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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Oct 06. 2021

온라인 동네 상권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MZ세대의 부상 등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동네가 삶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부상한 동네 경제, 동네 가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동네 경제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는가, 과연 동네 경제는 하이퍼로컬 비즈니스를 동력으로 전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가까운 경제 활동지, 동네가 뜬다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일상이다. 원거리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이 변했다.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이 오프라인, 일터, 여행지에서 온라인, 집, 동네로 변한 것이다.


동네가 삶의 중심으로 진입한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통계도 이를 입증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한 3-4월에 유일하게 늘어난 소비 분야가 '홈 어라운드 소비'였다(조선일보 2020년 4월 24일). 집에서 500미터 이내의 카드 결제는 8.0% 증가한 반면, 집에서 멀어질수록 소비가 떨어져 3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의 카드 결제는 12.6%나 감소했다. 


동네 경제와 로컬택트가 활성화되자 동네 기반 하이퍼로컬 서비스도 증가한다. 동네 주민 간 중고 직거래를 중개하는 당근마켓의 방문자 수가 급증해, 당근마켓은 이제 국내 제1의 중고품 거래 서비스로 성장했다. 동네 커뮤니티로도 중요하다. 네이버 맘카페에서 나 얻을 수 있는 동네 정보를 주민들이 당근마켓 댓글, 동네생활 탭, 지역광고 등을 통해 교환한다(중앙일보 2021년 4월 7일). 


골목상권에서 시작된 동네 경제 트렌드 

동네 경제의 부상은 어쩌면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동네는 골목길 중심으로 이미 핫했다. 홍대에서 시작된 '힙 타운' 문화는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거쳐 지금은 성수동, 을지로로 확산했다. 사람들이 백화점, 쇼핑몰 이런 곳보다 골목길을 찾게 된 이유가 뭘까?     


근본적인 원인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미국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개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상권의 하이테크는 온라인 쇼핑, 하이터치는 골목상권이다. 백화점, 쇼핑몰, 할인마트는 하이테크도 아니고 하이터치도 아닌 어정쩡한 상권이라 쇠락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는 골목상권에서 경험, 감성, 문화를 소비한다. 소비자의 하이터치 욕구를 만족하는 상권이다.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삼청동 등 서울 골목상권의 역사를 보면,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임대로가 저렴한 지역에 한 기업이 들어간다. 이 가게가 잘되는 것을 보고 다른 가게들이 들어가 상권이 형성된다. 문화자원, 임대료, 기업가 정신이 상권의 초석이 된 거죠. 이 상권이 뜨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추가적으로 만족해야 한다. 보행, 자동차, 대중교통 접근성을 의미하는 접근성, 확장될 수 있는 골목길 자원을 의미하는 도시 디자인, 그 지역만의 특생과 개성을 의미하는 정체성입니다. 이렇게 6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한 골목상권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0년대 이후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탈물질주의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퍼졌으며,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로컬 지향을 동반했다. 로컬 지향은 귀농귀촌, 제주이민, 골목상권, 핫플레이스, 고향 지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삶의 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환경과 공동체인데, 로컬에서 친환경적이고 친공동체적인 삶이 가능하다. 코로나 위기로 생활 반경이 좁아지고, 홈택트와 로컬택트가 늘어나자 로컬 지향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대거 대도시를 탈출하는 선진국보다는 약하지만 한국에서도 교외와 농촌 지역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로컬 지향으로 간다면, 우리의 숙제는 우리가 사는 지역과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골목상권의 한계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힙한 곳으로 유명했던 경리단길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난 상인들로 활력을 잃었다. 동네 경제가 발전하려면, 동네와 함께 같이 뜨는 임대료를 해결해야 한다.


골목상권의 주역은 창의적인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다. 높은 임대료 지역에 진출하기 어려운 사업가다. 골목상권 활성화하는 것은 창의적인 소상공인을 유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대료가 급상승하고 상권에서는 기존의 소상공인을 유지하고, 새로운 소상공인을 유치하기 어렵다.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로 임대 기간을 10년을 늘렸고, 임대료 상승을 연 5% 이하로 제한했다. 이런 제도적 보완으로 앞으로는 급격한 임대료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청동, 경리단길에서 볼 수 있듯이 한번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쇠락한 상권은 다시 살리기 어렵다. 골목상권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문화자원과 이를 통해 형성되는 정체성에 있음을 고려할 때,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문화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청동에는 전통공방, 경리단길에는 외국인 문화시설이 적합하다.      


하이퍼로컬 플랫폼의 역할과 미래

동네 경제에 기반한 하이퍼로컬의 미래는 어떠할까? 로컬 콘텐츠, 동네 중심 라이프스타일 등 하이퍼로컬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 하이퍼로컬 서비스의 성장을 견인할 사업 분야가 지역 단위 이커머스다. ‘로마켓’은 소비자가 앱을 통해 근처 동네 마트에서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동네 마트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다. 시흥 월곶동의 팜닷과 같이 지역 농산품 생산자와 지역 소비자를 연결하는 이커머스 기업도 등장했다.


하이퍼로컬의 제약 요인은 오히려 공급 사이드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인풋은 동네 콘텐츠다. 이를 제공하는 기업이 동네 기반의 로컬 비즈니스다. 지역 자원을 연결해 다른 지역 기업이 복제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하는 로컬 브랜드가 많아야, 이들을 연결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하이퍼로컬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 


다행히 자생적인 로컬 브랜드가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입정 등 이커머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국,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로컬 브랜드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로컬 브랜드와 스몰 브랜드를 발굴,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푸드컬처랩의 김치시즈닝, 로니바이에린의 육아용품 등 아마존, 쇼피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해 성공한 소상공인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서울경제 2020년 7월 30일). 


하지만 현재 공급이 충분한지는 다른 문제다. 세계 시장과 전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가 더 많이 필요하다면,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다음 단계는 발굴과 지원이다. 현재 로컬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어떤 기업이며, 그런 기업을 배출하는 생태계는 어떤 생태계인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창업 생태계 단계에서 하이퍼로컬 비즈니스가 지원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소상공인 플랫폼 구조를 갖춘 플랫폼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소상공인 이커머스 중개뿐만 아니라 스마트스토어, 예약, 광고, 교육, 페이, 경영 분석 등 소상공인이 장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온라인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이 어떻게 소상공인 생태계를 구축하는지에 따라 한국 하이퍼로컬 비즈니스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 문헌


최은경. (2020). 홈어라운드 소비…동네 상점만 카드 결제 8 % 늘었다. 조선일보 4월 24일 기사.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4/2020042400300.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정원엽, 김정민. (2021). 플랫폼 강자 당근, 네이버, 골목길서 딱 마주쳤다. 중앙일보 4월 7일 기사. 

https://news.joins.com/article/24029347


연승. (2020).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아마존 사로잡은 Made in Korea. 서울경제 7월 30일.

https://www.sedaily.com/NewsView/1Z5I5OEVHB



출처: 이코노미조선, 2021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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