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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pr 16. 2021

문화자원만 있으면 농촌지역에서도 골목상권이 가능합니다

골목상권 강연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골목상권 개념과 개발 방식이 농촌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2-30대가 여행 가듯 방문하는 골목상권의 가장 큰 특색은 업종이다. 외국 음식, 커피전문점, 베이커리, 공방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업종이 모여있어야 골목상권이라고 불린다. 같은 근린지역의 상권이라도 기성세대가 선호하는 음식점이 모여있는 지역은 골목상권이 아닌 먹자골목이다.  

   

골목상권이 상권으로 주목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30개 골목상권 업소가 모여있어야 한다. 정부도 점포수 30개를 상점가 지정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상권이 처음부터 많은 가게로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월정리, 사계리, 종달리 등 제주의 수많은 리단위 마을뿐 아니라 양양시 현남면 죽도해변, 홍성군 홍동면 갓골마을,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완주시 고산면 읍내리, 충주시 노은면 신효리 등 많은 농촌 마을이 골목상권 업종을 보유한 작은 상권으로 관광객을 유치한다.    


서핑마을로 변신한 양양시 현남면 죽도해변

  

골목상권에 필요한 업종은 커피전문점, 베이커리, 독립서점, 게스트하우스 등 최소 4개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로컬푸드 음식점이나 마켓, 로컬 브랜드 편집숍을 추가할 수 있다, 농촌지역이 사람을 모으려면 1박 2일 머물 수 있는 상업시설, 특히 숙박시설이 필요하다. 문화지구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문화시설이 아니어도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독립서점 하나는 유치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식사와 커피와 함께 하는 휴식을 선호하는 MZ세대에게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는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농촌의 작은 마을에서 4개 업종을 유치하는 일을 어렵게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미 많은 면소재지 마을이 민박, 카페를 보유하고 있다. 4개 업종 중 농촌마을에서 단기간 유치하기 어려운 업종은 독립서점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작은 마을도 기존의 문구점과 학교 도서관 자원을 연계하면 작은 규모의 서점을 시작할 수 있다.     


농촌지역 골목상권의 성공에 중요한 조건은 문화자원이다. <골목길 자본론>은 골목상권의 성공 조건의 핵심을 ‘문화자원과 이를 통해 형성된 정체성’으로 규정한다. 농촌지역에서 문화자원이 집중된 곳은 어디일까? 산악과 바다 자원 보유 지역, 특산물 생산 지역, 전통문화와 문화재 보유 지역이 우선 떠오른다.      


현재 농촌지역 재생에서 가장 아쉬운 지역이 국립공원, 도립공원, 계곡 입구 마을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캠핑과 등산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산악지역은 이를 지역재생 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국립공원 입구 마을이 아직 공동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입구 마을 상권의 구성이다. 천혜의 자연과 문화 자원, 그리고 캠핑장을 가진 속리산 입구가 산채정식 식당으로 채워졌다. 다른 국립공원도 마찬가지다. 속초의 가장 큰 고민이 설악산 입구라고 한다. 서울에 거주한다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국립공원 북한산을 보유한 서울에서 아담한 알파인 빌리지(산악마을) 하나를 찾기 어렵다. 은평구 진관사 입구 은평한옥마을 정도가 알파인 빌리지에 가장 근접하다.      


지역의 대표적인 산악마을은 경북 도립공원 금오산이다. 기성세대의 추억이 담긴 1970년대 관광호텔의 모습을 유지한 금오산호텔을 중심으로 청년세대가 선호하는 업종으로 구성된 골목상권이 들어서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비둘기집 ‘건물’이 1970년대 감성을 더해준다.     


적지 않은 농어촌 지역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농촌마을이 골목상권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 그 원인은 문화자원 부재, 골목상권에 대한 이해 부족, 마을기업 중심의 마을재생 등 많은 장애요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농촌마을에서 관광객을 유치할만한 문화자원을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엄청난 산악자원을 보유한 국립공원의 입구 마을을 낙후지역으로 방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상업시설에 대한 수요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한때 국립공원 입구 마을은 번성하던 상업지역이었다. 청년세대가 산악지역 레저에 눈을 뜬 이때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골목상권 모델로 국립공원 입구 마을을 재생해야 한다. 상업시설을 입구 마을에 집중하는 방식은 보존과 개발 진영의 대립을 해소하는 방식이기도 한다. 개발을 입구 마을에 한정함으로써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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