 지금도 대전시민들은 타지인에게 성심당 빵을 선물할 정도로 성심당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남다르다.


대전시는 새로운 테마를 발굴하기보다 이미 형성된 성심당 거리 테마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본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어렵다. 존재하지 않는 테마를 재개발하고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보다,


이미 보유한 자산을 보호하고 더 키우는 것이 도시재생 정신이다.


대전 원도심 성심당 거리가 베이커리 타운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성심당이 할 일과 대전시가 할 일로 나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성심당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제과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다. 제과점 성심당의 의무라고 한다면,


성심당이 종사하는 제과산업, 특히 독립 베이커리 산업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일이 최우선이다.


성심당 50주년 기념 브랜드 '대전부르스'


이미 성심당은 독립 베이커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성심당 출신 인재가 곳곳에서 독립 빵집을 창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학원들이 제대로 제빵사를 훈련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성심당과 같은 중견 제과기업이 새로운 제과학원을 세우고 졸업생의 창업을 지원해야 제과 인재 교육의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대전시는 제과 문화의 산업화와 베이커리 타운 조성을 적절히 지원해야 한다.


성심당은 이미 연매출 400억, 고용인력 350-400명 규모의 중견 기업이다. 성심당에 재료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이 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여기에 성심당을 찾는 여행객이 유발하는 비즈니스 창출 효과를 더하면, 성심당은 이미 원도심 경제의 주요 산업이다. 대전시는 이를 기반으로 성심당 거리를 베이커리 타운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대전시가 성심당 중심으로 형성된 제과산업에 창업을 통한 새로운 기업과 상점의 진입을 유도한다면, 원도심은 한국을 대표하는 거리형 제과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다. 디저트카페 거리, 제과산업 창업지원센터, 제과 학원, 독립 빵집 등이 들어선 원도심 거리가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베이커리 타운의 모습이다.  


제과업체의 공장을 원도심으로 유치하는 것도 제과의 산업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미 대전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성심당에게 제과테마파크 조성을 제안하고 있다. 성심당을 중심으로 인위적인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성심당 공장을 성심당 거리와 가까운 장소 한 곳에 모아 이를 산업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안이다.


실제 공장을 대체할 만큼 진정성 있는 시설을 인위적으로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외 성공 사례로는 ‘Hershey’s Chocolate World Attraction’이 있다. 허쉬초콜릿은 1970년 출신 도시 펜실베이니아 허쉬에 초콜릿타운을 설립해 투어라이드, 3D/4D 쇼, 초콜릿공장견학, 초콜릿 제품 판매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성공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09년에는 교육 목적의 ‘허쉬스토리 뮤지엄’을 열어 양질의 전시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커리 타운 건설을 위해서는 대전시와 성심당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시가 결단을 내리면 대전시-성심당 협업은 성공할 수 있다. 모두 알고 있듯 성심당은 단순한 제과점이 아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탈물질주의 시대의 새로운 기업 모델이다.




베이커리 타운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


높은 차원의 재화 공유를 지향하는 공동체 정신, 'EoC(Economy of Communion)'


'EoC(Economy of Communion)_모두를 위한 경제로'는 성심당을 대표하는 경영철학이다. "EoC는 기업이 경영을 통해 공동 선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실천하는 경제 개념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창업 가족이 천주교 대안학교에서 배운 대안적 경영 철학이다. 성심당이 EoC 이념을 바탕으로 2007년 개발한 기업비전이 무지개 프로젝트다. "일곱 색깔 무지개는 저마다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비전의 상징이다."


성심당의 성공 이유인 탄탄한 기업 철학과 비전



성심당이 원도심 재생 파트너 기업으로 이상적인 이유는 그동안 이 기업이 실천한 지역 공헌 사업 실적이다.


초기부터 당일 제조-당일 판매 원칙을 지키며 남는 빵은 다음 날 아침 지역 단체와 노숙인에 기부했다. 최근에는 그 영역을 넓혀 장학기금, 코레일 복지, 아프리카 후원을 하고 있다.


대전 마케팅으로 채워진 본점 인테리어


성심당의 지역 공헌이 주목 받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대전 브랜드 전략이다.


성심당에 들어서면 '성심당은 대전의 문화입니다',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聖心堂, 1956年 以來 大韓民國 大田', '대전블루스' 등 거의 모든 사인, 포장, 포스터에 대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2005년 화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심당을 변함없이 성원한 대전 시민에 대한 고마움이 국내 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출신 도시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발전했다.


성심당의 대전 사랑은 슬로건과 브랜딩에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백화점의 입점 제안에도 불구하고 대전 본사, 대전 매장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본점, 대전역 매장, 대전 롯데백화점 매장 등 3곳으로 모두 대전에 위치해 있다. 프랜차이즈 시장을 통해 전국 생산을 구축하는 것보다는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 소비자, 협력업체로 구성된 지역 산업 생태계로 지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고취하고 고유의 품질과 맛을 유지해 전국 소비자가 대전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지역 중심 성장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2016년 열린 성심당 60주년 전시회 입구


지역과의 동반 성장에 대한 의지는 2026년 가을 구충남도지사공관에서 개최한 6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대전 지역과 성심당이 같이 한 역사를 정성스럽게 수집하고 전시했다. 기회가 되면 원도심에 별도 장소를 마련해 영구 전시관을 설치하고 싶다는 것이 성심당 김미진 이사의 포부다.




도시재생을 위한 민관협력사업의 윈-윈 전략


반기업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관협력사업은 추진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정치적 제약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참여 기업의 확대, 시 보유지나 공폐가의 장기 임대, 청년 창업가 참여와 지원 등이 특혜 시비를 극복하고 윈-윈 할 수 있는 민관협력 모델이다.


베이커리 타운이 원도심 재생 사업의 전부는 아니다. 이 사업과 더불어 대전시는 보행로를 확대하고, 횡단로를 늘려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며, 다양한 유형의 저층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단지형 건축물의 신축을 최소화하는 등 기본 도시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도시재생의 성공은 인구와 기업의 유입에 달렸다. 원도심을 살기 좋고, 여행하기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베이커리 타운을 포함한 모든 재생 사업의 목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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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글입니다.


김태훈, 성심당, 남해의봄날, 2016

권선택, 권선택의 경청, 해피스토리, 2013

성심당, 성심인 챔피언, 2016

북리뷰 http://m.blog.naver.com/neolone/22084234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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