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은 더 이상 '소상공인'이 아니다. 온라인 셀러, 로컬 크리에이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각각 디지털 경제, 로컬 경제, 크리에이터 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유형의 크리에이터로 부상한다. 다가오는 크리에이터 소상공인 시대를 맞아 한국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서 오프라인 플랫폼과 도시 플랫폼까지 통합하는 ‘3대 축 크리에이터 플랫폼’에 투자해야 한다. 크리에이터가 크리에이터 타운에 살면서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 플랫폼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크리에이터 경제의 미래다.
소상공인은 더 이상 '소상공인'이 아니다. 온라인 셀러, 로컬 크리에이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각각 디지털 경제, 로컬 경제, 크리에이터 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유형의 크리에이터로 부상한다.
소상공인 경제가 향하는 크리에이터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언론에서 정의하는 협의의 크리에이터 경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로 불리는 플랫폼 창작자 경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네이버 등에서 자신이 만든 콘텐츠로 일정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개인 사업자의 경제로 생각하면 된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경제라면, 크리에이터 경제는 온라인 셀러, 로컬 크리에이터 등 다른 유형의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더 큰 범주의 경제다.
한국에서 크리에이터 경제를 주도하는 플랫폼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2022년 1분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천만명의 크리에이터가 다양한 네이버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크리에이터의 범위를 플랫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한정하는 것이 맞을까? 크리에이터를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로 정의한다면, 크리에이터 범위는 고전적인 예술인으로부터 디자이너, 플랫폼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비예술인 창작자, 그리고 최근 새로운 유형의 창작자로 부상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까지 포함한다. 실제로 네이버도 스마트 스토어, 스마트 플레이스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250만 명의 소상공인을 크리에이터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크리에이터 경제로 진화하는 소상공인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크리에이터 소상공인 경쟁력에 중요한 것이 소상공인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생태계라면, 크리에이터 소상공인 생태계가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크리에이터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지만, 로컬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광의의 크리에이터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개념을 오프라인과 도시로 확장해야 한다.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서 오프라인 플랫폼과 도시 플랫폼까지 통합하는 ‘3대 축 크리에이터 플랫폼’에 투자해야 한다.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의 도시 플랫폼인 크리에이터 타운에 살면서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 플랫폼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3대 축 크리에이터 플랫폼 경제다.
3대 축 크리에이터 플랫폼에서 가장 제도화된 플랫폼이 온라인 플랫폼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함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는 소상공인, 즉 디지털 상공인(D-SME)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일부는 해외의 한국 콘텐츠와 상품 붐을 타고 아마존, 쇼피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에 진출한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국내 플랫폼이 네이버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 프로젝트를 통해 네이버의 기술, 디자인, 콘텐츠 설루션을 소상공인에 제공해 소상공인의 브랜드화, 디지털 상공인화를 지원한다.
오프라인에서 크리에이터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이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이다. 지역 고유의 자원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브랜드는 처음에는 맛집, 카페, 복합문화공간에서 시작해 서점, 스테이, 커피, 베이커리, 그리고 현재는 마켓, 소품 등 기존 시장을 '접수'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대기업이 이들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다.
오프라인 플랫폼은 오프라인 기업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다. 많은 온라인 기업도 체험과 교육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오프라인에 진출한다. 일부 기업은 팝업이나 전용 매장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을 추진한다.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의 성공 비결은 지역 상생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더불어 지역 다움을 구현하고 지역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콘텐츠로 지역 시장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다. 이들 기업은 구체적으로 유동인구, 시설, 구심점, 정체성, 커뮤니티 등 지역 상권에서 중요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앵커스토어로 기능한다.
로컬 브랜드들이 지역에서 양양 서핑, 강릉 커피, 제주 친환경 등 새로운 지역 산업도 개척했지만, 그들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성장하는 오프라인 상권인 골목상권이다. 원도심 주택지를 새로운 여행지로 개척한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들은 이제 원도심 골목상권을 커뮤니티 비즈니스, 문화산업, 창조산업을 유치하는 도시산업 생태계로 탈바꿈한다.
도시산업 기준으로 가장 진보된 골목상권이 서울의 홍대, 이태원, 성수동이다. 언론도 새로운 창조도시로 부상한 서울 골목상권 지역을 트렌드 중심지로 '홍보'한다.
다른 골목지역도 1세대 골목상권의 궤적을 따라 도시산업 생태계로 진화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현상이 동네의 브랜드화다. 앵커스토어, 하이퍼로컬 서비스, 상권관리기구 등 동네를 하나의 기업 집단으로 엮는 사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동네는 이제 다른 동네와 경쟁하는 하나의 경제 단위로 기능한다. 앵커스토어, 상권, 그리고 동네가 소상공인의 오프라인 플랫폼이 된 것이다.
새롭게 형성되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세 번째 축이 도시다. 전통적으로 예술가와 창작자는 특정 지역이 모여 예술가 마을을 만든다. 그만큼 예술가의 집적이 예술가 창의성에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어반플레이, 로컬스티치 등 민간 기업이 창작자의 도시 콘텐츠를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 다양한 도시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술가 마을의 현대 버전이 창조도시와 창조 커뮤니티다. 크리에이터 타운이 기존의 창조도시와 다르다면 창조산업과 창조인재의 범위다. 창조산업과 창조도시를 각각 문화창조산업과 대도시로 한정하는 기존 창조도시 문헌과 달리, 필자의 '크리에이터 경제'는 소상공인 산업과 인재를 창조산업과 창조인재로 분류하고, 창조도시 단위도 실제 생활권인 동네와 거리로 설정한다.
지난 20년 한국 도시의 변화를 보면, 창조 커뮤니티의 기존 조건은 직주락 센터다. 창조인재가 근거리에서 일, 생활, 놀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직주락 센터가 창조인재와 도시의 창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3대 플랫폼을 구축하길 원하는 플랫폼 기업과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창조적 소상공인이 원하는 도시, 공간, 온라인 플랫품을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도 도시와 공간 비전을 가져야 '완전체'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현재로선 미래 세대가 원하는 도시는 디지털 노마드 도시에 가깝다. 장소에 자유로운 주택과 오피스, 하지만 머무는 기간에는 머물고 싶게 만드는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도시다. 소상공인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도 지원해야 한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이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통해 동네 경제를 연결하고 오프라인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장사하기 좋은 도시의 건설이다. 상권 차원에서 이를 구현한 모델이 로컬 브랜드 상권이다. 상권관리기구를 도입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동네 특색을 살리는 문화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실제 로컬 크리에이션은 로컬 크리에이터의 몫이다. 아직 상권 특색이 명확하지 않다면 상권 특색을 살리는 크리에이터 기업 양성을 위해 지역 문화에 특화된 메이키 스페이스를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서울시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로컬 브랜드 상권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도 지역 특색 극대화를 국정 과제로 선정해 로컬 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랜드 상권의 양성을 약속했다.
정부가 대규모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다가오는 크리에이터 경제에 대비해 크리에이터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 분야에서도 인재 양성이 우선순위다. 인재 공급을 위해 로컬 크리에이터에 특화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공간 기획, 커뮤니티 디자인, 로컬 콘텐츠 개발 등 오프라인 크리에이터의 필수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되는 시범 사업으로는 화성 로컬멀티플라이의 로컬브릿지화성과 관악문화재단의 로컬 비즈니스 스쿨을 들 수 있다.
Photo by Hope House Press - Leather Diary Studio on Unsplash