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네 도시

도쿄는 숲

by 골목길 경제학자

도쿄는 숲


1. 도입부: 숲으로 도시를 읽다

도쿄 롯폰기의 모리미술관에서 2025년 7월 2일부터 11월 9일까지 건축가 후지모토 소스케(藤本壮介, Sou Fujimoto)의 첫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후지모토 소스케의 건축: 원초·미래·숲"이다.


"원초"는 인류 탄생 이전부터 존재한 숲을, "미래"는 후지모토가 제안하는 미래 도시의 비전을, "숲"은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건축 철학을 의미한다. 숲도 도시도 복층적이며, 생명이 태어나고 순환하는 장소다.(森美術館, 2025) 전시는 이러한 "숲"이라는 개념이 후지모토 건축의 핵심이며, 미래 건축과 사회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1971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후지모토 소스케는 도쿄대학 공학부 건축학과 졸업 후 2000년에 후지모토 소스케 건축설계사무소를 설립했으며, 현재 도쿄와 파리, 선전에 사무소를 두고 개인 주택부터 대학, 상업시설, 호텔, 복합시설까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그는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회장 디자인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오사카 엑스포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그랜드 링(Grand Ring)'을 설계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森美術館, 2025)



2. 후지모토의 정체성과 도쿄의 발견: 도쿄는 숲이다

후지모토가 어떻게 "도쿄는 숲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을까? 그 여정은 홋카이도에서 시작된다.


홋카이도의 자연이 풍부한 히가시카구라초에서 성장한 후지모토에게 홋카이도의 잡목림은 원초적 풍경이다. (森美術館, 2025) 하지만 이 유년기의 기억은 한동안 건축적 언어로 번역되지 못했다. 1994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6-7년간 자신의 건축 기반을 깊이 고민하던 시기, 당시 "복잡계"라는 사고방식이 주목받고 있었다. 이는 복잡한 세계를 단순화해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것을 복잡한 그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ヒルズライフ, 2025a)


이 두 가지 이론적 탐구에서 "숲"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하는 순간, 후지모토는 깨달았다. 유년기의 원체험으로서의 "숲"과, 이론이 포착한 "숲"이 연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도쿄에서 세 번째 숲을 발견한다.


도쿄와 같은 거대 도시의 뒤얽힌 골목이나 잡다한 것들이 혼재하는 모습에서도 "혼란 속에 느슨한 질서가 있다"는 숲의 요소를 발견한다. 작은 가지나 잎 등으로 구성되는 숲도, 골목에 존재하는 화분이나 자전거, 간판 같은 작은 것들도 함께 "휴먼 스케일"이다.(森美術館, 2025)


도쿄의 숲은 계획되지 않았다. 자생적으로 형성된 골목, 옥상정원, 작은 가게들, 뒤얽힌 전선들, 다층적인 공간들. 이 모든 것이 복잡한 관계성 속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후지모토는 "숲과 같은 장소야말로 다양성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공간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美術手帖, 2025)


후지모토는 초기부터 일관되게 추구해 온 테마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들이 공존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 "때로는 전혀 다른 개성이 공명하고 연결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美術手帖, 2025) 도쿄의 숲은 바로 이러한 공존과 공명이 일어나는 장소였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하고,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일어나며, 다양성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공간. 후지모토에게 도쿄는 거대한 도시 숲이었다.



3. 후지모토의 미래 도시 비전: 숲의 미래 투사

홋카이도의 원초적 숲과 도쿄의 도시 숲을 발견한 후지모토는 묻는다. 이 숲의 원리를 미래 도시에 적용하면 어떤 모습일까?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미래의 숲 원초의 숲—공명도시(Resonant City 2025)”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미야타 히로아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미래 도시 이미지다.


공식 전시 패널에 따르면, '공명도시 2025'는 후지모토와 미야타 히로아키가 공동 구상한 미래 도시로, 지름과 높이 약 500m 규모의 구형 구조물들이 다양한 크기로 결합된 복합 입체 도시를 상정하고 있다. 주거, 공원, 학교, 병원, 상점, 문화시설, 농장 등이 포함되며, 중심축이 없는 다층적 구조를 통해 생명체들이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는 숲과 같은 생태적 공동체를 표현한다.


후지모토는 이 도시를 "근대적 평면의 도시에서 벗어나 입체적 이동이 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델"로 제시한다. 수평과 수직의 경계를 넘어, 유기적이고 다공적인 연결 속에서 도시가 새로운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상상이다.



4. 도시 숲의 임의적 조성은 가능한가?: 마에바시와 후지모토

소도시에서 후지모토의 "숲" 철학을 실험한 사례가 군마현 마에바시시다. 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핵심에 후지모토가 설계를 맡은 白井屋ホテル(시로이야 호텔)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JINS 창업자 다나카 히토시(田中仁)가 주도한 마에바시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다나카는 "메부쿠(めぶく, 싹이 트다)"라는 비전 아래 마에바시를 문화와 산업이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도시로 재생하고자 했다.


