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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22. 2021

젠트리피케이션의 반대말

상권관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 상권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상권 관리에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말고 또 다른 게 있나.

 

친구들이 틀리다고 말하긴 어렵다. 2010년 초반 이후 상권에 대한 언론 보도는 거의 예외 없이 젠트리피케이션 프레임에 의존했다. 아직도 ‘기승전 젠트리피케이션’이 언론 기사의 기본 구조다. 실제로 많은 핫플레이스 상권에서 임대료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 작은 가게들이 프랜차이즈나 대기업 브랜드에 밀려났다.

 

지금은 다르다. 젠트리피케이션 프레임에서 탈출해야 할 시점이다. 첫 번째 이유는 전국적인 상권 불황이다. 전대미문의 불황 상황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은 상권에 반가운 소식이다. 상권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는 신호다.

 

두 번째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2012년 홍대 지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최초 발생했을 당시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영향을 이해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동네가 상권이 될 수 있다는 것, 동네와 동네가 경쟁한다는 것 모두 새로운 현상이었다. 상권 경쟁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물주들이 큰 고민 없이 임대료를 올린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대한 경험의 축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2012년 본격적으로 확산했지만 정부가 대응한 것은 한참 후다. 2015년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을 발표했고, 국회가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올바른 대응을 방해한다. 굳이 임대료가 상승해야 상권 경쟁력에 필요한 새로운 투자가 유입한다던가, 익선동과 연남동은 한옥과 단독주택의 임대 수입이 높아져 재개발을 포기했다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의 순기능을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경제 현상으로 정확히 이해하면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두 단계로 발생한다. 매출 상승이 1단계라면 임대료 인상은 2단계다. 임대료 인상이 매출 증가의 결과이기 때문에 매출을 포기하기 전에는 이를 방지하기 어렵다. 임대료가 올라도 과거처럼 콘텐츠 경쟁력을 위협할 정도로 상승하지 않을 것이다. 임차인 권리가 강화되고 콘텐츠 중요성에 대한 건물주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정책은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상권관리제도의 도입이다. 동네 마켓, 테라스 건물 등 새로운 콘텐츠로 최근 다시 회생한 경리단길, 압구정동 상권을 보면, 단기적인 임대료보다는 콘텐츠 혁신이 상권 경쟁력을 결정함을 알 수 있다. 콘텐츠가 상권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고, 임대료는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적인 원인의 하나다.

 

필자가 제안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반대말은 콘텐츠다. 젠트리피케이션 프레임을 콘텐츠로 대체해야 상권을 제대로 활성화할 수 있다.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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