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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ug 26. 2021

개인 중심 경제가 보수의 신성장공식

한국 보수는 스스로에 냉정해야 한다. 진보의 포퓰리즘을 대체할 수 있는 성장공식을 갖고 있나?

 

보수의 전통적인 성장 공식은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민영화, 시장개방, 투자 진작이었다. 기업 환경을 개선해주면 기업이 알아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방식이다. 분배 문제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투자와 고용의 혜택이 자연스럽게 중산층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이 고숙련 노동자 외에 다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대기업이 요구하는 수동적인 일보다는 독립기업과 프리랜서의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일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로 경쟁하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인들은 고용을 늘려 회사를 확장하지 않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정부의 투자와 고용 인센티브 정책에 반응하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과 라이프스타일 경제가 이처럼 고용을 높이기기 어려운 경제이기 때문에 진보 학자 중심으로 기본 소득으로 경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기본 소득의 한계도 명확하다. 기본 소득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기본 소득이 고용을 늘린다고 주장하지만, 기본 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고용을 창출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기본 소득이 보장됐으니, 보다 여유롭게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정도다.  

 


개인이 주도하는 '개인 경제'가 미래


그렇다면 보수는 어떤 성장공식을 제시해야 하는가? 새로운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거시경제와 산업정책 중심의 성장 모델을 찾는 것은 무리다. 그런 이론이 정립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대신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성장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산업시대 이념에 기초한 거대 담론보다는 탈이념 시대에 맞는 실용주의가 맞는 '이념'이다.

 

보수의 실용주의는 기본 가치인 개인에서 시작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개인의 자유와 역량은 규제완화와 교육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억제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코딩, 외국어, 콘텐츠 등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의 습득을 지원해야 한다.

 

산업과 고용 정책도 모든 영역에서 개인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양극화 경제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기를 맞은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교육 비용을 줄여주는 등 중산층 가계 재정의 건실화를 위한 금융 지원도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과제는 중산층이 개인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구조의 설계다.

 

개인 중심 경제 정책이 타깃해야 할 중산층은 누구인가? 개인사업자 중심의 소상공인, 그리고 개인 중심의 일을 선호하는 2030 청년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재난지원금, 정책자금 융자로 소상공인의 붕괴를 막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소상공인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소상공인 경쟁력은 또한 도시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상공인이 창조도시에 필요한 창조인재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이 활동하는 상권을 창조기업을 배출하는 기업 생태계로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2030 세대 청년 일자리도 기업 일자리와 더불어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1인 기업 등 개인 일자리로 공급해야 한다. 규제완화, 노동시장 개혁으로 청년의 대기업과 공공 진출을 지원해야 하지만, 대기업과 공공 고용만으로는 2030 세대 일자리 수요를 만족하기 어렵다. 새롭게 열리는 창조경제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와 프리랜서 고용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프리랜서 플랫폼 지원, 4대 보험 제공, 표준계약제와 경력관리시스템 도입 등의 제도적 개선이 프리랜서 고용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창조도시가 새로운 개인 경제의 공간적 기반


개인 고용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또 하나의 정책이 도시 정책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 경제는 자신만의 콘텐츠로 경쟁력을 확보한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경제다. 모든 주민이 창조인재로 도시의 창조성에 기여하는, 다시 말해 도시에서 많은 크리에이터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도시가 개인 경제에 필요한 경제 구조다. 창조도시는 창조인재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역사와 문화 자원, 보행 환경, 자연과 공원, 건축 다양성 등 창조인재가 온라인이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공간과 장소를 제공하는 도시가 창조도시다.

 

창조도시 중심의 성장은 국가 중심 성장에서 지역 중심 성장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국가산업 체제를 선택했지만, 창조성과 차별성이 중요한 탈산업화 사회에서는 지역 단위의 창조산업과 창조인재가 성장 동력이다.  더 늦기 전에 전국의 지역을 새로운 창조적 개인을 배출하는 창조도시로 육성해야 한다. 기간산업과 첨단산업 단지도 기존 입지를 중심으로 창조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중산층 경제를 살리는 보수의 신성장공식의 키워드는 이처럼  실사구시에 입각한 개인 경제, 1인 경제(One Person Economy)의 활성화다. 탈산업화 사회의 개인 중심 경제를 견인하는 양축은 창조인재와 창조산업이다. 도시정책과 연결된 소상공인과 청년 정책을 통해 창조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을 지역 단위의 창조산업에 공급하는 것을 보수의 신성장공식으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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