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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걷다, 경제를 읽다

by 골목길 경제학자

도쿄를 걷다, 경제를 읽다


'도시를 걷다, 경제를 읽다' 시리즈의 2편 도쿄편을 완성했다. 1편 베를린은 2025년 5월 브런치북으로 발행했다. 도쿄편은 이렇게 브런치 에세이로 발행한다.


'도시를 걷다, 경제를 읽다'는 세계 주요 도시를 찾아 동네 경제 독해법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도시와 경제에서 동네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동네 경제의 도시적, 건축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도쿄는 베를린과 마찬가지로 동네가 강한 도시다.


도쿄도 인구는 1,400만, 대도시권 인구는 3,700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도시권이지만, 동시에 가장 작은 동네들의 집합이기도 하다. 시부야, 하라주쿠, 시모키타자와, 나카메구로, 다이칸야마 같은 수십 개의 독립적 동네가 각각 고유한 문화 정체성과 독자적 경제 생태계를 유지하며, 야마노테선이라는 순환선으로 30분 내에 연결된다. 이 책은 도쿄의 동네들을 걸으며 그 경제적 작동 원리를 읽어내려는 시도다.


2025년 3회에 걸친 도쿄 답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초고층 빌딩과 저층 골목이 공존하며 서로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롯폰기힐즈 같은 거대 복합개발이 있지만, 내부 보행환경이 쾌적하고 그 바로 옆에는 3-4층 저층 건물의 좁은 골목길이 여전히 활력을 유지한다. 신주쿠의 초고층 오피스 지구에서 10분만 걸으면, 골든가이의 2평짜리 선술집들이 모여 있는 미로 같은 골목이 나타난다. 이런 공존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공존의 비밀은 두 가지다.


첫째, 대중교통 중심(Transit), 동네 중심 개발(Neighborhood), 중간밀도 유지(Mid-density)라는 'TNM 모델'이다. 야마노테선으로 연결된 다중심 구조가 자동차 없이도 고밀도 경제를 가능하게 한다.


둘째, 보행 중심의 초고층 개발이다. 롯폰기힐즈와 마루노우치는 초고층이지만 1-2차선 도로에 면하고, 넓은 공지와 셋백으로 보행자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으며, 저층부는 상업시설로 거리와 연결된다. 도쿄 모델은 대로와 자동차 진입로로 단절된 한국의 복합개발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비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렇게 형성된 동네 구조에서 어떻게 로컬 브랜드가 잉태되고 성장하는지를 탐구한다. TNM 모델이 동네 경제를 활성화하는 메커니즘, 보행 중심 초고층 개발의 성공 조건과 한계, 그리고 서울이 강남 중심의 단극 구조에서 다중심 보행도시로 전환하기 위해 배워야 할 교훈을 다룬다.


도쿄 모델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청년층을 다시 도심으로 불러들였고, 인구 감소와 맞물린 중심부 회귀는 교외 신도시들에 위기를 가져왔다. 이에 대한 도쿄 교외의 응전은 서버번 다운타운입니다.


도쿄편은 크게 세 부로 구성된다.


Part 1 '동네의 힘'은 도쿄의 도시 구조와 동네 경제의 작동 원리를 다룬다. 도쿄가 어떻게 숲처럼 다양한 동네들의 생태계로 기능하는지, 보행자 중심 도시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그리고 로컬 브랜드가 도쿄 경제의 메인스트림이 된 과정을 분석한다.


Part 2 '역전환: 중심부 회귀'는 초고층 복합개발의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한다. 2000년대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청년층과 창조계급의 거주지 선호를 다시 도쿄 중심부로 돌렸다. 도쿄도도 이러한 중심부 선호에 부응하기 위해 대규모 초고층 개발을 허용해 왔다. 대표적인 개발 모델이 모리빌딩의 라이프스타일 센터다. 이 모델은 초고층 복합개발이 동네 문화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자생적 문화 창출의 한계도 드러냈다.


마루노우치 재개발도 다시 조명한다. 보행환경과 녹지 중심으로 쾌적한 초고층 상업지역으로 변신했지만, 역사적 랜드마크인 도쿄역 주변을 장소성에 맞게 개발했는지, 그리고 런던타운으로 불리던 과거의 모습을 충분히 보존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메이지 도쿄의 안식처'에서는 도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체계적으로 철거한 메이지 건축물들의 운명을 추적하며, 반복되는 재개발 속에서 작동해온 일본 토건산업의 구조적 힘을 살펴본다.


Part 3 '주변부의 도전'은 도쿄 신도시와 주변 도시의 실험을 다룬다. 인구 감소화 중심부 회귀 현상으로 다마뉴타운 같은 1세대 신도시와 마에바시 같은 수도권 외곽 도시는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교외 신도시 모델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후타코타마가와 같은 신세대 개발은 다운타운과 리테일 코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해외 럭셔리 여행자 유치라는 공통적인 도전에 맞물려, 도쿄의 주변부는 리테일 코어 컨셉의 새로운 다운타운 건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도쿄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이 거대 도시가 동네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서울과 한국의 신도시들이 나아갈 방향을 시사한다. 동네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경제의 기본 단위이며, 미래 도시산업의 출발점이다. 이 책이 도시를 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본문은 브런치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연재된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중 도쿄 방정식, 라이프스타일 센터, 철학의 문제는 추후 발행될 예정이다. 각 장의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Part 1: 동네의 힘 (1-7장)

도쿄는 숲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14

보행자의 도시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72

도쿄 방정식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76

도쿄의 메인스트림 https://naver.me/xPUifiCn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82

기치조지 I: 완벽한 모델의 역설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33

기지조지 II. 상권 디자인의 힘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85


Part 2: 역전환 - 중심부 회귀 (8-10장)

라이프스타일 센터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83

런던타운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21

메이지 도쿄의 안식처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25


Part 3: 주변부의 도전 (11-15장)

신도시의 정석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15

신도시의 다운타운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62

리테일 코어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67

럭셔리 여행자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71

철학의 문제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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