시로이야는 비단 산업으로 번성했던 마에바시에서 에도 시대부터 약 300년 이상 계속된 역사 있는 숙박시설이었다. 1970년대에 호텔로 전환했지만, 이후 시가지가 쇠퇴하고 2008년에 폐업했다. 건물은 철거가 계획되었지만, 2014년에 마에바시시의 활성화 활동 "마에바시 모델"을 주도하는 다나카 진 재단에 의해 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日経クロステック, 2020)


시로이야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6년 반의 시간을 들여 변화하고 성장해 온 프로젝트였다. 후지모토는 처음에 본관 리노베이션에 큰 아트리움을 제안했고, 거기서 컨셉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바닥을 해체하고 시간을 겹쳐온 기존 구조체의 기둥과 보가 드러났을 때, 이 실내 광장과 같은 큰 아트리움이 마을 사람과 세계 각지에서 오는 사람이 만나는 장소가 되고, 다양한 것이나 활동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예감을 느꼈다.(白井屋ホテル, n.d.)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실제로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 디자이너, 마을 사람들, 마에바시시의 마치즈쿠리 활동이 시로이야에 관여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과 것, 활동을 받아들이고, 끌어들이고, 끌려들면서 마에바시 거리와 함께 시로이야가 앞으로도 변화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白井屋ホテル, n.d.)


주목할 점은 마에바시 도시재생 사업의 스케일이다. 다나카와 후지모토는 시로이야 호텔을 중심으로 반경 약 500m 구역 내에서 유기적 성장을 도모했다. 이 500m라는 스케일은 후지모토가 전시에서 제안한 공명도시 2025의 규모—직경·높이 약 500m—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후지모토는 마에바시에서 미래 도시의 원리를 실제 스케일로 실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9년, 후지모토는 마에바시시와 아츠 마에바시(아트센터)가 발행한 『Living Locally - Reconsidering Critical Regionalism』에 건축가로서 기고했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지역에서 살아간다(Living Locally)"는 후지모토의 도시재생 철학을 잘 보여준다. 지역의 고유한 맥락, 역사,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세계적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여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하는 것. 이것이 후지모토가 생각하는 "비판적 지역주의"다.


마에바시 프로젝트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시간의 문제다. 6년 반이라는 긴 시간, 지역 공동체의 참여,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이 필요했다. 도시 숲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문화적 생태계 조성이기 때문이다.


5. 도시 숲은 요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

후지모토가 발견한 도쿄의 숲은 아름다운 은유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도시 숲은 영원한가?


도쿄는 운이 좋았다. 전후 혼란기에 무질서하게 형성된 골목들이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도 완전히 철거되지 않았고, 경제 거품 붕괴 이후의 침체기 덕분에 재개발의 압력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쿄에서도 대규모 개발과 단지 개발의 유혹은 강력하다. 한꺼번에 깨끗하고 효율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투자 회수도 빠르다. 그 과정에서 잃는 것은 도시의 다양성, 복잡성, 인간적 스케일이다.


숲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나는 "요새(Fortress)"라고 답하고 싶다. 폐쇄적이고, 방어적이고, 외부와 단절된 공간. 불행하게도 현대의 대규모 주거단지, 상업단지들은 점점 더 요새화되고 있다. 높은 담장, CCTV, 출입 통제 시스템... 안전과 편의라는 명목 아래, 도시는 요새들의 집합이 되어가고 있다.


도쿄는 이러한 요새화를 경계해야 한다. 후지모토가 말하는 숲은 개방적이고, 다공성이며, 다양성을 수용한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하고,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이것이 진정한 도시의 활력이다.


후지모토의 전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숲인가, 요새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건축가만의 몫이 아니다. 정책입안자, 개발업자,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 모두의 책임이다.


* 도쿄와 마에바시는 연세대 이윤재 현대문화예술연구원 연구 답사의 일환으로 방문하였고 연구원이 공식 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참고문헌

BUNGA NET (2025). 藤本壮介氏初の大規模個展の見どころを総ざらい、「大屋根リング」の巨大模型や1000超の模型群など身体で感じる建築展.
https://bunganet.tokyo/fujimoto01/

Expo 2025 Osaka Kansai (2024). Site Design – Grand Roof Ring. Expo 2025 Official Website.
https://www.expo2025.or.jp/en/overview/producer/

美術手帖 (Bijutsu Techo) (2025). 「“藤本壮介の建築:原初・未来・森”(森美術館)開幕レポート。多様性を包み込み、共に生きる場所をつくる」.
https://bijutsutecho.com/magazine/news/report/30981

森美術館 (Mori Art Museum) (2025). 藤本壮介の建築:原初・未来・森 | みどころ.
https://www.mori.art.museum/jp/exhibitions/soufujimoto/03/index.html

ヒルズライフ (HILLS LIFE DAILY) (2025a). 「個展“藤本壮介の建築:原初・未来・森”@森美術館(7/2〜)の見どころを聞く|❶予習編」.
https://hillslife.jp/innovation/2025/06/28/primordial-future-forest/

ヒルズライフ (HILLS LIFE DAILY) (2025b). 「圧巻の個展“藤本壮介の建築:原初・未来・森”@森美術館(7/2〜)を体験しよう|❷解説編」.
https://hillslife.jp/innovation/2025/07/16/sou-fujimoto/

Tokyo Art Beat (2025). 「“藤本壮介の建築:原初・未来・森”(森美術館)レポート。大阪・関西万博を手がける建築家の初大規模個展で見る建築の新境地」.
https://www.tokyoartbeat.com/articles/-/sou-fujimoto-mori-art-museum-report-202507

白井屋ホテル (Shiroiya Hotel) (n.d.). ストーリーズ – 藤本 壮介 / SOU FUJIMOTO.
https://www.shiroiya.com/stories/soufujimoto/

日経クロステック (Nikkei XTech) (2020). 「前橋で300年の歴史ある白井屋旅館を改修、藤本壮介氏設計の“緑の丘”も新設」.
https://xtech.nikkei.com/atcl/nxt/column/18/00585/110400051/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